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관 7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국 땅을 밟은 것처럼 낯선 환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럽풍의 실내 디자인, 벽면에 걸린 프랑스어 간판. 그러나 그보다 더욱 눈에 띈 것은 흰 옷에 흰 제빵 모자를 쓴 외국인,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의 필립 바크만(Philippe BACHMANN) 수석요리장이었다.


은은한 밀가루 냄새를 풍기며 다가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 그는 바로 자신의 ‘요리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가 처음 요리를 택했을 때 그것은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 중 한 가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음식을 공부하고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를 접하면서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은 타올랐다. “1990년부터 세계 미식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때마다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를 경험했죠.” 그러던 중 한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됐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 문득 ‘아시아’라는 대륙에 흥미를 갖게 됐는데 마침 지금의 수석요리장 자리를 제의받아 한국에 온 거죠.”


그는 음식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나아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대한다. “요리도 하나의 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에게 조리법 뿐 아니라 먹는 법, 나아가 사는 법에 대해서도 가르칩니다.” 멋의 본고장 프랑스 출신다운 ‘요리 철학’이다.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국내 유일의 ‘르 꼬르동 블루’ 분교의 수석요리장이니만큼 그는 이곳에서 제대로 된 프랑스 전통의 맛과 멋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마녀유희>에 직접 출연해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 후면 한국에 온지 3년이 된다는 그에게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물었다. “한국 음식은 좋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쌀밥에 짠맛의 반찬이 곁들여지는 조화가 훌륭합니다.” 그는 인터뷰 전날에도 삼청동에서 궁중음식을 먹고 왔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지금은 프랑스 전통 요리를 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아직 기회가 없지만, 프랑스로 돌아갈 즈음엔 한국 음식을 응용한 조리법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필립 바크만. 언젠가는 분명 그가 개발한 한국과 프랑스의 퓨전 음식을 먹게 될 날이 오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