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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학, 평등한 세상을 설계하다
서가영, 하재림 기자  |  smpsky92@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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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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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매년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가 열린다.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요하고자 2013년부터 국내외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처음 접했다는 A씨는 세미나와 함께 열린 사례 전시회에 참여했다. 전시회에서 ‘알약을 먹은 날짜를 표시하는 의료용품’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구’ 등을 본 A 씨는 멀게만 느껴졌던 유니버설디자인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지어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도 유니버설디자인의 예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후 A씨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인간공학’의 한 범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미 A씨의 삶 속에서도 인간공학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인간공학과 유니버설디자인은 더 이상 생소한 개념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 모두를 편리하게 하다
인간공학은 인간을 위한 공학으로, 인간의 특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인간과 기계 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인간의 신체, 심리, 사회적 특성과 한계를 연구해 인간이 생활에 이용하는 모든 사물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공학에 기반을 둔 학문인 인간공학은 산업에서 생산을 높이기 위해 등장했다. 일의 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작업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황보환 연세대학교 공학연구원 박사는 “인간공학은 인간의 특성에 관한 지식들을 끊임없이 축적하고 산업 현장에 이를 적용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인간공학은 산업공학, 산업디자인, 환경공학 등에 응용될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이 대표적인 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장애의 유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인간공학에 유니버설디자인이 포함되는 셈이다. 손병창 나사렛대학교 재활공학과 교수는 “유니버설디자인은 인간의 특징을 중시하는 디자인으로 인간공학을 통해 구현된다”며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 중 하나인 ‘평등한 사용’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체격, 신체능력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는 인간공학을 이용해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공학을 응용한 유니버설디자인은 미국과 유럽에서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기 위해 탄생했다. 미국에서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도우려는 것이 초기의 목적이었다. 북유럽에서는 고령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니버설디자인이 탄생했다.

인간공학은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손병창 교수는 “인간공학은 인간을 위한 모든 것에 적용돼 사용자의 접근성, 편의성, 안전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모르고 지나쳤던 내 주위의 인간공학
최근에는 인간공학을 응용한 유니버설디자인을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시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3일(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지원하고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시는 장소별로 적용범위를 나눠 설계 권장사항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일상 속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이처럼 인간공학과 유니버설디자인은 우리 삶에 보다 밀접해지고 있다. 윤훈용 동아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미 생활 곳곳에서 인간공학적 디자인을 접하고 있다”며 가장 흔하게 접하는 디자인으로 사무실용 의자와 스마트폰을 꼽았다. 사무실용 의자는 몸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뒤로 젖힐 수도 있다. 바퀴가 달려있는 것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또한 인간공학적 디자인의 예다. 사용자는 본인의 편의에 맞게 직접 글씨 크기나 아이콘의 위치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도 마찬가지로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이 허리 높이보다 낮게 설치된 사례나 화장실에 가이드레일이 설치된 것은 모두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단을 제거한 저상 버스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한 유니버설디자인의 사례다.

   
 

인간공학을 통해 살펴본 숙명의 캠퍼스
이처럼 인간공학과 유니버설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모두를 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교의 시설은 어떨까. 본지는 본교의 시설이 인간공학과 유니버설디자인의 측면에서 잘 설계돼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윤훈용 교수와 이재인 동의대학교 인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에게 본교 시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윤훈용 교수는 각 건물의 출입구를 본 후 “출입구에는 안팎 문 옆에 자동으로 열 수 있는 터치판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문 손잡이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무거운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이 밀거나 당기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인 교수는 본교의 건물 출입문을 보며 “위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문이 열리는 방향이 중요한데 사진의 출입구는 안팎으로 모두 열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화재 등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탈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안쪽은 미는 방향, 바깥 쪽은 당기는 방향으로 열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재인 교수는 “미는 방향으로 열리는 문은 가로 방향의 손잡이를 만들고 당기는 방향으로 열리는 문은 세로 방향의 손잡이를 만들면 이용자가 문이 열리는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교에는 현재 일체형과 분리형 등 다양한 책걸상이 있다. 이러한 책걸상에 대해서 윤훈용 교수는 “의자 등판이 볼록 튀어 나오게 설계된 것은 척추의 모양을 유지시키기 위한 인간공학적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자와 책상이 붙어 있고 딱딱한 나무 의자로 돼 있는 것은 인간공학적 설계로 볼 수 없다”며 “장애인을 위한 책상과 공간은 따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계단에 장애인이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램프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장애인 램프는 경사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한 것을 말한다. 윤훈용 교수는 “모든 계단에 램프가 설치돼 있을 수는 없지만 각 건물의 입출구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는 설치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건물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램프를 대체할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은 장애인이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교의 학생회관엔 엘리베이터와 램프가 모두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반면 본교의 명신관과 미술대학에 설치된 자판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윤훈용 교수는 “카드나 동전 투입구, 물건 배출구가 상대적으로 아래쪽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휠체어를 탄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유니버설디자인이다”고 말했다.


인간공학의 가능성, 모두를 위한 사회가 되다
인간공학의 적용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손병창 교수는 “인간공학은 항공기나 자동차와 같은 산업 분야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용된다”며 “인간공학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인간공학이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윤훈용 교수는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한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는 인간공학적 설계를 실제로 적용하는데 비용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간공학은 필수적인 것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2017 고령인구비율’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올해 13.8%에 달한다. 황보환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큰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인간공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공학은 복지국가로 가는 중요한 개념이 됐다. 이에 황보환 박사는 “사회가 점차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만큼 인간공학의 중요성 또한 강조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훈용 교수 또한 “최근 노년층이 증가하고 사회적으로 신체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인간공학은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래에는 다양한 상품, 생활공간, 기계들을 디자인할 때 인간공학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인간과 약자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인간공학과 유니버설디자인은 사전적 의미대로 점점 더 ‘보편적’으로 돼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부터 미래의 다양한 산업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공학은 생활 속에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인간공학과 유니버설디자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주변에서 ‘당연한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모두를 위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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