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듯, 신발에 자신만의 개성을 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발 디자이너(Designer) 고인희(회화 97졸) 대표다. 전 세계에 셀 수 없이 많은 신발 브랜드(Brand)가 있지만 고 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신발 브랜드 ‘헬레나앤크리스티(Helena and Kristie)’는 통통 튀는 개성이 담겨있는 신발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본지는 서울 롯데월드타워(Lotte World Tower)에 있는 헬레나앤크리스티 매장에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순수미술학도, 구두디자인 일에 매료되다
국내 제화 브랜드 헬레나앤크리스티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고 대표는 학창시절 디자인 분야가 아닌 서양화를 전공했다. 응용미술인 디자인과 순수미술인 서양화는 자칫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고 대표에게 서양화를 공부한 경험은 구두를 디자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서양화를 그리기 위해 캔버스(Canvas)에 그림의 구도를 잡는 과정은 구두의 골격을 디자인하는 과정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학창시절 캔버스에 끊임없이 작품을 구상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서양화를 공부하면서 배운 조형성은 구두 디자인의 미적인 부분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평소에도 유난히 패션을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 순수미술학도였다. 학창시절부터의 패션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선망으로 이어졌다. “친구들과 학교랑 가까운 이태원에 가서 자주 쇼핑(Shopping)을 했어요”라고 말하는 고 대표는 학창시절에 어떤 옷에 어떤 가방이나 액세서리(Accessory)가 어울리는지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고 대표는 “졸업할 때 순수미술 작가 쪽으로는 진로를 생각하지 않았어요”라며 “순수미술로 보낸 시간보다 패션에 투자한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죠”라고 회상했다.

패션 디자이너로 진로를 결정한 고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구두 디자인 일을 접하게 됐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함께 지원한 한 구두 브랜드에 인턴으로 취업하게 된 것이다. “운 좋게 시작한 구두를 디자인하는 일이 직업으로까지 이어졌죠” 구두를 디자인하며 흥미를 느낀 고 대표는 구두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 대표는 자신을 구두 디자이너의 길로 접어들게 한 구두의 매력을 한 단어로 ‘조형성’이라고 표현한다. 고 대표는 굽과 같은 구두의 골격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 “구두의 골격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스스로 화가 나요”라고 말하는 고 대표는 구두의 골격을 잡는데 열중하는 자신을 보며 구두디자인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구두의 조형성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 대표는 구두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고자 노력했다.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고 공부했던 과정들 모두 재밌었어요” 구두 디자이너로 거듭나기까지 구두에 관한 여러 가지의 시도와 고민이 뒤따랐다. 고 대표는 “구두는 옷이나 가방보다 표현이 자유로워요”라며 “구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론 스타일(Style)에 대해 많은 시도와 고민을 많이 했죠”라고 구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고 대표는 구두를 디자인 할 때 구두에만 몰두 하지 않는다. 어떤 의상에 어떤 신발이 어울리는지 전체적인 맵시를 생각하며 연구한다. “패션의 흐름에 따라서 통바지가 유행할 때는 어떤 신발이 어울리고 통이 좁은 바지가 유행할 할 때는 어떤 신발이 어울리는지 패션의 흐름, 역사, 경향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어요”라고 말했다.

헬레나앤크리스티,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인정받다

고 대표는 국내 유명 구두 브랜드 회사를 돌연 그만뒀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고 대표는 “저는 안정적인 것 보다는 변화를 원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구두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 고 대표는 첫 사업을 시작했다. 구두를 직접 디자인 한 뒤 제품으로 만들어, 주문한 회사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고 대표는 이 일 역시 지루함을 느꼈다. 주문한 회사의 입맛에 맞게 디자인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다시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고 대표가 찾은 새로운 일은 세계적인 의상 발표회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고 대표에게 프레타 포르테에 자신과 함께 참가하기를 권유한 사람은 헬레나앤크리스티의 동업자인 홍혜원씨였다. 홍 씨와 함께 고 대표는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해 자신이 디자인 한 신발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고 대표와 홍 씨가 프레타포르테에서 선보인 신발은 파격적이었다. 구두의 굽 높이가 12-13cm에 달하고 날개, 웨이브(Wave), 하트(Heart) 등을 활용한 이상적인 신발이었다. 신발을 신으면 곧 날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날개를 달고 하트를 크게 넣은 역동적인 디자인이었다. 색도 노란색, 분홍색과 같이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색상을 사용했다. 고 대표는 “판매가 목적은 아니었기에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디자인을 구상했죠”라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 대표와 홍 씨의 신발은 좋은 평가를 받아 프랑스(France) 파리(Paris)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라파예트(Lafayette) 백화점에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고 대표는 “프레타포르테의 모든 사람들이 저희의 신발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요”라며 “정말 꿈같은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라파예트 백화점에 제품을 선보인 2009년, 고 대표는 홍 씨와 함께 헬레나앤크리스티를 론칭(Launching)했다. 그녀는 “모험처럼 시작했던 프레타포르테 참가가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거죠”라며 헬레나앤크리스티의 첫 탄생을 회상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헬레나앤크리스티도 처음부터 순조롭진 않았다. 헬레나앤크리스티의 독특한 신발이 고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시행착오가 따랐기 때문이다. 특이한 디자인에 고객들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선뜻 구입하는 고객은 적었다. 고 대표는 개성있는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들이 과감한 디자인의 신발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해 나갔다. 많은 노력 끝에 모두에게 사랑받는 지금의 헬레나앤크리스티 신발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고 대표는 헬레나앤크리스티의 감성을 ‘글래머 앤 트위스트(Glamour and Twist)’라고 표현한다. 글래머는 여성성을, 트위스트는 보던 것에서 약간 비틀어 다른 것과 다르다는 것을 상징한다.

독특한 감성을 담아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성공한 헬레나앤크리스티는 국내 신발 브랜드로는 최초로 오는 10월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 백화점에 입점한다. 고 대표는 “바니스 뉴욕 백화점은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상품들을 모아놓은 뉴욕 최고의 백화점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 들어갈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라며 “헬레나앤크리스티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매 순간을 즐겁게 임했던 고인희 대표,
청춘들에게 꿈을 전하다

고 대표는 헬레나앤크리스티를 론칭하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는 헬레나앤크리스티가 끝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녀는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떻게든 그 기회를 잡았다. 고 대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제든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죠”라며 그녀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항상 새로운 도전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구두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브랜드 론칭이라는 뚜렷한 꿈을 가졌던 것이 아니기에 고 대표는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춘들의 마음에 공감을 표했다. 고 대표는 “내가 오랜 시간 집중하는 것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본인이 많은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탐색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조언했다.


고 대표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패션을 사랑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지녀야할 첫 번째 자질이에요”라며 “패션에 대한 관심과 함께 많은 고민을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찾아오는 기회 앞에 자신을 믿으며 매 순간을 즐겁게 임했던 고 대표는 자신만의 신발 브랜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 제 브랜드를 잘 성장시켜 세계시장에 우뚝 서는 것이 제 목표에요”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한껏 펼치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 고인희 동문이 별과 입술 모양이 새겨진 헬레나앤크리스티의 운동화를 들고 있다.
▲ ▲ 프레타 포르테에 출품했던 작품 중 하나. 구두 측면에 날개를 연상시키는 듯한 장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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