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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덜키드,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
이주영·이혜니 기자  |  smpljy9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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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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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는 모습, 외제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 거울을 보며 선쿠션(Sun Cushion)을 얼굴에 두드리는 모습. 이 모습들은 더 이상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른 같은 아이, 즉 어덜키드(Adultkid)가 있기 때문이다.

어덜키드의 성장과 함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관리하는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용 화장품’을 추가하겠다고 올해 초에 발표하며 어덜키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스타필드(Starfield) 하남점과 고양점에서는 대규모 완구매장인 토이킹덤(Toy Kingdom)을 개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비의 주체로 우뚝 선 아이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아이들의 세상, 장난감 왕국을 다녀오다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고양 스타필드 3층에 위치한 토이킹덤엔 점심을 먹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토이킹덤은 키즈 테마파크 1,016평, 완구매장 837평으로 총 2,004평이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처음 마주한 토이킹덤은 동화 속에나 나올듯한 ‘장난감 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이킹덤의 입구에는 어른들이 지나기엔 작은 기차모형 통로가 있었다. 기차모형 통로는 형형색색의 빛을 내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기차길이 그려진 바닥을 따라 통로를 지나 그들만의 세상인 토이킹덤으로 입성하게 된다.

토이킹덤은 아웃도어(Outdoor), 히어로(Hero), 프린세스(Princess), 드림(Dream) 등 총 11개의 구역으로 구성돼있다. 각 구역의 공통점은 부모님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상품을 고르며 소비한다는 점이다. 곳곳에 배치된 놀이 공간에서 게임, 블록 쌓기, 장난감 대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장난감을 체험한 아이들이 부모님께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은 아웃도어 구역의 유아용 전동차를 파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어른들이 타는 자동차와 생김새는 같지만 크기만 다른 전동차를 타고 직접 운전해볼 수 있다. 기능만 자동차와 같은 것이 아니라 페라리(Ferrairi), 람보르기니(Lamborghini), 맥라렌 P1(McLaren P1) 등 어른들 세계에서 흔히 ‘고급 자동차’라고 일컬어지는 브랜드의 전동차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전동차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에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태워보는 경우보다 아이들이 헐레벌떡 뛰어와 직접 차에 올라타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어른들이 차를 시승해보는 것처럼 아이들은 차를 타고 앞뒤로 움직이며 해맑게 웃었다.

여러 구역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구역은 마지막 구역인 드림이었다. 이 구역에서는 아이들의 꿈을 체험할 수 있는 장난감들을 팔고 있다. 요리사, 스타일리스트(Stylist), 건축가, 과학자를 포함한 13가지의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구역의 장난감들은 외양만 흉내낸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신경 쓰면서도 실제 어른들처럼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주방 코너에 있던 미니 테팔(Mini Tefal)과 클라인 밀레(Klein Mille) 제품들이 바로 그 예다. 실제 가정에서도 쓰이는 두 브랜드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요리해볼 수 있게 전자렌지, 거품기, 토스터, 압력밥솥, 커피기계 등을 출시하고 있었다.

스타일리스트 상품으로는 매니큐어와 립 크레용(Lip Crayon) 등이 있었다. 이 제품 또한 피부 자극과 냄새를 줄여 민감한 피부를 가진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한 화장품이다. 스타일리스트 코너 앞에서 마주친 김명희(여·39) 씨는 이 현상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에는 부작용을 우려해 아이들만을 위한 화장품들이 따로 출시되고 있다”며 “아이들도 어린이용 화장품을 좋아해 직접 색상과 디자인을 고르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어린 딸과 함께 매니큐어의 색을 골랐다.

어덜키드,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허물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아이들을 소비 주체로 보고 있다. 어른이 쓰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어른용 옷으로만 나오던 의류를 입고 다니는 어덜키드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어덜키드는 어른(Adult)과 어린이(Kid)가 더해진 단어로 어른의 패션 트렌드를 따라하는 어린이들을 뜻한다.

