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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에 가려진 그림자, 산후우울증
이지원 이수연 기자  |  smplsy94@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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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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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아이를 안고 있는 A 씨는 멍한 표정이다. 최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면 몸이 가벼워져 더 편할 줄 알았던 A 씨는 이유 모를 무기력감에 힘이 빠졌다. 육아 휴직을 한 채 일을 잠깐 쉬고 있는 A 씨는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짜증만 늘어났다.

그러던 중,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한 여성을 만난 A 씨는 이야기를 나누며 ‘산후 우울증’에 대해 알게 됐다. 산후 우울증의 증상이 최근 자신의 모습과 같아 ‘혹시 나도 산후 우울증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A 씨는 집으로 돌아와 산후 우울증 자가진단을 해보며 자신이 산후 우울증의 하나인 ‘산후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산후 우울감은 무엇이며, 산후 우울증이란 무엇일까.

 

출산 후의 우울감, 지속되면 우울증의 초기신호

아이를 낳은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많은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변화 중 대표적인 것은 출산 후 나타나는 우울한 감정이다.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면 산후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판단한다. 산후 우울증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산후 우울감, 산후 우울증, 산후 정신병으로 구분된다.


산후 우울감은 출산 후 2일에서 4일 내에 발생한다. 주로 우울, 짜증, 눈물 등의 기분변화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산후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감정인 산후 우울감과는 다르다. 산후 우울증은 주로 출산 이후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발병한다. ‘출산 후’라는 특성을 제외하면 증상은 보통의 우울증과 비슷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무기력함, 불안증상 등이 있으며, 신체적으로는 집중력 저하, 체중 변화 등을 겪게 된다. 이런 증상이 심해질 경우 자살 충동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으로도 이어지기도 하며, 아이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김낭승 용산구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증진사업 우울예방사업팀 팀원은 “많은 사람들이 산후 우울감과 산후 우울증을 구분하지 못 해요”라며 “산후 우울증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은 산후 우울감인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산후 우울감은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감정 중 하나지만 산후 우울증은 마음의 병을 넘어선 하나의 질환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줘요”라며 산후 우울감과 산후 우울증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산후 정신병은 출산 후 2주에서 3주 내에 0.1%에서 0.2% 정도의 극소수의 산모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으로 입원과 약물 치료를 필요로 한다. 산후 정신병은 극도의 정서불안, 분노반응,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아직까지 산후 우울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상황이나 환경의 변화 및 호르몬의 변화가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여성은 아이를 낳음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고, 출산 이후 불러지는 호칭에도 변화가 생긴다. 출산 전, 한 명의 주체에서 누군가의 엄마로만 인식돼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는 것이다. 또한 에스트로겐 호르몬, 인간융모성고나르도트로핀(HCG 호르몬) 수치도 출산 전후에 큰 변동을 보인다.


초산 당시 산후 우울증을 경험했지만 이를 치료 받지 않은 여성이 또 아이를 낳을 경우, 다시 산후 우 울증을 겪을 확률은 급격히 높아진다. 김 팀원은 “산후 우울증을 겪은 산모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후 다시 산후 우울증에 걸릴 위험률이 최대 80%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라며 “산후 우울증은 꼭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이죠”라고 산후 우울증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후 우울증, 실제 경험담을 들어보다

김지윤(여·37) 씨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간 후 약 1년 간 산후 우울감을 경험했다. 말로만 듣던 산후 우울증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산후 우울증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라며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죠” 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증상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 김 씨는 “아이를 낳고 신체의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감이 떨어져 힘들었죠”라고 당시 감정을 설명했다. 송은진(여?37) 씨 역시 출산 한 달 후쯤 산후 우울감을 경험했다. 송 씨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책을 통해 산후 우울증에 대해 간략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산후 우울증이 우울감, 정신병으로 세분화되는 것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무기력감과 짜증을 느끼는 상태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라며 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점을 설명했다.

 

송 씨는 이런 경험을 이유로 여성 혼자서 육아를 도맡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힘든 육아를 홀로 견딘 것이 산후 우울증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송 씨는 “심한 우울감에 빠져 아이를 쳐다보기도 싫었고 아이가 울어도 안아주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당시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하죠”라고 말했다. 김 씨는 우울증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호르몬 변화와 불면을 지목하면서도 “가족구성원의 배려부족이 영향을 미쳤어요”라며 “산모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전교육이 필요해요”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심한 산후 우울증 증세를 앓던 송 씨는 육아 스트레스가 해소되자 산후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송 씨의 남편은 송 씨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 걸 돕기 위해 아이를 돌보고 송 씨가 홀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등의 노력을 했다. 송 씨와 같이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산후 우울증을 극복한 김 씨는 아이가 크면서 외부활동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산후 우울감에서 벗어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 씨는 “산후 우울증을 모든 가족이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라며 “육아는 여성만의 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신후 우울증을 극복한 송 씨는 “사람마다 증상이나 강도는 다르지만 우울감 자체는 대부분의 산모가 겪는 과정인 것 같아요”라며 “산후 우울증을 부자연스러운 정신병으로 보지 말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산후우울증 치료, 인식의 확산이 필요할 때

 

산후 우울증의 치료는 상담과 약물 투여가 병행된다. 산모는 모유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과정에서 약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김 팀장은 치료 과정에 대해 “먼저 건강 상태를 진찰하고 필요한 검사를 받아요”라며 “최소한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항우울제 등을 이용해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산후 우울증에 대해 병원 치료 외의 방법을 택한다. 박 씨는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산모들의 모임이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산후 우울증 치료에서 대인관계가 단절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이용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는 등 정서를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라며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김 팀장은 “가족구성원들의 육아 참여 및 산모에 대한 관심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산후 우울증은 산모뿐만 아니라 아이의 발달과 건강에도 영향을 주는 질환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팀장은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구보건소에서는 매년 산모들을 대상으로 산후우울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 팀장은 “아직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아 이에 대해 모르는 산모들이 많아요”라며 “산후 우울감은 개인의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산후 우울증과 산후 정신병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산후 우울증의 방지와 극복을 위해서는 산후 우울증 예방교육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며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출산 및 보육 관련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임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출산 이후의 여성에는 무관심한 듯 보인다. 한 명의 여성을 그리고 하나의 가정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더 포괄적인 인식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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