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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이주영 기자  |  smpljy9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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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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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남·45) 씨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 이거 마시면 사귀는 거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다. 이는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대사로,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 강렬한 대사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정우성(남·45) 씨다.

본지 기자는 그의 소속사 건물을 찾아가 정 배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정 배우는 “한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라며 본지의 기자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영화관 스크린이나 텔레비전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만난 그는 무척이나 진솔했다. 
 

서툴렀던 시작, 배우를 향한 첫 걸음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정 배우지만, 배우라는 꿈을 처음 가지게 된 것은 영화가 ‘현실 도피’의 수단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놀 거리가 달리 없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그는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정 배우는 “주말마다 해외의 명작을 방영하던 ‘주말의 영화’라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낙이었어요”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영화 속에서 주로 등장하던 카우보이와 서부 총잡이들을 보고 영화배우라는 꿈을 갖게 됐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정 배우는 막연히 영화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의 꿈이 구체화된 것은 중학생 때였다. 연기에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한 정 배우는 중학교 2학년 때 연기학원을 잠시 다니는 등 꿈을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이후 정 배우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로 사회에 홀로 뛰쳐나온 정 배우는 막막함을 느꼈지만 배우라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정 배우는 “키가 크고 예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라며 “모델 일을 하며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았죠”라고 말했다. 정 배우는 모델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방송국에 탤런트 공채 원서를 제출했으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배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모델로서 어느 정도 인기를 얻게 된 정 배우는 우연히 당시 영화음악을 다루던 음반 기획사의 매니저를 소개받았다. 그를 통해 영화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오디션에 통과해 출연하게 된 영화가 바로 그의 데뷔작 「구미호」였다. 정 배우는 “운 좋게 오디션에 통과해 주인공이 됐어요”라며 “첫 연기라 부족한 점이 많았죠”라고 배우로서의 첫 발걸음을 회상했다.

데뷔 이후 정 배우는 ‘터프가이(Tough Guy)’ 이미지로 ‘제2의 최민수’라 불리기도 했으며, 영화 「비트」 이후 ‘청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배우는 그런 수식어에 규정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며 학교를 자퇴하고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정 배우는 “어린 나이에 혼자 사회에 나와 ‘이 사회에서 나는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이 돼야할까?’라는 고민을 시작했어요”라며 “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에 ‘다른 사람처럼 돼야 한다’는 말이 싫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 안의 여러 가지 욕구와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 이유죠”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관점으로 대중 앞에 나서다
“우리나라 배우 중에선 제가 제일 잘 생겼다고 생각해요” 정 배우가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외모에 대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정 배우에게 본지 기자는 외모로만 주목받을 때 불만을 느끼진 않는지 물었다. 이에 정 배우는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죠”라고 답했다. 정 배우는 오히려 이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는 “배우로서 관객과의 감성적인 교류도 중요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외모에서 오는 환상을 주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경력이 쌓이니 어릴 때처럼 부끄럽다고 받아치기도 민망했어요”라며 “나이가 드니 뻔뻔함이 생겨 외모에 대한 질문에 농담처럼 대답하곤 했죠”라고 말했다. 이런 정 배우의 모습에 대중들은 오히려 솔직하다며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정 배우를 떠올리면 그의 폭넓은 필모그래피도 생각난다. 정 배우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아수라」 「더 킹」 등 다양하고 색다른 캐릭터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정 배우는 “시나리오를 고를 때, 전형적인 구성에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상업영화들을 많이 접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배우는 그런 전형적인 작품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을 시도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영화가 메시지를 어떻게 전하는지, 시의성에 부합하는 정서인지 등이 그가 말하는 ‘시나리오가 갖는 새로운 관점’이다. 그는 “새로운 이해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작품에 끌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결과 찍게 된 작품이 영화 아수라다. 아수라는 기존 영화의 전형성을 깨는 새로운 누아르 영화였다. 정 배우는 “보통 관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길 기대해요”라며 “어떤 우여곡절 끝에 악인이 선인으로 바뀌거나, 선인이 악인을 다 물리치는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수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결말로 끝을 맺는다. 정 배우는 “악이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이상 모두 악인 세상에선 그 악을 제거할만한 선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누아르라는 장르 안에 넣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새로운 도전 없이 대중들이 뻔히 봐왔던 영화일지라도 ‘즐겁다’는 평을 얻어내면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아수라는 정 배우가 안전함보단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 위해 선택한 영화다. 정 배우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전해질 때, 기존의 상업영화보다 훨씬 더 큰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라며 “아수라는 이에 대한 도전이었죠”라고 말했다. 그 결과, 아수라에 참여했던 영화 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작품이 탄생했다. 정 배우는 “배우들끼리 배우는 ‘아수라에 출연한 배우’와 ‘출연하지 않은 배우’로 나뉜다고 얘기해요”라며 “다른 배우들이 아수라에 출연한 배우들을 무척 부러워하죠”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올해 1월에 개봉한 영화 더 킹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정 배우는 “계속해서 관객과 소통하며 문제의식을 제시하거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영화의 역할이에요”라며 각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서의 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초 정치 격변기를 겪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언급하며 “정치적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표현하지 못한 목소리를 영화가 대변해줬어요”라며 “관객들은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죠”라고 말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영화에 대해 정 배우는 “여태까지의 캐릭터들로 얘기하고자 했던 주제에서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담긴 작품이나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영화의 캐릭터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 배우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캐릭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정 배우는 더욱 다양하고 탄탄한 연기로 대중 앞에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영화를 넘어 현실 문제에 눈을 돌리다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 배우는 사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정 배우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사회활동에 관심이 있던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유엔난민기구였다. 정 배우는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난민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수많은 나라의 위험지역에 방문했다. 그는 “폭격으로 인해 얼굴 반쪽에 화상을 입은 소녀, 전쟁으로 사망한 남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사흘 동안 시신과 살았던 가족 등 많은 전쟁의 비극을 봤어요”라며 직접 목격했던 전쟁의 참상을 떠올렸다. 

