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수) 오후 1시 30분, 숙명의 리더 세 사람이 숙명이 나아갈 길을 의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승한 숙명학원 이사장, 본교 강정애 총장, 본교 정순옥 총동문회장은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의 첫 좌담회에서 숙명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총장실 내 접견실에 모인 세 사람은 숙명의 저력, 4차 산업혁명, 인구 고령화 등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본교가 창학 111주년을 맞았다. 111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숙명의 저력은 무엇인가
이 이사장:
본교는 열강들이 다투고 있던 혼란한 시기에 나라를 구하자는 뚜렷한 신념으로 세워진 대학교다. 개교 이후엔 여성들이 힘을 합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국가관과 민족관이 숙명의 역사적 신념이다. 숙명의 정신들이 하나의 강인한 신념으로 뭉쳐져서 결국 오늘날의 숙명을 만들었다.

정 총동문회장: 황실에서 여성 교육을 위해 명신여학교를 만들었고, 수없이 많은 훌륭한 동문이 배출됐다. 11만 명이 넘는 동문이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본교의 111년의 역사는 전통과 전문성을 통해 쌓일 수 있었다.

강 총장: 모든 숙명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숙명을 사랑해 온 결과가 오늘에 이르렀다. 본교는 ‘나라와 민족에 기여하는 여성 지도자 배출’이라는 창학 이념을 지켜오면서 변화하는 환경에도 적응해왔다. 일제강점기라는 가슴 아픈 상황을 겪었고 6·25전쟁의 여파로 부산의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어간 여성 인재도 배출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 약간 미흡했다. 111년 전의 숙명에 비해 현재의 숙명의 위상은 하락했다. 창학 이념도 본교의 역량에 비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일자리 변동 등 수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본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 총동문회장: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사람의 창조물이다. 직관력이나 적응력같이 사람만이 가진 능력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본교가 이를 인지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기가 올 것이다.

강 총장: 문명은 사람의 존속과 존재양식을 위해서 발전한다. 4차 산업혁명도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산업의 발달에 따라 직업이 생기고 없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법이나 제도 등을 정비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본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를 두고 학제나 조직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 이사장: 본교 캠퍼스의 풍경은 5년 후 어떻게 변화할까.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 진화해 만물 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형태로 바뀌면서 스마트캠퍼스로 변화할 것이다.

과거 수천 년 동안 볼 수 없던 직종의 변화가 10년 안에 일어나는 만큼 대학의 커리큘럼도 달라질 것이다. 교수들도 현재와 같이 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도태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서 본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까
이 이사장: 로봇 헬스케어 분야와 같이 고령화 사회를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교육적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 준비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강 총장: 로봇 헬스케어 분야와 같이 고령화 사회를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교육적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 준비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강 총장: 미래의 유행과 기술과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우리 대학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다른 대학교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본교는 고령화 사회, 저출산 시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 발전해야 한다. 학부보다 대학원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본교는 현재 대학원에 실버과정을 운영 중이지만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환경변화에 맞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다면 우리 대학도 경쟁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제와 교육과정을 통해 학부 교육을 내실화하며, 대학원 석박사 과정, 특수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을 확장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늘어날 교육 수요를 본교가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도 고민할 부분이다. 총장에 취임한 후 지난 6개월간은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데 주력했다. 행정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없애고 업무 일원화를 이뤘다. 앞으로는 미래지향적인 학제와 교육과정 개편, 융합 영역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총동문회장: 내가 대표를 맡은 ‘이연제약’도 DNA(Deoxyribonucleic Acid)와 관련된 신약을 개발 중이다. ‘100세 시대’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 연장의 의미가 없다. 70세까지의 활동, 취미, 여가 등의 활동을 대학교가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기초 교육에서 학원이 대학교를 대체할 수는 없다.

공과대학의 설립과 함께 본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이사장: 본교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에 선정됐고 공과대학(이하 공대)도 신설했다. 이것은 본교에 있어 절호의 기회다. 본교나 다른 대학교의 공과대학은 소위 ‘전화기’, 전자, 화학, 기계를 기초로 구성됐다. 이를 특정 분야에 집중한 미래지향적인 학과로 발전시키면 어떨까. 스마트모바일 분야나 드론 전공과 같이 전통적 공학 편제를 벗어나는 과감한 혁명적 변신을 한다면, 숙명이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강 총장: 본교에 ‘젠더 이노베이션센터’가 들어섰다. 여성에게 잘 맞는, 여자대학교만이 생각할 수 있는 연구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이런 것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젠더 혁신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연구, 교육, 봉사 관점에서도 젠더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숙명의 발전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정 총동문회장: 동문회관 건설을 위한 모금을 14년 동안 독려했다. 그런데 이번에 동문회관이 들어설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 계획을 공개하니 단기간에 기금 7억 원이 모였다. 덕분에 올해 10월 말에 동문회관이 준공된다. 2층까지는 총동문회에서 사용하고 그 위의 18개 내외의 방은 학생들의 기숙사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여기서 모인 수익은 모두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할 것이다. 11만 동문과 총장님의 포용력이 합쳐져 무언가 결과가 나온다면 여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이사장: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파괴적 변화,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있다. 파괴하지 않으면 창조도 없다. 이전의 것을 제거하지 않고 더하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비전과 목표를 얼마나 뚜렷하게 세우느냐가 파괴적 변화의 출발이다. 대학교가 파괴적 혁신을 이루려면 4차 산업혁명, 초고령화 사회,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태동 등 여러 시대적 화두 속에서 나아갈 길을 생각해야 한다.

학교법인과 이사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총장님이 생각하는 숙명의 미래계획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지는 숙명의 구성원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 우리 세 사람 모두가. 또, 전체가 한마음으로 함께 비전 달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고, 뜻을 모아 한쪽으로 나아가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강 총장: ‘결핍이 창조와 혁신을 끌어낸다’고 생각한다. 본교의 사용 가능한 자원, 재정, 공간 등을 직시해야 한다. 그 자원을 어떻게 최적으로 분배하느냐,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구성원의 의사를 수렴해서 좋은 해답을 마련할 것이다.

숙명의 발전을 위해선 우리 모두 다 같이 뛰어야 한다. 본교는 올해 창학 기념일을 전후로 제2창학캠퍼스 건축기금 마련 행사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제2창학캠퍼스에 다리 형태로 A, B, C동을 연결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기업과 여러 동문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우리 대학교와 재단, 동문회가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숙명학원 이사장과 본교 총동문회장은 숙명을 대표하는 직책이다. 서로 관점이 다를 때 관용 정신을 발휘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르네상스 숙명’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왼쪽부터 본교 강정애 총장, 이승환 숙명학원 이사장, 본교 정순옥 총동문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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