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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 도서관, 여성의 이야기가 들리는 곳
이수연 기자  |  smplsy94@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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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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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도서가 모여 있는 곳, 그리고 자유롭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곳. 그곳은 바로 국내 첫 여성주의 도서관인 ‘신나는 여성주의 도서관 랄라(이하 랄라 도서관)’다. 본지 기자는 지난달 21일(수)과 27일(화) 이틀에 걸쳐 여성주의 도서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랄라 도서관을 방문했다.

 

#1 신바람 난 도서관, 랄라 도서관을 만나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랄라 도서관은 상동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다. 작은 건물의 3층에 위치한 랄라 도서관의 외관은 투박해 보였지만 내부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은은한 조명과 나지막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감성적인 분위기의 카페를 연상케 했다. 랄라 도서관으로 들어서니 류지현 랄라 도서관 관장이 필자를 맞았다. 조용하지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류 관장의 모습은 포근한 도서관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한 층으로 이뤄진 작은 도서관이었지만 책으로 가득 차있는 랄라 도서관은 페미니즘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도서부터 조금은 생소한 제목의 도서까지. 도서들이 진열된 책장 옆에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책상이 위치해 있었고, 한 쪽 벽면에는 생리대 케이스, 퀼트 파우치 등 도서관 회원들이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들이 보였다.

 
도서관 한쪽에 위치한 문에는 ‘룰루랄라 모여방’이라는 문패가 붙어있었다. 강연과 영화 모임 등의 활동이 진행되는 룰라랄라 모여방의 내부는 도서관 회원들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었다. 류 관장은 “영화 그림과 도서 그림 등 도서관 회원이 그린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며 “도서관 회원 덕분에 도서관을 예쁘게 꾸밀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랄라 도서관에선 단순히 책을 읽는 것 외에도 특별한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필자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랄라 도서관을 다시 찾은 27일(화) 오전 11시, 바람이 거세 추운 날씨였음에도 도서관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필자는 2주에 한번 씩 여성주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F’라는 모임에 함께했다. F에선 SBS에서 방영했던 「까칠남녀」를 시청한 후 방송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방송 내용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미투(#Metoo)’운동과 같은 여성문제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그들이 F를 통해 바라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F 회원인 김지혜(여·36) 씨는 “즐거운 여성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며 “여성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랄라 도서관’은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었다.

 

#2 여성을 위한 도서관, 여성이 만든 도서관
지난해 11월 10일(금)에 개관한 랄라 도서관의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랄라 도서관은 ‘신나는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한정된 이용자층을 확대하려는 목표와 함께 여성주의 도서관 사업 계획이 세워졌다. 여성주의 도서관 사업 계획은 도서관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기존 도서관의 이용자들은 여성을 지지하는 여성주의 도서관으로 탈바꿈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본교 이화영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회가 여성의 권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여성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 도서관 이용자가 여성주의 도서관으로의 변화를 바랐던 이유 역시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성주의’라는 단어가 도서관 이름에 사용되는 것에 우려가 많았지만 그만큼 격려와 지지도 많았다. 류 관장은 도서관의 이름에 대해 “도서관 내 독서 동아리 회원들과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여성주의가 ‘페미니즘’이나 ‘성평등’과 같은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했다”며 “‘우리말’스러운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주의 도서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여성과 이야기’라는 주제로 새롭게 개관한 랄라 도서관은 이용자층의 변화를 겪었다. 기존에는 30·40대 여성들이 주 이용자층이었지만, 여성주의 도서관에 흥미를 느껴 일부러 찾아오는 20대 이용자층이 생긴 것이다. 류 관장은 “과제를 하기 위해 책을 찾으러 오는 학생도 있었고, 여성주의 도서관에 호기심을 느끼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이용자층을 유지하면서 20대 이용자도 확보해 도서관을 새롭게 개관한 목적이 이뤄진 셈이다.


랄라 도서관은 국내 첫 여성주의 도서관인 만큼 여성에게 의미가 있는 공간이지만, 운영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성격을 띠고 있어 운영비용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랄라 도서관을 지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에 힘을 보탰다. 랄라 도서관의 주요 이용자인 주부들과 류 관장이 함께 생강청을 만들어 팔거나, 도서관을 자주 찾는 이용자가 만든 수제 비누를 판매하며 운영비용을 모았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프로그램은 인천시 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시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에 지원하고 사회단체 보조금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3  ‘여성주의’, 평등한 삶에 대한 열망을 담다
랄라 도서관은 개관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강무홍 작가의 ‘여성의 시각으로 그림책 보기’, 손의정 작가의 ‘소녀들의 페미니즘’ 등 다양한 강연이 개최됐다. 유명 작가의 강연 외에도 도서관 이용자들이 모여 ‘여성주의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바꾼 대표적인 영화인 「고스트 버스터즈」와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디즈니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보고 사람들은 함께 얘기를 나눴다. 이 외에도 ‘면 생리대 만들기’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놀이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다. 강연·문화·체험 등 각기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여성과 관련된 활동이라는 것이 랄라 도서관 프로그램의 공통된 특징이다. 랄라 도서관은 올해 ‘인천여성영화제’가 열림에 따라 직접 여성 영화의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랄라 도서관은 ‘여성과 이야기’라는 주제에 걸맞게 도서관 운영에 소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류 관장은 “랄라 도서관이 여성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여성끼리 지지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모여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를 바꾸는 작은 물결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랄라 도서관처럼 여성을 위한 문화 시설이나 여성주의를 내세운 정책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여성가족부의 대표적 사업인 ‘여성친화도시’ 조성은 2009년부터 시작돼 여성의 사회 참여부터 여성 개인의 건강관리까지 다루는 등의 임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86개의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성평등 도서관 여기(이하 여기 도서관)’도 대표적인 성평등 도서관이다. 2015년 개관한 여기 도서관이 랄라 도서관과 다른 것이 있다면 여기 도서관은 여성을 위한 정책에 집중하는 반면 랄라 도서관은 여성주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을 그저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 무마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더욱이 아직까지 색안경을 쓰고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기에 여성들은 더 움츠리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 랄라 도서관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여성에게 응원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줌에 따라 기존의 성차별적 사회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배려 속에서 여성들은 마음 편히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더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된다. 거창하진 않아도 자유로운, 그래서 멋진 ‘랄라 도서관’은 여성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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