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삶을 닮아간다고 했던가. 여기 숙명을 향한 마음이 꼭 닮은 모녀가 있다. 바로 권순인(물리학과 76졸), 이혜진(관현악 00졸) 동문이다.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교내 카페 ‘블루베리’에서 권순인 모녀를 만났다. 권 동문은 자리에 앉으며 허리에 두른 가방을 풀었다. “생각보다 후배들이 물건을 많이 사줘 돈이 꽤 모였어요. 축제를 맞아 바자회 열었거든요.” 권 동문이 참여한 바자회는 이과대 장학기금과 우성원(장애인 복지기관) 기증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 권 동문은 졸업한 지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 4년간 물리학과 동문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이과대 동문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권 동문의 넘치는 모교 사랑은 딸을 후배로 만들었다. “엄마는 딸 중 한 명을 꼭 숙명인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동문은 어머니의 추천으로 우리 학교에 들어오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관현악을 전공하는 이 동문은 우리 학교 실기시험을 치루기 보름 전까지도 지정된 실기 곡을 연습하지 못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계속된 추천에 이 동문의 마음이 숙명행으로 기울어졌다. 이 동문은 우리 학교 실기 곡을 빠른 시간에 가르쳐줄 수 있는 레슨 선생님을 구해가며 열심히 연습했고, 결국 합격했다.


어머니의 추천으로 평생 숙명 동문으로 살게 된 이 동문의 현재 속마음은 어떨까. “지금은 제 딸도 후배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숙명이 좋아요! 엄마가 동문이어서 좋은 점은 얼마나 많은데요.” 이 동문은 어머니가 동문이어서 좋은 점으로 다른 학부모보다 학교 행사에 더 관심을 갖고 챙겨준다는 것을 꼽았다. 이 동문이 학부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동문은 학교에 모여 친구들과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딸과 딸의 친구들을 격려하기 위해 권 동문은 간식을 싸들고 연습실을 찾았다. “정말 감동이었어요. 엄마가 활동하시는 동문회 회원 분들이 김밥 100줄을 직접 싸주셨답니다. 저에게는 선배님들이자 이모들이죠.” 이는 권 동문 모녀뿐 아니라 졸업년도가 25년이나 차이 나는 선후배 사이를 숙명이란 이름으로 묶어 줬다. 이 동문과 권 동문이 모녀사이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어머니의 모교 사랑을 보며 학교생활은 마친 이 동문은 그 사랑을 물려받아 현재 ‘동문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문 오케스트라’는 창학 100주년을 기념해 우리 학교 관현악 전공 동문들이 모여 만든 것이다. “졸업한 지 10년이 넘은 선배들부터 시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하는 선배들까지 모여서 연주를 해요.” 단원들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표를 직접 팔아가며 1년에 2번 연주회를 한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권 동문 모녀에게 ‘숙명모녀클럽’을 만들 생각이 없는지 농담 삼아 물었다. 이에 권 동문은 진지하게 관심을 표하며 말했다. “내가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이과대 동문회장 임기가 끝나면 만들어 봐야겠군요!” 머지않아 숙명모녀클럽도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권 동문 모녀의 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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