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하면 어렵게만 느껴진다. 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고자 책을 펼치면 더 혼란스럽다. 일상용어와는 동떨어진 법률용어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렇듯 법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은 더욱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된다. 우리의 주변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헌법은 사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헌법개정의 여부와 내용을 놓고 말이 많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헌법개정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며 무슨 내용이 논의가 되고 있을까.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국가의 근본 규범으로 존재하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법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이렇듯 법은 강제성을 지닌 사회 규범이다. 그렇다면 최고법인 헌법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국가의 통치 조직과 국가 권력의 행사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근본법이다.

헌법은 법규범 중 최고 효력을 갖는다. 최고 규범으로서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게 한다. 헌법 제2장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의 통치 조직과 권력의 행사를 헌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다른 하위 법규범인 법률이나 명령 등은 최상위의 법인 헌법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은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자가 제기하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 제도는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일 때 그 재판과 관련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은 건전한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헌법은 국민 통합을 꾀하는 국민 합의적 기능 및 국가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 기능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헌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들 간의 합의점을 도출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헌법은 이처럼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김 교수는 “헌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과정은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과정으로 일종의 정치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법인 헌법, 까다로운 개정절차를 거치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9차 개정 헌법으로 오늘날까지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헌법의 개정 절차는 헌법 제10장 헌법개정(제128조~제130조)에서 정하고 있다. 우선 헌법개정을 발의하기 위해선 헌법 제128조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헌법 제128조 제1항에 따르면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현행 헌법상 국민은 헌법개정을 발의 할 수 없는데, 이는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헌법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의회에 직접 제출할 수 있는 제도인 국민발안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발의된 헌법개정안은 헌법 제129조에 따라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동안 이를 공고해야 한다.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헌법 제130조에 따라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국회법 제112조에 따라 무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지만 헌법개정안은 기명투표로 표결하게 된다.

국회가 의결한 후 헌법개정안은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친다. 국민투표에 부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헌법개정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투표의 의의를 설명했다. 국민투표는 만19세 이상인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이를 충족할 시 헌법개정이 확정된다.

헌법의 개정절차는 하위법인 법률의 제·개정절차와 비교했을 때 그 절차가 까다롭다. 이렇게 헌법개정의 절차가 까다로운 헌법을 경성헌법이라고 한다. 발의를 위해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을 요구하는 헌법개정 절차와는 달리 법률안은 국회의원 10인 이상이면 발의할 수 있다. 의결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인원 수와 찬성 수를 뜻하는 의결정족수 또한 법률의 경우 국회의원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 과반수 찬성으로 기준을 두고 있어 헌법의 개정 절차에 비해 느슨하다. 개정 절차에 있어 헌법이 법률보다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는 이유는 헌법이 최고법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헌법은 모든 법령의 근거이자 정당성의 근원이다”며 “이처럼 헌법은 국가의 최고 규범이기 때문에 최고의 효력을 갖으며 이로 인해 개정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지속된 논의, 변화의 움직임이 일다

개헌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제19대 대선 전인 12월 29일(목), 구체적인 개헌 논의를 위해 여야 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발족했다. 이후 제19대 대선 당시에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국민들은 개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4월 12일(수) 대통령 후보들을 만나 개헌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5월 18일(목)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싣겠다고 밝히면서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의 장을 형성하기 위해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29일(화)부터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이하 헌법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헌법개정 토론회는 이번달 28일(목)까지 전국 각지에서 총11회에 걸쳐 진행된다. 현장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헌법개정안이 헌법상 절차를 밟으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쉽지 않다”라며 “헌법개정안 발의 전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고 반영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화) 대전·충남·세종 지역을 대상으로 헌법개정 토론회가 한림대학교 일송아트홀에서 열렸다. 이 날 세종특별자치시를 개정헌법에 행정수도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수도권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세종특별자치시의 행정수도 논란은 지난 200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행 헌법에선 수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라 판결했다. 헌법재판소장의 다수 의견으로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명백한 관습헌법으로 수도 이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관습헌법이란 쉽게 말해 헌법상에 해당하는 관행이 항상성을 가지고 계속되고 반복돼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을 통해 최고법인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헌법전을 법원으로 하는 성문헌법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기재하는 데는 무리가 있기에 관습헌법을 인정하기도 한다.

헌법은 시대의 흐름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하위법인 법률 등과는 달리 그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다. 김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현행 헌법이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21세기 새 시대에 맞는 헌법이 필요해졌다”며 개헌의 요구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헌법은 국가 운영에 있어서 기초가 되는 최고 법규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같은 부서의 운영부터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헌법은 개인에서부터 국가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요소를 관할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재 헌법을 개정한다는 ‘개헌’ 논의가 뜨거운 감자다. 처음 관련 논의가 나왔을 때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개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전문가나 정치인들에게 모든 개헌 관련 업무를 맡기고 결과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참여해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두 가지 선택지 중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건 우리의 자유지만 헌법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구성요소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구성요소들 중 하나인 ‘국민’이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