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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김보통' '보통'이 아닌 삶을 말하다
하재림 기자  |  smphjr92@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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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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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의 투병기를 다룬 따뜻한 만화, 탈영병을 추적하는 군인을 다룬 역동적인 만화.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껴지지만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다. 매번 다른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경험을 만화에 담는 만화가 ‘김보통’(필명, 남·37) 씨다. 그는 작품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폭넓은 독자층에게 사랑받고 있다. 성별과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받는 그의 만화는 직접 겪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본지는 김보통 씨를 만나기 위해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로 찾아갔다.


늦깎이 만화가, 만화 '아만자'를 그리다
김 씨를 만화가로 만든 것은 그의 데뷔작 만화 ‘아만자’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그는 반년 동안 SNS(사회관계망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에 직접 그린 그림을 꾸준히 올렸다. 스스로를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라고 칭하는 그는 “사람들은 미흡한 그림을 꾸준히 올리는 나를 흥미롭게 바라봤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을 관심 있게 보던 사람 중에는 만화 ‘송곳’의 원작자 최규석 만화가도 있었다. 최 만화가는 그에게 ‘회사원 만화’를 그려보라고 제안했다.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그가 회사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린다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암환자에 대한 만화를 그리기로 결정했다. 그는 소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암 투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데뷔작으로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가 정해지자 그는 그림 연습에 몰두했다. 정식으로 만화를 그리거나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어 곧바로 웹툰을 연재하기엔 그림 실력이 부족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그림만 그렸다”는 김 씨는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니 실력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2014년 제14회 ‘만화의 날’ 행사에서 ‘오늘의 우리 문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만화 아만자는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까지 책으로 출판됐다. 김 씨는 “가장 하고 싶던 이야기라서 더 많은 노력을 쏟았다”며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던 것 같다”고 만화의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만화 아만자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반성문이다. 김 씨의 아버지는 8년간 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그는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오히려 크게 와 닿지 않았다”며 “당시에 군 복무 중이라 옆에서 간호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에 들어간 김 씨는 신입사원으로 가장 바쁘던 때 아버지와 작별했다. 김 씨는 “아버지가 가장 외롭고 쓸쓸했던 때에 곁에 있어드리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보통의 만화엔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그는 ‘계획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펼친다. 그는 동화를 그리다가 상담 만화를 그리고, 군대의 부조리를 꼬집는 만화를 그리다가도 그림 에세이(Essay)를 쓰는 작가가 된다. 최근에는 수필도 쓰며 글과 그림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김 씨의 자유로운 작품 활동은 그가 대학 시절 경험한 ‘계획 없는 여행’의 연장선이다.

