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자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수백 번의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다양한 구도를 담아내기 위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민망함을 무릅쓰고 특강의 진행자 바로 앞에서 촬영하기도 한다. 그렇게 얻은 수십 수백 장의 사진 중 기사에 실을 수 있는 사진은 고작 서너 장 정도다. 숙대신보에 들어와 난생처음 디지털카메라를 만졌던 필자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셔터를 더 많이 누르고 뛰어다녔다.

하지만 필자가 특강에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우들의 모습을 촬영하려 할 때, 학우들이 불쾌함을 느낀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31일(화) 필자가 ‘경력개발시스템 SNOWAY 설명회’에 취재를 갔을 때였다. 필자는 평소와 같이 강당을 누비며 학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학우들은 필자의 사진 촬영이 불쾌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필자가 낮은 구도로 촬영하기 위해 몸을 구부렸을 때는 몇몇 학우가 필자를 보며 비웃기도 했다.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은 필자는 절망감과 무기력감에 빠졌다.

이 감정은 이후의 다른 취재까지 이어졌다. 필자는 진로지도주간을 맞아 진로컨설팅을 받는 학우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순헌관 앞 광장으로 갔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면 수많은 인파가 모두 필자를 쳐다볼 것만 같다는 공포감에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처음으로 필자는 숙대신보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었다. 그 결과, 필자는 소극적으로 사진을 촬영했고 기사에 들어갈 만한 좋은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다.

그 주 평가회의 시간에 기자들은 앞으로 학우들을 촬영할 때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기로 약속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필자는 모르는 사람에게 촬영 당하는 학우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목에 건 기자증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날 필자는 학우들에게 몹시 미안했다.

이후, 지난 15일(수) 필자는 ‘프라임을 만나다’가 열린 프라임 학생창업지원실(Start-up Lounge)에 취재를 갔다. 그 날 필자는 학우들에게 다가가 촬영 동의를 구했다. 그들은 필자가 말을 걸었을 때 당황한 듯 보였지만 친절하게 촬영에 응해줬다. 동의를 구하니 마음 놓고 촬영을 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기자의 본분은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만 연연하고 과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좋은’ 기자는 될 수 없다. 촬영하기 전에 동의를 구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되는 과정 중 하나다. 앞으로도 필자는 좋은 기자로서 좋은 기사와 좋은 사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