새 학기가 시작되자 각 학과의 학생회는 학우들을 위한 개강총회와 MT(Membership Training)를 준비한다. 학생회 임원들은 학과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인원수에 맞는 적절한 장소를 예약하기 바쁘다. 각종 회사와 모임도 친목과 동기부여 등의 목적으로 식사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예약이 많아지는 만큼 상점 주인들의 걱정도 늘어간다. 바로 ‘노쇼(No-Show)’라고 불리는 예약부도 때문이다. 예약한 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에 가게를 방문하거나 아무런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예약부도로 가게의 수입에 큰 손실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상점 주인들이 손실 때문에 예약제를 없앨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예약부도로 인한 손실은 얼마나 크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일고 있을까?
 

"예약하고 가지 않은 경험이 있나요?"
지난 13일(화)부터 15일(목)까지 3일간 본교 학우 500명을 대상으로 예약부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숙명인의 11.9%(58명)가 예약을 했지만 취소한다는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예약 장소에 가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정확도 95.0%, 오차범위 ±1.8%p)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험이 있는 58명 중 34.0%(20명)의 학우는 예약부도의 이유에 대해 ‘예약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업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예약을 했다는 사실을 잊었다’가 25.8%(17명), ‘전화로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가 10.3%(6명)로 그 뒤를 이었다. 최주희(기계시스템 17) 학우는 치과에 진료예약을 하고 방문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최 학우는 “예약 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다음 예약자로 순번을 넘기겠지’라는 생각에 안이했다”며 “예약 취소 전화를 하기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을 예약했지만 갑자기 개인적인 일이 생겨 취소 연락을 하지 못하고 개인적 업무를 해결했다는 박지영(체육교육 15) 학우는 “바쁜 일이 생겨 예약한 사실을 잊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손님의 예약부도로 난감했던 학우도 있었다. 손님이 별다른 취소 없이 상품을 가져가지 않거나 가게를 방문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15.9%(78명)의 학우 중 한 명인 최 학우는 치킨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최 학우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에선 예약취소와 관련된 위약금을 받지 않았다”며 “치킨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은 손님 때문에 식어버린 치킨을 버리기 아까워 직원들이 먹은 적 있다”고 말했다. 빵집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백수연(경제 17) 학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백 학우는 수요를 미리 조사한 뒤 본사에서 정해진 수량의 케이크만을 주문하는 빵집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손님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빵집을 방문하지 않았고 백 학우는 “케이크는 유통기한이 짧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숙명인들은 이러한 손실로 이어지는 예약부도가 초과예약과 예약제 폐지라는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480명의 응답자 중에서 과반인 58.7%(290명)의 학우가 ‘초과예약’을, 20.8%(103명)의 학우가 ‘업체가 예약제를 운영하지 않는 것’을 예약부도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라고 답했다. 최 학우는 “예약을 하지 않고 가게에 갔을 때 예약한 손님들이 오지 않아 빈자리가 있음에도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약부도로 피해를 받았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기념일이나 공휴일에는 예약제를 시행하지 않는 가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보이지 않을 때, 초조해지는 가게
예약부도는 단순히 도덕적 관념을 질책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게 주인은 피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 최철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일방적인 예약부도는 다른 손님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방해하고 준비했던 식재료를 낭비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동이 빈번해지면 사업자가 예약제를 폐지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약을 통한 편리함과 시간 절약, 자원 절약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서비스 업종이라고 불리는 ▶음식점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의 예약부도 비율은 대략 20.0%에 달한다고 한다. 예약자 10명중 2명은 연락도 하지 않은 채 가게에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약 4조 5천억 원의 매출 손실로 이어졌다. 최현석 셰프도 KBS 「해피투게더 시즌3」에 출연해 손님들의 예약부도로 매달 2,500만 원 정도의 손실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경제적 손실로 10만 8,000명의 고용 손실이 일어나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예약부도로 인한 피해사례가 증가하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예약 취소 시의 위약금과 관련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수)부터 시행된 개정안은 외식 서비스업을 연회 시설 운영업과 그 이외의 외식업으로 구분해 예약 취소시기에 따라 위약금을 차등적으로 규정했다. 돌잔치, 회갑연 등을 위한 연회시설의 경우, 예약일로부터 7일에서 1개월 내 취소 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며 예약일의 일주일 이내에 예약부도 행위를 할 시에는 계약금은 물론 이용금액의 10.0%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 이외의 외식업은 예약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앞두고 취소하거나 취소 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엔 예약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도록 했다. 한편 사업자의 사정으로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엔 소비자는 예약 보증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이 외식 서비스업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다. 체육시설업, 레저 용역업, 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준도 개선됐다. ‘총 이용금액’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다툼이 빈번했던 체육시설업과 레저 용역업의 경우, 총 이용금액을 ‘계약 시 정한 실거래 금액’으로 명확히 했다. 또한 공정위는 기상악화, 항공정비, 공항 사정 등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입증하지 못하면 항공사는 소비자에게 최대 2배까지의 보상액을 주도록 기준을 개정했다.