친선대사가 캠프 지역에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캠프 지역은 함부로 갈 수 없고 교통편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배우는 친선대사로서의 활동보다 현지의 난민들에게 늘 초점을 맞춘다. 그는 난민을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배우는 “난민은 어려움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에요”라며 “그렇기에 동정심은 오히려 이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어요”라고 당부했다. 감정적으로 동요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지켜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난민에 대해 가지는 오해를 언급하며 “피난을 간 난민이 원하는 것이 부유한 나라에서 사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위험해요”라며 “그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조국으로의 복귀죠”라고 강조했다. 

“유엔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쟁 없는 세상이에요” 그는 평화로운 세계를 꿈꾼다며 정치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 배우는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평화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어요”라며 “우리가 지도자를 뽑을 때 얼마나 잘 선별해야 하는지 알려주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배우는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에요”라며 “정치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여러 문제들과 직결돼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정 배우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정치에 무관심하면 사악한 정치인의 지배를 받게 돼요”라며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 소수만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정 배우는 “누군가를 원색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야 해요”라며 국민으로서 관찰자의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선 “본인의 직업과 관계없이 특정 당파나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죠”라며 “그 발언으로 인해 본인에게 씌워지는 이미지를 감수하는 것은 본인의 결정이기 때문이에요”라고 견해를 밝혔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의 영화를 통해 여전히 젊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정 배우는 현재 20대를 보내고 있는 학우들에게 “각자가 완전한 모습이라는 자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라며 “비슷비슷한 구성원 중 한 명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를 빛낼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이뤄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 배우는 “잘 만들어진 제도와 그 서비스가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라면서도 “그러나 제도의 틀에 맞춰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는 되지 않았으면 하죠”라고 덧붙였다.

사람 정우성으로서의 목표는 ‘나이 잘 먹은’ 좋은 사회 선배가 되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멋진 배우, 더 나아가 멋진 사람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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