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학우는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던 중, 독특한 제품을 발견하고 놀랐다. 버려진 자원을 활용해 만든 재활용품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A 학우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라고 쓰여 있는 상표를 보고 업사이클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찢어진 청바지, 부러진 식탁의 다리, 찌그러진 자동차의 사이드미러, 심지어 눅눅해진 뻥튀기까지.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물건들은 모두 제 기능을 잃어 쓸모없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업사이클링 산업으로 새로운 기능을 하는 제품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산업이 바로 업사이클링 산업이다. A 학우는 폐물품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혀주는 업사이클링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싶어졌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새활용'하다
업사이클링 산업은 재활용을 넘어선 ‘새활용’이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단순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 등을 더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시킴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 산업은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뿐 아니라 공간, 도시, 서비스 등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주는 모든 산업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 업사이클링 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해외에선 업사이클링 산업이 이미 활성화돼 있다. 그 예로 트럭의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든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 식음료 회사의 포장지를 패션 소품으로 활용한 미국의 ‘에코이스트(Ecoist)’, 폐타이어를 활용해 샌들을 만든 인도의 ‘인도솔(Indosole)’ 등이 있다.

장지훈 한국업사이클센터 센터장은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의 시장 규모가 작은 이유를 “우리나라의 업사이클링 산업은 영세 기업과 1인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업사이클링 산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2008년엔 5개 미만이었던 업사이클링 기업이 현재 100여 개로 증가했다고 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패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작된다. 지난 영화의 포스터나 한라봉 껍질, 호두 껍데기 등을 반지, 향초, 브로치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이자인원오원(Esign101)’, 버려지는 의류나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연닮기협동조합’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생겼다.

한기웅 에코스톤코리아 대표는 “강원도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지에 산재해 있는 폐자재의 재활용성에 대해 고민했다”며 “폐자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폐석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에코스톤코리아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한 에코디자인펜스, 아트벤치, 에코디자인방음벽, 버스승강장, 화분 등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진 못했다. 한 대표는 “처음엔 폐석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쉽게 사려고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구매한 사람의 80~90%가 재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금남 자연닮기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직접 만들며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며 “이를 체험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품,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다
버려진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 산업은 ‘산업’의 의미를 뛰어넘어 ‘예술’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본지 기자는 지난 22일(금) 광명에 위치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방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폐 산업단지 문화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제품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엄효종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문화관광해설사는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의 홍보관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5년에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링 거점 공간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하는 공간과 교육, 체험활동을 하는 공간을 분리해 두 개의 체제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층 전시실에선 지난 8일(금)부터 열린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소장작품전’이 진행 돼 각종 폐자원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1층 전시실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버려진 장난감을 통해 어릴 적의 추억까지 함께 재활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코뿔소’, 잡지와 전단지 등 대중매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한 ‘미디어맨, 배드맨’ 등의 작품들은 폐자원을 우리의 삶과 연결 지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 방문한 김주영(여·42) 씨는 “업사이클링에 대해 들어본 경험은 있지만 재활용과 비슷한 개념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업사이클링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업사이클링이 산업에서까지 활용된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업사이클링 산업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업사이클링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업사이클링 산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엄 해설사는 “업사이클링 산업이 아직 초창기 단계라서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며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업사이클링 산업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산업, 자원 활용 그 이상의 가치를 갖다
업사이클링 산업은 환경 보전과 자원 절약의 측면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한 대표는 “쓰레기로 인식되던 소재들이 새활용 제품으로 재탄생됨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원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교육적 효과를 설명했다. 장 센터장도 “업사이클링 산업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며 업사이클링 산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말했다.

이런 업사이클링 산업의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업사이클링 산업은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이다. 여전히 업사이클링 산업이 단순한 재활용이라는 생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업사이클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아직 미비하고 산업 특성상 원료의 수급이 불안정하다”며 업사이클링 산업의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한 대표 역시 “재활용과 새활용에 대한 편견으로 소비자들이 업사이클링 산업을 직접 접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람들이 폐자원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업사이클링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자리매김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단순히 재활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더한 새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업사이클링 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폐기물의 증가로 환경문제가 주목받을수록 업사이클링 산업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장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자원순환사회와 지속가능사회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물건을 손수 만드는 DIY(Do It Yourself) 문화와 친환경 의식이 자리 잡으면 업사이클링 산업은 자연스레 사회에 녹아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사이클링 제품은 소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독특한 디자인과 희소성을 가진다”며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오늘날에 업사이클링 산업은 최적의 산업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업사이클센터에선 업사이클링 산업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장 센터장은 “체험형 프로그램, 플리마켓 개최 등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인식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능동적,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폐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산업의 특징 때문에, 업사이클링 제품은 상품의 가치를 뛰어넘어 예술 작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구현해내기 위해 제작자의 끝없는 고민과 정성스런 손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버려진 자원에 새로운 쓰임을 주는 것뿐 아니라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업사이클링 산업. 우리는 여태껏 업사이클링 산업의 의미를 간단히 재활용의 차원으로만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업사이클링 산업이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사회가 업사이클링 산업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환경을 더 새롭게 활용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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