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말은 대개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행태를 이기적이라고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는 ‘나의’ 혹은 ‘우리만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반드시 변화돼야 한다. 각 집단과 계층이 ‘제 밥그릇’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지키는 것은 정부와 대비되는 자율적이고 성숙한 시민사회며, 결국 대의 민주주의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익집단은 공통된 이해관계나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구성한 조직체다. 이들은 특수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정부정책에 영향을 추구한다. 공직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당과 구분된다. 이익집단의 이익표출 수단은 청원, 탄원, 선거 지원 등 다양하다. 이익집단이 구성되기까지 공통의 이해관계와 성향이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며, 집단이 유지되기 위해 구성원의 지속적 연대와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명확히 공통된 이해관계와 성향을 가진 다수가 있어도 ‘무임승차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익집단이 조직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익집단의 조직과 활동은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특정 계층의 과소대표와 소외 문제를 타개할 실마리다. 각각의 이익집단이 각자와 정부에 영향을 미치며 이익을 관철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에서 ‘제 밥그릇’을 잘 지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을 ‘이기적인 투정’으로 간주하는 것은 결코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도 노동조합의 파업은 철도 노동자들이 사익을 위해 다른 시민들의 이동에 불편을 주고 출퇴근을 혼란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임용 절벽 사태에 대한 교육대학생들의 시위를 일반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모르는 특권층의 배부른 투정이라 비난하며, 이런 성격의 시위를 위축시키는 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특정 이익을 위해 연합하고, 기업이나 정부 부처와 같은 강자에게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갖고 협상하는 범시민적 합의는 굉장한 사회적 자본이다.

개개인의 합은 전체보다 크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범국민적 시위와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경험을 했다. 이젠 저항의 힘을 조직력과 내구성을 갖춘 힘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주목해야 한다. 부당함이 닥칠 때마다 일어나는 파편적 개인들의 단발성 저항 운동보단,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이 조직으로 연합해 정부와 여타 권력자들과 대등한 참여자로서 협상 탁자에 앉는 편이 훨씬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성주 (역사문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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