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강의]

현재 지구의 대기는 78%의 질소, 21%의 산소, 그리고 1%의 아르곤으로 구성되어 있는 공기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지구가 처음 생성된 46억년 전만해도 지구의 대기는 온전히 이산화탄소 기체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0.04%로 원래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매우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 많았던 이산화탄소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에 가로막혀 이산화탄소가 우주로 달아났을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원래 이산화탄소에 들어 있었던 그 많은 탄소들이 지금은 지구의 어디엔가 꼭꼭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먹어 치운 주범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이다. 바닷물에 녹은 이산화탄소는 탄산칼슘 침전이 되어 바다 밑에 쌓였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석회암이 된다. 따라서 석회암 층이 가지고 있는 탄소는 모두 대기의 이산화탄소로부터 온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미생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유기물을 만드는데 쓰인 탄소는 모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로부터 온 것이다. 지난 수 억 년에 걸쳐서 생명체들에 의해 만들어졌던 엄청난 양의 유기물은 지금은 대부분 석탄과 석유가 되어 땅 속에 묻혀있다. 따라서 석탄과 석유에 들어있는 탄소도 모두 이산화탄소로부터 온 것이다.
 결국 46억 년 전 지구의 대기를 가득 매운 이산화탄소에 들어있었던 그 많은 탄소의 대부분이 지금은 석회, 석탄, 석유가 되어 땅 속에 묻혀있고 그 중 일부는 땅 위에 현재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 8500만 배럴이라는 엄청난 양의 석유를 사용한다. 석탄은 석유로 환산해서 하루에 6000만 배럴을 쓴다. 시멘트의 주원료가 되는 석회도 엄청난 양을 소비한다. 소비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잡아두고 있었던 탄소는 모두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 중으로 되돌아간다.
 그렇다면 간단한 덧셈 뺄셈을 한번 해 보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탄소가 들어갈 곳을 크게 세 부분이다. 땅 속의 천연자원인 석회, 석탄, 석유가 그 하나이고, 땅 위의 모든 생명체가 다른 하나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당연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이다. 그동안 인류가 석회, 석탄, 석유를 마구 파내어 소비해 버렸으니 당연히 나머지 두 부분이 그만큼 늘어나야만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탄소의 양은 일정하니 말이다.

 그런데 지난 400여 년에 걸쳐서 지구를 덮고 있었던 울창한 숲의 90%가 사라졌고 최근에는 동식물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막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서 생명체들이 땅 위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회, 석탄, 석유는 물론 생명체들도 줄어드니 당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이를 대신하여 큰 폭으로 늘어나야 마땅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곳으로 탄소가 숨어들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곳은 바로 바다 밑 200-300 미터의 대륙붕 사면을 따라 널리 분포한 얼음 층이다. 육지의 생명체들에 의해서 버려진 유기물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바다로 내려가 이 얼음 층에 도달한다. 그러면 그곳에 사는 혐기성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메탄이라는 기체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메탄은 대기로 방출되는 대신 주위 얼음 속 빈 공간에 들어가 ‘메탄-하이드레이트’라는 소위 “불타는 얼음”을 만든다. 현재 매장되어 있는 석탄과 석유에 들어있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탄소가 이 얼음 층 속의 메탄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흔히 천연가스라고 부르는 메탄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강력한 온실가스이자 동시에 모자라는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에너지 자원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대에 들어와 바다 밑의 메탄-하이드레이트로부터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시추선을 건조했고 2017년에는 최초로 바다 밑에서 메탄가스를 채굴해 보였다. 그런데 도대체 일본은 그 기술을 어디에서 사용하려고 개발한 것일까? 대한민국의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역의 바다 밑에는 대륙붕 사면을 따라 얼음 층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왜 일본이 그처럼 역사적 외교적 무리수를 두어가면서까지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지의 속내를 곰곰이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박동곤 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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