5세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윤은숙(여·46) 씨는 아이들의 옷 디자인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윤 씨는 “아이들이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옷과 가방을 매던 때와 달리 어른들의 옷과 비슷한 모양을 한 어린이용 옷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장경아 숙명여자대학교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들이 어른과 같은 복장을 한 채 어른들의 말투를 흉내 낼 때면 과거와 달라졌음을 느낀다”며 “어린이집에서 어덜키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덜키드 현상은 옷뿐 아니라 화장품에서도 나타난다. 허수정(가족자원경영 16) 학우는 “유투브(Youtube)에서 5살 어린이가 화장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처음 보는 도구들도 능숙하게 사용하며 화장을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영상에서 초등학생들의 파우치에 선쿠션과 틴트 등 여러 가지 화장품이 있는 것을 봤다”며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2일(수) 온라인쇼핑몰 옥션(Auction)은 어린이용 선쿠션, 매니큐어, 립밤 등의 어린이 미용 제품 판매량이 최대 1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쓰는 화장품을 보고 사달라고 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서 아이들이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화장품을 사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SNS 속 화장하는 영상이 어덜키드 현상을 조성하고 어린이들의 화장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어덜키드 현상이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자녀를 한명 내외로 낳기 때문에 자녀의 요구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며 어덜키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아전동차 체험을 도와주던 토이킹덤 직원도 “출산율이 낮아져도 어덜키드 현상을 반영한 상품들의 소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어덜키드 현상, 아이들을 병들게 하다
그러나 어덜키드 현상엔 문제점이 있다. 이 교수는 “어덜키드 현상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아이들이 잘못된 소비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어덜키드 현상은 아이들이 과소비나 모방소비에 일찍 노출되게 한다”며 “향후 아이들의 합리적인 소비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잘못된 소비습관이 청소년 시기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이들의 어른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금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굳어진 소비습관은 바꾸기 힘들어 나중에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덜키드를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료그룹간의 형평성 문제도 어덜키드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어덜키드 제품은 임의소비재다”라며 “필수재가 아닌 부분까지 충족하며 생활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의 박탈감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마음껏 지출하지 못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어덜키드 현상이 확고한 문화로 구축된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아이다움을 해치는 어덜키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연령에 간직하고 있어야 할 순수함, 아이다움, 편안함은 아이들이 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다”며 “어른흉내를 내는 과정에서 이런 소중한 것들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어린이집에서 활동할 때 어른스러운 옷차림이 불편을 겪게 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긴 발레치마를 입은 아이들이 옷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며 아이답지 않은 옷차림의 불편함과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이 교수와 장 원장 모두 어덜키드의 문제점 해결에 있어 어른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교수는 “부모가 절약하거나 소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바른 소비습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확장된 소비습관을 자제하기엔 본인의 고통이 따르고 심리적인 박탈감도 따라오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들의 소비 습관을 잘 길러줄 수 있도록 부모세대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소위 ‘등골브레이커’처럼 모방 소비나 과소비를 하는 청소년들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며 “부모가 어릴 적 아이의 소비습관을 잘못 형성시키면 아이가 성장했을 때 소비습관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소비에 대한 어른들의 사고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여지는 가치에서 벗어나 참된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어른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이들은 이전부터 어른들을 따라하곤 했었다. 어른을 따라하는 모습에 ‘귀엽다’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에 어른을 따라하는 아이들은 더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엔 ‘과하다’ ‘벌써 어른들의 문화를 노출시킬 필요가 있을까’와 같은 우려 섞인 시선들이 차츰 생겨나고 있다. 이제 어덜키드 현상 속에 어린이의 진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적절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 대호토이즈에서 출시한 유아 전동차다. 아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도록 토이킹덤(Toy Kingdom)매장 내에 놓여있다.

 

   
▲ 슈슈페인트(Shushu Paint) 사의 립 크레용(Lip Crayon)과 수성 매니큐어다. 피부가 민감한 아이들을 위해 피부 자극과 냄새를 최소화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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