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수능이 끝난 겨울, 고등학교 시절 친구 3명이 제주도 여행을 제안했다. 수능 이후 멋진 여행을 꿈꾸던 나로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당장 만나 여행계획을 세웠다. 보호자 없이 멀리 떠나는 여행은 우리 넷 모두 처음이었다. 다들 기대 반, 걱정 반 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걱정되지 않았다. 비행기가 흔들릴 때 조금 무서웠다.

제주 국제공항에 내렸을 땐 한국말로 적혀있는 간판도 왠지 다르게 보였다. 첫날에는 유명한 국숫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공항에서 바로 이동한 것이라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들고 한 시간을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지쳐서 다른 식당을 찾으려고 하는 친구들에게 “TV에 나온 믿고 먹는 국수니 기다려서 먹고 가자”고 애원했다. 그 후 겨우 맛본 국수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맛있는 국수였다.

둘째 날에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사계 해변 근처에서 내렸다. 사계 해변에서 이어지는 올레길을 따라 쭉 걸었다. 사계 해변의 바다는 말 그대로 푸르렀다. 새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구분 지어주는 건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뿐이었다.

바다에 발도 담그며 천천히 걷다가 해물탕을 먹었다. 이때 전복을 원 없이 먹었던 것 같다. 배부르게 먹고 근처 수제 피자집에서 피자를 포장해 숙소로 돌아왔다. 피자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셋째 날에는 제주시에 갔다. 제주시에서는 작은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아담한 게스트 하우스와는 달리 대리석 바닥에 바다가 바로 보이는 전경. 넓은 화장실까지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게스트 하우스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동문 시장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시장 음식도 원 없이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랫동안 봐 온 친구들이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웃기도, 울기도 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장소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우리는 지금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다. 일본 오사카와 교토, 나라를 들려서 또 다른 멋진 추억을 쌓고 싶다.

김혜윰 (미디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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