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 > 기획
불청객 정전기, 때로는 고마운 존재
서조은·서가영 기자  |  smpsje93@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9.2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패딩(Padding)을 입었을 때 달라붙는 머리카락, 겨울철에 털을 만졌을 때의 짜릿한 느낌 모두 멈춰있는 전기, 바로 ‘정전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전기는 누구에게는 불청객일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대용량 핸드크림을 바르거나 플라스틱 빗에 물을 묻혀 머리를 빗기도 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스치기만 해도 정전기가 일어나지만 다른 누군가는 패딩에 팔을 문질러 봐도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서 찾아오는 정전기는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또 정전기를 이용해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된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전기의 따끔함을 느끼기까지
정전기는 마찰 때문에 생긴다. 본래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띤다. 이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 상태에서 물체 간 마찰이 일어나게 되면 원자핵 주변의 음전하를 지닌 전자가 다른 물체로 이동하며 균형이 깨지게 된다. 전자를 잃은 물체는 전기적으로 더 이상 중성이 아닌 양성을 띠게 되며 전자를 얻은 물체는 음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물체에 더 이상의 접촉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에 고요할 정(靜)과 전기를 합쳐 정전기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만약 물체에 마찰이 가해질 경우 정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물체 간 혹은 물체와 우리 몸 사이에 전자를 주고받다 보면 전기가 저장된다. 한도 이상의 전기가 쌓인 상태에서 적절한 유도체와 닿으면 그 동안 쌓였던 전기가 불꽃을 일으키면서 이동하게 된다. 본교 홍성완 전자공학전공 교수는 “전하는 항상 다른 극성의 전하에 끌린다”며 “우리 몸이 양 혹은 음의 전하를 띠고 있을 때 다른 물체에 다가가면 우리 몸에 있던 전하가 해당 물체로 끌리게 되면서 정전기의 따끔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전기는 일반적으로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쉽게 발생한다. 습도가 높을수록 정전기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으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상대적으로 많아 전하들이 공기 중의 수증기에 붙어 물체로부터 떨어지게 된다. 이로써 물체가 한 종류의 전하를 많이 가지고 있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건성 피부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지성 피부인 사람에 비해 정전기가 더 자주 발생한다.

정전기로 인해 감전이 되지는 않을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정전기의 전압은 수천에서 수만 V(볼트)까지 이르러 번개와 비슷한 전압이 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건전지의 전압은 1.5V이며 가정용 콘센트의 전압은 220V인 사실을 고려하면 정전기의 전압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전기는 전압만 높을 뿐 전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흐르기 때문에 감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홍 교수는 “감전과 관련이 깊은 것은 전류지만 정전기는 전류를 거의 생성하지 못한다”며 “정전기는 전압이 높다고 해도 따가울 뿐이지 우리 몸을 감전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정전기가 우리 몸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우리 몸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정전기가 우리 신체 기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지만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며 “다만 우리 몸이 지속적으로 정전기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은 몸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조금만 유의하면 예방할 수 있는 정전기 사고
정전기는 우리 몸엔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산업현장에선 크나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전자제품 안에 사용되는 반도체 회로에 정전기는 치명적이다. 홍 교수는 “반도체 회로에 정전기의 높은 전압이 직접 가해지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반도체 회로에는 정전기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들어가 있지만 심한 정전기의 경우 반도체 회로에 영향을 줘 정상적인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정전기는 때때로 분진이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 폭발을 일으킬 때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홍 교수는 “가연성 분진이 아닌 밀가루와 같은 일반적인 분진에서도 정전기에 의해 분진폭발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경우에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기름방울인 유증기가 정전기와 만나게 되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목) 광주의 포장용 완충재 생산 공장에선 가스가 정전기에 의해 발화해 큰 화재가 났었다. 화염에 의해 LPG 저장탱크까지 폭발하면서 100m 밖까지 흩어진 파편에 의해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사건이었다.

