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세월호 참사. 올해 1월 말의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 외에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사건들을 기사로 접하면서 필자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밤도 있었다. 참담한 사건을 실은 기사를 읽으며 필자가 항상 느껴왔던 점은 ‘기자들은 어떻게 저리도 담담하게 기사를 쓰는 것일까’였다. 당시 감정에 복받쳤던 필자는 사건에 대한 분개가 없는 기사체가 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자가 돼 처음 맡은 기사인 ‘미투 운동(The #MeToo Campaign)’을 취재하면서 그 담담한 기사체가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됐다.

지난 2월 25일(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집회(The #With_You Campaign)’를 취재했다. 위드유 집회의 참가자들은 방석도 없이 차가운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채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참가자들에겐 얼굴을 가리기 위한 검은 마스크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합니다’ 문구의 피켓이 전부였다. 기자증을 목에 걸고 사진기를 든 필자는 취재를 목적으로 위드유 집회를 찾았지만 파랑색 ‘#With You’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왼쪽가슴에 붙이고 참가자들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했다.
또한 “피해자가 증언자로 당당히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위드유 집회 참가자와의 인터뷰는 참가자들의 심정과 취재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취재를 다녀와서 기사를 쓰던 중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필자의 감정을 기사에 싣는다면 독자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독자가 기사를 읽고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생각하고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끔 도와줘야 한다. 필자는 취재현장을 독자들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들을 구제척인 기사체로 써내려갔다.

과거 필자가 읽었던 기사 또한 취재현장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됐기에 필자가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분노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기자란 이렇듯 취재현장을 독자에게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해 독자가 스스로 사건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기사를 쓰는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앞으로 필자는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는 기사가 아닌 객관적인 기사로 기자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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