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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넘나드는 작가, 경험과 상상을 써내려가다
고지현 서가영 기자  |  smpkjh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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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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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에요” 동화에서부터 뮤지컬 극본에 이르기까지. 독자와 관객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조현경(교육 87졸) 작가다. 동화「눈 내리는 밤」로 등단한 조 작가는 뮤지컬 <화석정>의 극본을 맡기도 했다.
생각과 경험을 재미있는 글로 풀어내는 조 작가. 본지는 조 작가의 작업실에 찾아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 작가가 된 엄마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책을 접한 조 작가는 언제나 글쓰기를 향한 열정을 품고 살았다. 대학 시절엔 기자가 되고 싶었고, 사회생활을 하며 드라마 극본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야 했다. 조 작가는 “두 아들의 엄마로서 아이들을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일은 포기했어요”라고 말했다.

가정주부로서의 삶에 익숙해지던 그녀에게 동화를 지을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그녀는 큰아들이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에서 착안해 첫 동화를 창작했다. 어느 날, 그녀의 아들이 집에 돌아와 흰 도화지가 아닌 검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조 작가는 검은 도화지 속에서 어우러진 여러 색깔에 영감을 받아 크레파스 요정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동화에는 어린이가 자주 사용하는 초록색 크레파스와 그림에 자주 등장하지 못하는 흰색 크레파스가 갖는 고민이 아기자기하게 담겼다. 이 동화가 바로 조 작가의 등단작 「눈 내리는 밤」이다. 「눈 내리는 밤」은 조 작가가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그녀에게 월간 ‘샘터’에서 시상하는 ‘샘터 동화상’을 안겨줬다.

이후 조 작가는 동화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태교 이야기(엄마·아빠가 함께 들려주는)」 등의 다양한 동화를 지었다. 고맙다며 연락해 오는 독자도 하나둘 생겼다. 창작의 원동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조 작가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조 작가는 “동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아요”라며 “저를 행복하게 했던 모든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동화를 통해 즐거운 모습만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행복하고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크레파스 요정들이 나름대로 살아가는 데 고민했던 것처럼, 그녀의 동화에는 삶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뜻깊은 이야기를 짓기 위해선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조 작가는 “동화라고 하면 다들 간단히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라며 “하지만 동화를 제대로 쓰려면 철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해야 하죠”라고 말했다. 작가의 깊은 생각이 담겨 있어야 읽는 이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동화 작가를 양성하는 ‘문학 아카데미(동화세상)’에서 故 정채봉 작가로부터 동화를 배웠다. 공부하면 할수록 동화 창작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 작가는 “물이 깊어야만 샘물을 퍼낼 수 있지 않나요”라며 “지식이 머릿속에 고여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펜을 내려놓고 만난 아프리카
각양각색의 이야기들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조 작가였지만 작품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2004년 봄, 어린이들의 조기유학 열풍이 불던 때였다. 당시 조 작가의 두 아들은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유학을 떠난 지 두 달 만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그녀의 두 아들이 크게 다쳤다. 사고로 뇌를 다친 둘째 아들은 장애를 얻었다. “다친 아이들과 가족이 떨어져 있을 순 없었죠” 아들을 돌보기 위해 그해 10월, 온 가족이 남아공의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으로 갔다. 치료를 하며 4년가량 머물 예정이었지만 체류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남아공에서 살게 된 그녀는 그동안 몰랐던 남아공의 모습과 마주하게 됐다. 동화 작가이기보다 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낯선 방문자로서 주변을 둘러봤던 시기였다. 조 작가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며 미처 몰랐던 아프리카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됐다. 개발되지 않은, 원시적인 곳이라는 선입견은 남아있지 않았다. 케이프타운의 세련된 경관을 보고 내심 놀라기도 했다. 조 작가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졌다. “가정주부로서, 어머니로서, 여행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문화를 알리고 싶었죠”라며 “‘아프리카’라고 하면 밀림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남아공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다 건너 남아공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란 조 작가는 다양한 활동에 나섰다. 남아공의 상황을 한국에 알리는 ‘YTN 남아공 통신원’으로 일했고, 케이프타운에서 여행자들의 쉼터 ‘안나 하우스(Anna House)’를 운영하기도 했다. 경험을 토대로 그녀가 작성한 케이프타운의 정보가 차곡차곡 담긴 블로그엔 수많은 독자가 모였다.

남아공에서 쌓은 경험은 글로 모였다. 2007년엔 그녀의 경험을 모두 모아 「남아공에는 왜 갔어?」가 출간됐다. 200여 장이 넘는 사진도 함께 담았다. 남아공의 어린이들을 위해 한국 전래동화를 번역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무지개와 같이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진 나라예요”라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보낸 시간은 조 작가의 시야를 더 깊고 넓게 만들었다.

뮤지컬 세계에 들어선 동화 작가
조 작가는 더 많은 나라를 오가고, 더 다양한 글을 쓰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올해 초, 조 작가는 눈으로만 읽는 글에서 더 나아가 뮤지컬에 도전했다. 그녀가 쓴 창작 뮤지컬의 극본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그녀가 집필한 작품은 율곡 이이의 일대기를 다룬 <화석정>이었다. “당시 율곡 이이에 대한 작품을 준비하던 지인이 섬세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여성 작가인 저에게 집필을 제안했죠” 뮤지컬 감독인 지인으로부터 극본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계기가 됐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조 작가는 크게 망설였다. 창작 뮤지컬은 실패하기 쉽기에 걱정이 앞섰다.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역사극을 준비하는 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조 작가는 “작품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온 기회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성장의 기회로 삼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극본을 쓰기 위해 조 작가의 끝나지 않는 공부가 시작됐다. 책을 찾아 읽거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으로 오류가 없는 극본을 만들어야 했다. “율곡 이이를 알기 위해 수많은 책을 찾아 읽었죠”라며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모인 마을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찾았다. “율곡 이이는 미래를 읽은 학자였고, 이에 맞춰 그의 일대기를 각색하고자 했죠”

조 작가의 노력 끝에 무대에 오른 <화석정>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뮤지컬이 됐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극 중 율곡 이이에게 집중했다. 뮤지컬에선 글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율곡 이이와 대신들이 갈등을 빚는 장면에서 한 초등학생이 “나빴어!”라고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직접 이야기를 꾸민 뮤지컬이 공연될 때, 조 작가는 뿌듯함보다 창피함을 먼저 느꼈다. 부족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조 작가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하는 것은 교만한 생각이었어요”라며 “공연을 거듭하며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됐죠”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화석정>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역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율곡 이이가 살았던 선조 시대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뮤지컬로 선보일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하고 있는데 대중에게서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예요”라며 웃었다. 새로운 창작 경험을 디딤돌 삼아 다음 작품을 구성하며 조 작가는 점점 성장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동화로 시작한 그녀의 작품 생활은 여행기와 뮤지컬 극본까지 제한 없이 뻗어 나가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기 위해 조 작가는 항상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공부한다. 자신의 일상을 영감으로 삼는 조 작가는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매일매일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다듬어낸다.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은 조 작가의 작업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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