이런 정전기의 위험성은 ‘접지’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접지는 물체에 쌓인 전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중성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에서 부품을 망가뜨릴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정전기 방지 테이프가 그 예다. 정전기 방지 테이프는 일반 테이프와 다르게 테이프 접착 부분에서 정전기의 발생을 낮춰 부품의 불량을 막아준다. 직접 주유하는 셀프(self) 주유소에 있는 정전기 방지패드도 접지를 이용한 사례다. 홍 교수는 “정전기 방지패드를 만지면 몸에 있는 전하가 정전기 방지패드를 통해 빠져나간다”며 “전하가 이동하면서 우리 몸이 중성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전기가 자주 일어나는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선 정전기 방지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전기 방지제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습도를 높이고 전기가 잘 흐르도록 해 정전기의 발생을 막는 약제다. 주로 옷이나 이불 등에 정전기 방지제를 뿌리는 형태로 정전기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홍 교수는 “정전기 방지제는 섬유가 수분을 흡수하도록 도와준다”며 “옷에 전하가 쌓이지 않고 흘려보내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선 사소한 방법으로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다. 실내에선 습도가 높은 곳에서 정전기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하기도 한다. 손잡이를 잡기 전에 손바닥에 입김을 불고, 보습크림을 바르거나 세탁을 할 때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는 것도 실내에서 정전기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특히 겨울철 극세사 이불을 덮었을 때 타닥하는 소리를 내며 온몸에서 정전기가 일어날 때는 이불 끝에 옷핀이나 클립을 꿰매 전류를 흘려보내거나 이불에 물을 뿌려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다.
 

주변 곳곳에서부터 미래 환경까지 생각하다
정전기가 우리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정전기를 이용한 사례도 있다. 홍 교수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포장용 랩, 공기청정기, 잉크젯 프린터(Ink-jet Printer)는 정전기의 원리를 이용한 가전제품이다”고 설명했다. 포장용 랩의 경우, 랩 부분을 뜯어낼때 발생하는 정전기로 물건이 랩에 달라붙어 포장이 되도록 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정전기를 이용한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Blue Sky)’를 새로이 선보였다. 이 공기청정기는 정전기를 이용해 필터 사이에 미세한 먼지들까지 제거한다. 필터에서 작은 먼지들이 공기가 지나가는 구멍을 막지 못하게 해 필터의 수명을 늘려주기도 한다.

전기가 환경 보존을 위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는 정전기를 통해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Daan Roosegaarde)의 작품으로 공기오염을 해결한다는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Smog Free Project)’의 일환이다. 스모그 프리 타워 아래엔 전기가 잘 통하는 구리 코일(Coil)이 있다. 이 구리 코일에 전기를 흘려 음극과 양극을 만든다. 구리 코일에서 만들어진 양전하를 띤 입자를 공중에 띄워 미세먼지에 달라붙게 한 뒤 이를 빨아들이기 위해 타워에 음극을 흘려보낸다. 이 과정은 다른 극성을 가진 전하에 끌린다는 정전기의 원리와 같다. 정전기를 이용한 이 기술은 일반 필터로 정화시키지 못하는 초미세먼지도 빨아들일 수 있다.

현재 스모그 프리 타워는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중국 베이징에 설치돼 있다. 로테르담과 베이징에서 모은 미세먼지를 압축해 만든 검은색 탄소덩어리인 ‘스모그 프리 큐브’는 반지와 ‘커프 링크스(Cuff Links)’로 만들어진다. 이는 지난 8일(금)부터 다음달 23일(월)까지 진행되는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선보여진다. 최은지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 홍보팀 프로젝트 매니저는 “반지와 커프 링크스의 전시는 ‘미래를 디자인하자’라는 주제로 진행된다”며 “환경오염의 문제를 디자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전시 의의를 설명했다. 정전기를 이용한 스모그 프리 타워로 공해를 줄이고 정전기로 모은 미세먼지를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 공해의 심각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습했던 여름이 가고 점점 건조해지면서 정전기가 발생하고 있다. 피부에서 따끔한 느낌으로만 존재했던 정전기는 사실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힘으로 알았던 정전기는 우리 곁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정전기는 우리에게 위험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예방하고 이를 활용하면 큰 편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정전기를 성가신 존재로 보는 대신 기대감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서조은·서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달려왔던 한 학기, 쉼표를 찍으며
2
광개토대왕릉비
3
적극적 참여로 총학 선거 투표율 높이자
4
제50대 총학생회 선거 앞두고 합동공청회 열려
5
가장 기억에 남는 숙대신보의 기사는?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강미은 | 편집장 : 하재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7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