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오글거리다’는 ‘좁은 그릇에서 적은 양의 물이나 찌개 따위가 자꾸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다’로 정의되는 단어다. 과거에 ‘닭살 돋다’는 말로 표현됐던 감정은 오글거린다는 언어로 대체되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오글거리는 것을 꺼리는가?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추론하고자 한다.

첫째는 열등감이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질투와 같은 감정으로 바뀌어 표현되곤 하는 것이다. 어떤 지인은 ‘슬픈 일은 공유할 수 있지만, 기쁜 일은 직계 가족조차도 온전히 나누기 어려운 것 같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한가로이 누워 있노라면, 더불어 앙드레 가뇽의 연주까지 함께라면 더 이상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배우 장근석의 글은 경험해보지 못한 여유로움에 대한 동경 때문에 오글거림의 대명사로 자리하게 된 것은 아닐까.

두 번째는 공감 능력의 부족이다. 이는 개인의 성격 차이일 수도 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사람들은 타인들의 감정이나 경험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기에 그 표현을 이해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의 지나친 발전이다. SNS는 알고 싶지 않은 타인의 감정, 경험, 표현까지 볼 수밖에 없다. 가까운 과거에 유행했던 블로그(blog)나 방명록은 그나마 개인적인 통로다. 지금의 SNS는 대자보에 쓴 일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희로애락, 그것을 꾸며낸 문장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오글거림의 새로운 문화는 금세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고, 철저한 자기검열의 수단으로 쓰인다. 심지어 혼자 쓰고 읽는 일기에조차 감성을 자극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감성팔이’를 자제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최근 오글거린다는 말이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중요한 행위를 억압하고 폄하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사회가 언어에 주는 영향은 너무 미약하다. 그러나 한참 느리고 작은 영향력이라도 그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상처를 위로하거나, 힘들면 쉬어도 된다는 글이 담긴 이미지들이 SNS에 떠도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종종 누군가의 앨범이나 카카오톡 배경, 휴대폰 배경화면 등에 자리 잡는다. 정작 본인의 감정은 숨기고 감추고 부끄러워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그것을 겨우 소화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현지 (미디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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