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나영 기자>

제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 사용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제품을 취향에 맞게 만들어 구매하는 소비자인 ‘크리슈머(Cresumer)’다.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오늘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성품을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따른 새로운 소비문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소비자 각각의 요구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Customizing Services)'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주문·제작하다’라는 뜻을 가진 ‘Customize’에서 나온 말로 생산업체나 수공업자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커스터마이징 제품은 자신의 개성을 상품에 반영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함께 성장했다. 문장호 본교 홍보광고학과 교수는 “개인화된 커스터마이징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만의 제품을 소유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며 “커스터마이징은 소비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소비행위를 통해 축적된 정보를 활용한 개인화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제공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나만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다
소비자 각각에 맞춘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국내 화장품 회사들도 본격적으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피부 유형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어준다는 ‘커스터마이징 뷰티(Customizing Beauty)’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커스터마이징 뷰티는 고객이 원하는 색상의 제품만을 통에 담아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신이 좋아하고 어울리는 색상의 섀도우 혹은 블러셔를 선택해 공용기에 자유롭게 배치하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Laneige)는 기초 화장품부터 색조화장품까지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피부 유형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화장품인 ‘마이 워터뱅크 크림(My Water Bank Cream)’과 ‘마이 투톤 립 바(My Twotone Lip Bar)’을 출시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화장품 업계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니스프리(Innisfree)는 지난달 27일(목)부터 이번 달 7일(일)까지 여의도역, 고속터미널역, 홍대입구역에서 ‘나만의 컬러를 찾아 떠나는 여행 마이팔레트 스테이션(My Palette Station)’을 운영했다. 세 개의 역에는 ‘1:1 퍼스널 컬러 카운슬링(1:1 Personal color Counseling)’ ‘내맘대로 마이팔레트 퍼스널 컬러 정류장’ ‘페이퍼 아트 프라이빗 셀피룸(Paper Art Private Selfieroom)’으로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알 수 있는 체험 부스 공간이 마련됐다.

홍대입구역에 있는 부스 체험을 통해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알게 된 이초로(경영 17) 학우는 “행사를 통해 잘 어울리는 색상을 직접 찾고, 그 색상들이 물감처럼 용기에 들어가 있는 팔레트를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험자인 권예진(여·21) 씨는 “획일화된 팔레트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색상도 어쩔 수 없이 같이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필요한 색상만을 선택해 나만의 팔레트를 만들 수 있어 경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씨는 “평소 파운데이션을 살 때 피부색과 잘 맞지 않아 고민이다”며 “파운데이션을 포함한 다른 화장품에도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적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소재에서 디자인까지 나를 위해 제작하다
패션계에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제품이 아닌 자신만의 취향이 들어가 있는 제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신체 사이즈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들도 생겼다. 지난해 3월에 출시된 모바일 앱 ‘쇼닥(Shodoc)’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옷을 분석해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쇼닥은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그 이후 소비자가 원하는 의상을 찾아 추천해주는 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맞춤형 의상을 추천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 취향에 맞는 의상을 만들어주는 기업도 생겼다.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업체인 ‘스트라입스(Stripes)’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찾아가 1대1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가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 체형, 상황, 얼굴형, 피부톤 등에 맞는 최적의 스타일링 방법을 조언해주고 맞춤형 셔츠와 정장을 직접 제작해주는 것이다. 서종훈 스트라입스 팀장은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치수를 측정해 세밀한 정보를 얻는다”며 “이 정보는 개인에게 잘 맞는 셔츠 혹은 정장을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 팀장은 “5월부터는 전문가가 직접 치수를 재는 것을 불편해하는 소비자를 위해 인터넷으로 자신이 직접 수치를 등록하고 디자인을 선택해 맞춤형 옷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발도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를 판매하는 기업 ‘아디다스(Adidas)’는 지난해 8월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운동화를 만들 수 있는 맞춤 제작 서비스인 ‘마이아디다스(Miadidas)’를 운영하고 있다. 운동화의 소재, 끈, 안감, 패턴, 깔창 등을 소비자가 직접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그에 따라 제작된다. 기성품에 비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운동화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호응을 얻었다.

재료를 선택해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하다
음식점들도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샌드위치 전문점인 ‘써브웨이(Subway)’는 일찍부터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실시했다. 소비자가 샌드위치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빵의 종류를 비롯해 양상추, 토마토, 양파 등 재료와 소스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야 한다.

써브웨이를 자주 찾는다는 박소연(가족자원경영 16) 학우는 “일반 샌드위치의 경우 평소 즐겨 먹지 않는 오이가 들어 있어 먹다가 기분이 상하곤 한다”며 “써브웨이에서는 샌드위치를 먹기 전에 오이를 미리 뺄 수 있어 기분 좋게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훈 써브웨이 숙명여대점 매니저는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매니저는 “많은 선택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며 “직원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보고 추천메뉴를 알려주니 소비자가 오히려 편안해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이치란 라멘(一蘭ラ一メン)’ 또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음식점 중 하나다. 맛, 매운 정도, 면의 쫄깃함, 고명 등의 7가지로 나눠진 질문지를 작성하면 소비자는 그대로 조리된 라면을 먹을 수 있다. 질문지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약 16,200가지 종류의 라면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적용한 음식점으로는 자신만의 피자를 만들 수 있는 ‘800 디그리스 피자(800 Degrees Neapolitan Pizzeria)’가 있다. 이는 5종의 베이스에 40여 종의 토핑을 선택해 취향에 맞는 피자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미국 ‘디즈니(Disney)’에 있는 음식점에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했던 윤재연(문화관광 13) 학우는 “햄버거를 주문받을 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물어봐야 했다”며 “심지어 햄버거에 들어갈 닭고기가 가슴살이었으면 하는지 아니면 다리 살이었으면 하는지와 같은 자세한 것까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윤 학우는 “사소한 것이라도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느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점원이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말고 당연한 서비스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뷰티, 패션, 음식을 포함한 여러 업계에서 차츰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취향에 맞는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사회 변화다.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 각각의 개성과 취향이 존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로 다른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고, 기업은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개성을 요구하는 소비문화에 따른 사회변화에 주목해야 할 때가 아닐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