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쿠시모토로 향하는 특급 열차를 타고 약 4시간. 창밖으로 보이는 정겨운 풍경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기관사가 일일이 표를 확인하는 전차, 바로 앞에 보이는 바다와 양식장….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와 동생은 첫 번째 목적지인 긴키대학교 수산연구소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만난 타키이 교수님은 우리를 한눈에 알아보셨다. 10년 전, 일본에 처음 갔을 때도 아빠와 함께 칸사이 공항까지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신 것도 교수님이셨고, 이번에 갔을 때 처음 만난 분도 교수님이라니.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한 번 맺어진 인연은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준비해 간 선물을 전해드리고 다른 분들께도 인사를 드렸다. 모두 우리를 잊지 않고 있었다.

우리 집이 있었던 시모사토로 이동해 해수욕장과 보육원을 둘러보고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세월이 흐른 만큼 교실 위치가 바뀌고 운동장에 잔디가 깔리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교내를 둘러보며 나와 동생은 추억에 잠겼다. 종이로 대출 명세를 쓰던 도서관은 이제 전자 시스템으로 바뀌고, ‘맨발의 겐’이 있던 책장은 새로운 책들로 채워졌다. 한일 교류의 목적으로 김밥 만들기를 했던 가정실, 끝내 가지 못한 4학년 교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두 눈에 새긴 추억의 장소는 내가 여태껏 기억하고 있던 10년 전 풍경에 덧입혀졌다.
스마트폰(Smart Phone)도 없던 시절 헤어진 친구들과는 부모님들을 통해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워낙 작은 동네다 보니 건너 아는 사이에, 동생들이 아직 근처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이사를 안 간 집이 많았다. 천천히 걸으면서 동네를 음미하고 기억나는 집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연락처도 전달했다. 모두 반갑게 맞아줘서 ‘우릴 잊었으면 어떡하지!’ 같은 근심은 싹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귀국한 이래 처음으로 간 일본은 내가 기억하는 풍경 그대로였다. 모두가 우리를 이방인으로 여기지 않았고, 잠깐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돌아온 소중한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만난 사람마다 각자 기억하는 추억을 나누고 웃음꽃을 피웠다. 서로의 것을 거리낌 없이 내어주고 손을 맞잡고 부둥켜안아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다녀왔니?”

지수연 (일본학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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