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부문 심사평-박재민(한국어문학부 교수), 최시한(힌국어문학부 교수)

오늘날은 ‘이야기의 시대’ 혹은 ‘스토리텔링의 시대’이다. 전자매체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사람 사이의 담화가 많아지고 다양 해졌는데, 그것의 주된 양식이 이야기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이제 이야기를 디지털 기술로 콘텐츠화하는 산업이 주요 산업의 하나가 된 정도이기에, 우리는 날마다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만화 따위의 이야기 홍수에 휩쓸려 살아간다.

콩트는 이야기의 한 갈래이다. 이야기의 시대에 이것을 짓는 사람은 이야기 홍수 속에서 새로운 사건을 창작해내야 하는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런데 60여 편의 참가작 중 많은 작품이 이미 익숙한 ‘대중적’ 이야기에 파묻힌 나머지 남이 보 기에 낯설더라도 자기의 체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창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린 결과 같았다. 인간은 항상 ‘이야기하는 존재’이므로 사실 참신한 사건을 그리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흔한 사건이라도 새로운 각도에서, 새 로운 인물을 통해, 보다 그럴듯하고 치밀한 언어로 그려내야 한다. 뽑힌 작품들은 참신함보다도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 은 점이 있다고 보았다.

백로상을 받은 「지나간 바람」은 금기시되기에 오히려 익숙해진 제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여고생의 작품에서 보기 드문 표현의 섬세함과 기법적 치밀함이 돋보였다. 청송상 수상작 「지나간 바람」 역시 근래 흔히 다뤄지는 탈북민 이야기이다. 제 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 인물의 내면을 응축해 제시하는 역량이 엿보였는데, 그 내면 자체의 깊이가 아쉬웠다. 매화상을 받은 「도시」 또한 근래 대중적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주민을 다루고 있다. 후반부가 허술한 게 흠이지만, 사건을 섬세하게 펼 치면서 붉은 립스틱 같은 소재를 도시의 이미지에 어울리게 활용하는 솜씨가 좋았다.

제한된 장소에서 정해진 제목 아래 상상력을 충분히 펼치기는 어렵다. 백일장이라는 틀은 실상 창작과 어울리지 않는다. 참 가자들이 너무 결과에 얽매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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