 

강화된 위약금 규정, 눈치 살피는 상점들
개정안에 대한 상점 주인들의 의견은 갈렸다. 더욱 철저해진 기준으로 인해 손실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추는 이가 있는 반면, 기준 변화에 대해 알고 있지만 오히려 손님들에게 가게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 또한 1시간 이내가 위약금의 기준인 것이 실질적인 대응책일 수 있는 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음식점인 ‘라리에또’ 숙명여대점의 박석원 점주는 예약부도로 업체에 경제적인 손실이 있어 항상 고민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해 개정안을 실질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점주는 “개정안은 신문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면서도 “손님들이 가게에 갖는 인식은 가게의 이익과 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개정안을 가게에 적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약금을 요구했다가 ‘칼 같다’ ‘정이 없다’는 소문이 나면 가게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지고’ 숙명여대점 역시 개정안을 실질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지고에서는 전화주문을 하고 음식을 찾아가지 않는 일이 하루 평균 5번 정도 발생한다. 지지고 고정오 점주는 “일일이 위약금을 받는 것은 가게 이미지에 안 좋을 것 같아 개정안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예약부도 제재와 관련한 기준안의 변화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을 실행함에 있어 부담감을 느끼는 업체가 있는 반면, 위약금제도가 예약부도를 줄이고 건전한 예약문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스토랑 ‘라스타지오네’ 이주선 총괄 셰프는 “예약금을 낸다면 사람들이 예약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돼 신중하게 예약을 할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점 주인뿐만 아니라 일부 소비자들도 개정안에 찬성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최 학우는 “소비자는 소비할 것을 확신할 때 예약을 해야한다”며 “위약금은 예약부도에 대한 대가다”고 말했다. 박 학우 역시 예약은 소비자와 업체 간의 약속이기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개정안에 동의했다.

위약금 지불 기준이 1시간 이내인 것이 과연 업체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라스타지오네의 이 셰프는 취소 시기 규정에 대해 “1시간 전에 취소한다고 해도 업체의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1시간 전이라도 많은 인원이 취소한다면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취소시기가 1시간 전인 것이 예약부도를 대처하기에 촉박하다는 의견과 달리, 라리에또의 박 사장은 “1시간 전이면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취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며 “1시간이면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기에 연락해줬으면 한다”고 소비자에게 당부했다. 1시간 전에라도 연락을 준다면 손실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소비자와 사업자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논란은 있지만 규정의 신설로 소비자의 인식이 제고돼 바람직한 예약 문화를 조성하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며 개정안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예약은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편익을 제공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취소로 예약부도가 반복돼 예약제가 폐지된다면 양쪽 모두 예약의 편리함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알아서 처리하겠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저질렀던 예약부도의 손실은 결국 부메랑이 돼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모두에게 편리한 사회가 되도록 이기심은 잠시 잊고 예약 즉, 소비자와 사업자의 약속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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