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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끝에서 고백하다[부장칼럼]
김의정 기자  |  smpguj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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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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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라는 자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매 순간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오롯이 필자의 ‘책임’이 된 신문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생긴 마찰, 기사가 미친 파장 등 숙대신보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책임을 편집장에게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짊어진 책임이 버거워 다음 날이 오지 않길 바랐다. 두려움에 잠식된 것이다. 같은 날 입사해 지금은 부장 기자가 된 동기들이 없었다면, 필자는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다. 숙대신보에서의 치열하고도 처절했던 나날을 함께해준 동기들을 위해, 고백하고자 한다.

지난 1년 간 필자는 동기들에게 있어서 ‘좋은’ 편집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후배를 위한답시고 동기는 뒷전에 두기 일쑤였다. 정 기자, 수습 기자를 우선으로 챙긴 후 부장 기자는 마지막에서야 챙길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족한 수면 시간과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 동기의 건강이 나빠져도 배려해주지 못했다. 기사 마감 날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해오는 한 동기에게 “아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평소와 같은 몸 상태라고 생각하라”고 답한 적이 있을 정도다.

실은, 한 번이 아니라 수없이 많았다. ‘통증을 잊고 일을 하는 것이 그나마 고통을 덜 느끼는 방안이지 않을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의 흐름으로 자신을 합리화했다. 필자가 ‘좋은’ 편집장이었다면 당장에라도 그 기자를 집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아파도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기자라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신문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는 숙대신보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그 주에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면 신문 발간에 지장이 생긴다. 신문을 최우선으로 둬야하는 필자는 부장 기자들의 사정에 ‘의도적인 무관심’으로 일관해야만 했다. 그들의 존재가 간절한 만큼 더욱이 외면했다.

아팠던 동기는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냈다. 최상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차라리 “못 하겠다”고 불평이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이날들의 기억은 퇴임하는 이 순간까지 필자를 죄스러움으로 옥죄고 있다.

쌓아둔 마음의 짐을 토해냈지만, 필자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낀다. ‘숙대신보’라는 울타리에서 나와 홀로서기가 두렵다. 서로가 없어 낯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느낄 것이다. 그때엔 업무가 아닌,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친구로서 곁에 있고 싶다. 소박하지만 우리는 그마저도 간절히 꿈꿔왔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편집실 좁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면서도 웃음 짓던 시간을 뒤로한 채, 우리는 숙대신보 기자 생활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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