“계획이 없으면 모든 것이 계획이 될 수 있다” 대학생이었던 그는 배낭여행에서 계획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천주교 신자였던 부모님의 추천으로 교황의 미사를 보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 몇 달로 길어지며 그는 계획하지 않는 여행이 주는 특별함을 알게 됐다. “비행기 표를 살 돈 외에는 최소한의 돈만 들고 갔다”는 그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처음 만난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지내던 숙소에서 일을 도와주며 며칠 더 머무르기도 했다. 김 씨는 “숙소로 돌아온 한국 여행객들은 공통적으로 다음날 계획을 세우는 것에만 급급했다”며 “계획은 필연적으로 틀어질 수밖에 없으니 계획에 대한 강박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낭여행이 김 씨에게 ‘계획하지 않는 삶’을 가르쳐줬다면 그가 가정과 군대에서 겪은 특별한 일들은 작품의 원천이 됐다. 그는 본인의 경험담을 만화에 담으면서 다른 만화와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아버지의 암 투병 생활을 떠올리며 만화 아만자를 그렸고 탈영병 잡는 군인이었던 본인의 경험을 살려 만화 ‘D.P’를 그렸다. 그는 “다른 만화가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며 “이 경험들을 만화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만화가들은 만화가가 되기 위해 획일화된 길을 걷는다. 어릴 때부터 만화에 관심을 가져 고등학교에선 만화 반에서 활동하고, 대학교에선 만화창작을 전공하는 등 만화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배우는 전형적인 길이다. 김 씨는 이에 대해 “만화에 대한 이론과 지식을 탄탄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정형화된 길을 걸을 때 겪을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며 “회사문화를 겪어본 만화가가 회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그렸을 때 많은 이의 공감을 얻는 것처럼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만화의 소재로 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불행했던 회사원, 모두가 꿈꾸는 삶에서 벗어나다
‘만화가 김보통’ 이전에 ‘회사원 김보통’이 있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던 그는 몇 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만화가가 됐다. “스스로가 사람이 아닌 기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이라고 느껴졌다”는 그는 업무 자체보다 형식만 지나치게 중시하는 회사를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매일같이 회식이 이어졌고 내가 일을 어떻게 하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는 자신이 회사에 불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불행한 나날이 이어지던 중, 김 씨는 어느 순간부터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뛰어내리고 싶은 자살 충동이 들었다. 병원을 찾아가자 의사는 그에게 우울증 치료를 권유했다. 김 씨는 “사람은 다리에 불이 붙으면 강물에 뛰어드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며 “그 당시의 나도 불이 붙은 사람과 같아 회사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했다. 결국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 생활을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그가 택한 일종의 ‘도망’이었다.

힘겨웠던 회사생활을 끝낸 김 씨는 웃음을 되찾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유명세도 저절로 따라왔다. 이제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이 회사에서 느꼈던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명의 보조직원을 두고 있는 김 씨는 “직원들을 번갈아가며 휴가 보내고 있다”며 “한 명이 없다고 일에 차질이 생긴다면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작업실에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퇴근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추가 근무를 강요하지 않는다. 김 씨는 “여행 등의 이유로 돈을 모으고자 하는 직원들이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하기도 한다”며 웃어 보였다.


현실의 단면을 만화로 고발하다
김 씨는 그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만화를 그려왔다. ‘내멋대로 고민상담’은 독자들의 고민을 재치 있는 말과 그림으로 풀어냈고, 만화 D.P는 군대 내의 부조리를 드러냈다. 탈영병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김 씨의 만화 ‘D.P 개의 날’은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만화 D.P 개의 날에서는 명확하게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는다. 독자들은 만화 속에서 부조리한 군대 구조와 군부대 내의 가혹 행위들을 발견하고 누가 피해자였는지 헷갈리게 된다. 그는 “사회적으로 탈영병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갖고 있지만 결국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했다”며 피해자가 범법자가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차기작의 소재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조직인 학교, 군대, 직장에서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고자 한다”며 “만화 D.P를 통해 군대 문제를 다뤘으니 다음 작품은 교육제도와 관련된 만화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만화가의 본분인 만화를 그리는 일로 세상의 부조리를 밝혀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본인의 일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 씨는 “만화가는 만화가의 일을,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불합리한 현실이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가가 ‘보기 싫은 현실을 사람들의 눈앞으로 내미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일본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말에 동감한다. 김 씨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만화 D.P는 ‘너도 공범이야’라는 대사로 끝이 난다. 만화를 보던 독자들은 자신이 만화 밖에서 이야기를 조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사회적 문제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만화를 보는 독자도 공범이라는 대사를 통해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이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대사가 의미하는 것처럼 그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현실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문제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질 때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 그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씨는 “만화를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조리한 체계에 동화된 사람은 만화를 보면서도 잘못을 부인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게서 유럽을 누비던 청년, 대기업의 회사원, 일에 애정을 가진 만화가 등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독자들도 아마 누군가는 아만자의 작가로 누군가는 D.P의 작가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씨가 가진 모든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가 사람과 사회에 대해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서서히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오늘도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보여주는 만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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