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38호에서 필자는 사라져가는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소재로 다뤘다. 기사를 쓰기 위해 ‘풀무질’ ‘그날이 오면’ ‘녹두서점’과 같은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을 취재했다. 그 중 한 서점 주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인문사회과학을 지키는 것이 내가 가진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또, 인문사회과학서점의 중요성을 알고 ‘후원의 밤’ 등을 통해 서점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가 변하면서 사라지는 것들이 생긴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의 가치를 알고 이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최근 제주도의 허파 ‘곶자왈’이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금운동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시민이 곶자왈 땅 한 평씩 사기 운동’도 했다. 새만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환경단체, 돈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터전인 대추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대학생들, 자발적으로 모여 전통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할 때 이들은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봤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과거의 것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해졌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가치까지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그 내면에는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이룬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파괴하는 것은 바다에서 살아온 어민들의 추억을 파괴하는 것이고, 대추리를 빼앗는 것은 농촌사회를 붕괴하는 것이다. 또, 서점이 사라지는 것은 학생운동의 중심축이었던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회는 변했다. 사람들은 ‘더 빠른 것, 더 거대한 것, 더 편리한 것’을 원한다. 그러나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커다란 가치를 지니는 것들이 세상에는 아직 많다. 그리고 그 가치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보내는 작은 성원 하나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작은 인문사회과학서점이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홍수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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