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2017년 5월 9일(화), 박근혜 전 정부가 머물렀던 어두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새 시작을 알렸다.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주요 인사들을 직접 발표하고 전 정부를 빠르게 수습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 SNS) 사용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야 더 나은 세상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질문이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과연 달님의 달빛은 모두를 비추고 있는가? ‘달님’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얻은 별명이다. 밤중 어둠을 밝히는 달처럼 그가 어두운 시국을 수습하고 세상을 환히 밝힐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선거 전 한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 토론에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원은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에게 이렇게 물은 바 있다. “동성애에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답했다. “그럼요, 반대하지요” 확신을 넘어 당연한 일을 묻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해당 토론이 방송된 바로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한 공식 행사에서는 성 소수자 단체의 기습 시위가 있었다. 문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성 소수자들이 유력 후보인 그의 앞길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성소수자를 향한 비난을 퍼부었다. 동성애를 병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감히 너희 같은 것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앞에 나서 큰일을 망친다는 등의 온갖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그간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침묵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당당히 호모포비아라고 밝히기 시작했다. 한 후보의 공적 발언이 전체 지지자들의 부당한 혐오를 정당화해 버린 것이다.

당선 이후, 일부 문 지지자들은 점점 더 집단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곧 왜곡된 집단적 권력 의식으로 이어져 대국민적 분열을 낳는다. 그리고 이미 확인했듯 이러한 싸움의 최전방에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이젠 ‘대통령’이다. 그가 정말 당신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이해했다면 보다 과감히 옳은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후보 시절 내내 내세웠던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마주하길 바란다. 여기 정부로부터 사람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들을,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버텨내는 달 없는 밤들을. 더 높이 뜬 달이 더 넓은 세상을 비춘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지영(가족자원경영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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