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활을 하면서 힘이 들 때마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썼다. 수많은 목록 중에서 하나는 ‘수능이 끝난 후 세계여행은 못 해도 전국여행은 해보기’였다. 이걸 수행하기 위해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통영’이다. 그 이유는 13년을 함께해온 친구와 간 첫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남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던 나여서 배낭여행 짐을 싸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적은 경비와 적은 짐을 싸 들고 나가는 배낭여행이어서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었다. ‘이 경비로 어떻게 다녀오지?’, ‘이 짐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었다. 여행을 시작한 후에 이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고속버스를 타고 통영에 도착해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로 갔다. 8인실이어서 모르는 사람들과 방을 써야 했지만, 친구와 함께여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짐을 금방 풀고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을 제대로 보기 위해 나섰다. 한산대첩이 있던 곳이어서 이순신 장군의 상징인 거북선이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동피랑 마을의 꼭대기에 있는 동포루에 올라가 경치를 봤을 때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통영에 거북선이 떠 있는 것이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동포루에서 본 통영은 마침 날씨가 매우 좋아서 여러 개의 섬도 보였다.

저녁때가 돼 일몰의 명소인 달아공원에 갔다. 달아공원으로 가는 동안 겨울인지 의심할 정도로 따뜻했던 낮에 비해 저녁은 점차 겨울의 모습을 보여줬다. 달아공원에 올라가서 본 일몰은 정말 아름다웠다. 다도해인 만큼 여러 개의 섬과 어우러진 노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사진에 그 아름다움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Party)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투숙객들이 모여서 같이 회도 먹고 술을 먹으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어서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술을 먹으면서 분위기는 편해졌다. 수능이 끝나고 성인이 되어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 테이블에서 내가 가장 어려서 언니, 오빠들에게 여러 가지 상담도 하면서 재밌는 파티였다. 이 파티를 통해 통영에서 단순히 볼거리만 눈에 담아간 것이 아니라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 올 수 있었다.

그동안은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나 혼자 즐기기에 급급했는데 통영여행을 하면서는 친구와 어렸을 적 이야기도 하며, 직접 모든 곳을 찾아가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서 여행의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배낭여행으로 여러 곳을 다녀보고 싶다. 여행하면서 느낀 것인데 여행은 추억뿐 아니라 나 자신도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다.
 

박현정 (역사문화 17)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