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기획
삶에 대한 물음, 죽음에서 답을 찾다
한가람·서가영 기자  |  smphgr93@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2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일명 웰다잉(Well Dying) 법이라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면서 최근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웰다잉 법은 임종을 앞둔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웰다잉에 대해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을 수 있다. 웰다잉이란 무엇이고 현재의 삶에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웰다잉 문화가 던지는 질문,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웰다잉이란 준비된 죽음, 존엄한 죽음을 뜻한다. 웰다잉을 위해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은 “죽음을 주체적으로 준비하려는 문화가 웰다잉 문화다”며 웰다잉 문화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웰다잉은 현재의 삶을 가치 있게 사는 것에서 출발한다. 강원남 행복한죽음웰다잉연구소 웰다잉플래너는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할 때도 행복할 수 없다”며 “웰다잉 수업에선 ‘잘 죽겠습니다’와 ‘잘 살겠습니다’는 인사를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의 삶과 연관된 웰다잉은 웰리빙(Well Living)으로 이어진다. 죽음을 생각해봄으로써 현재 당면한 문제를 여유롭게 바라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옛말에 ‘죽음에게 삶을 묻다’는 말이 있듯이 죽음에 비해 당장 직면해 있는 문제는 사소할 수 있다”며 “웰다잉에 대한 생각을 통해 현재의 삶을 여유롭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과 삶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연관이 있다. 강 웰다잉플래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죽음뿐만 아니라 삶과 관련된 문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웰다잉 문화를 통해 고독한 죽음을 맞는 사람이 없도록 사회가 그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에 대해 말하길 꺼리는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는 웰다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야기한다. 이러한 인식을 탈피하고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웰다잉 교육의 목표다. 최 회장은 “웰다잉 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웰다잉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늘 저는 눈을 감습니다”, 힐다잉 체험
효원상조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효원힐링센터는 간접적으로 임종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힐-다잉(이하 힐다잉)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힐다잉 체험 신청서를 작성하면 누구나 무료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눈과 함께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 23일(목), 본지 기자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를 방문해 힐다잉 체험에 직접 참여했다.

힐다잉 체험은 참가자들의 영정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도 카메라 앞에 서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영정사진 촬영 후에는 정용문 효원힐링센터 센터장의 강의가 진행됐다. 정 센터장은 강의에서 웰다잉과 죽음이 현재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영상 자료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강의였다.

약 50분간의 강의가 끝난 후엔 인쇄된 영정사진을 볼 수 있었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정사진을 보니, 세상에 남겨질 마지막 사진에 좀 더 밝은 표정을 남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영정사진을 본 후 유언서를 작성하고 입관체험을 하기 위해 장소를 옮겼다. 유언서를 작성하니 비로소 다가온 죽음이 실감 났다. ‘장례는 어떻게 치르기를 바라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해 결국 ‘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를 치르겠다는 항목에 표시했다. 하지만 이내 ‘죽음에 대해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영숙 회장의 말이 떠올라 장례 방식을 ‘화장’으로 수정했다. 유언서를 작성하면서 담담하게 ‘잘 살다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겨질 가족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작성한 유언서를 낭독하는 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언서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글이라기보다 부모님, 배우자, 자식에게 남기는 편지에 가까웠다.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여보, 당신은 늘 나에게 한결같았는데 난 당신 사랑을 받기만 해서 미안하고 사랑해’ 체험자들이 직접 낭독하는 유언서에는 가족에게 전하는 고마움, 미안함과 후회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정 센터장은 “힐다잉 체험으로 체험자들은 가족의 소중함과 소통의 중요성을 느낀다”며 “주로 반성과 후회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입관체험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흔히 사람이 죽는 것을 ‘영면에 든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영원히 잠을 청할 공간인 관은 너무나도 비좁고 딱딱했다. 관 속에 눕자 쾅쾅거리며 못질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불이 완전히 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움직일 수도 없는 공간에서 답답함이 느껴질 때쯤 관 뚜껑이 열렸고 이를 끝으로 힐다잉 체험은 마무리됐다.

   
▲ 수의를 입은 참가자가 관 속에 앉아 입관 체험을 준비 중이다.

힐다잉 체험은 죽음을 통해 현재의 삶을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죽음을 통해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것이 웰다잉 문화, 체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힐다잉 체험에 참여하게 된 이준호(남·23) 씨는 “힐다잉 체험을 통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힐다잉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정용문 효원힐링센터 센터장의 강의를 기다리고 있다.


힐다잉 체험, 새로운 삶을 선물하다
2012년부터 진행돼 약 5년간 진행되고 있는 힐다잉 체험은 영정 사진 촬영, 입관 체험 등을 진행하는 임종체험의 일종이다. 힐다잉 체험은 1년에 약 3, 4천 명의 사람들이 참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체험에 참여하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중학생부터 노인에 이르는 연령대가 함께 힐다잉 체험을 찾고 있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노년층에서부터 청년층에게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0년 초반까진 웰다잉은 노년층에 국한된 문화였다”며 “지금은 50대, 60대를 비롯해 대학생들도 웰다잉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평소 웰다잉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조수진(가족자원경영 15) 학우는 웰다잉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임종 체험에 직접 참여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조 학우는 “죽음을 단순히 상상하는 것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을 앞두고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임종체험을 통해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힐다잉 체험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확대돼 자살 방지, 학교폭력 방지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힐다잉 체험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삶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힐다잉 체험은 학교폭력 방지나 청소년 자살 예방에도 효과적이다”며 “노년층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힐다잉 체험을 통해서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센터장은 “힐다잉 체험의 의미와 진정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면서도 “우리 사회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죽음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는 체험이 활성화되는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힐다잉 체험은 ‘죽음은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유언서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나온 삶을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 자신이 살아온 삶을 죽음 속에 담고 있었다. 앞으로도 웰다잉 문화는 우리가 죽음을 통해 그동안의 삶과 앞으로의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한가람·서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달려왔던 한 학기, 쉼표를 찍으며
2
광개토대왕릉비
3
적극적 참여로 총학 선거 투표율 높이자
4
제50대 총학생회 선거 앞두고 합동공청회 열려
5
가장 기억에 남는 숙대신보의 기사는?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강미은 | 편집장 : 하재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7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