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학교 근처에는 어떤 가게가 있는 걸까?” A 학우는 오늘도 식사할 만한 식당을 찾지 못한 채 교내 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숙대입구역에서 내려 본교 정문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온통 카페만 보였다. 길을 걷다 보니 몇 군데 눈에 띄는 식당이 있기는 했지만, 원하는 음식을 팔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본지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을 통해 본교 주변의 상권이 어떠한 모습으로 형성됐는지 조사해봤다. 상권이란 상가를 방문하는 주 소비자가 있는 구역을 말한다. 본교 주위의 상권은 청파동 지역 주민이 활동하는 경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본교 주변 상권(이하 본교 상권)’은 제1캠퍼스 정문을 기준으로 *보통 걸음으로 10여 분을 걸었을 경우 도달할 수 있는 반경 700m, 면적 1,539,380㎡를 범위로 설정했다. 숙대입구역은 포함되지만 남영역과 효창공원앞역은 포함되지 않는 범위다.

상권정보시스템의 인구와 관련된 자료는 안전행정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와 ‘나이스평가정보’의 자료를 활용했고, 매출 관련 자료는 각 카드사의 자료에 기반을 뒀다. 지역 관련 통계는 통계청과 각급 기관의 정보를 이용했다.

본교 상권에 자리한 가게들은 A 학우의 생각처럼 커피나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대다수일까?

*보통 걸음: 일반적인 성인이 걷는 속도로 시속 4km 내외다.

학교 앞은 ‘카페 천지’?
본교 주변에는 커피점·카페 점포(이하 카페)보다 한식 점포(이하 한식)가 2.34배 많았다. 본교 상권의 점포 수는 2017년 2월 기준 1,480개다. 음식 업종이 581개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 업종 574개, 생활서비스 업종이 325개였다. 음식 업종에선 한식이 210개로 가장 많았으며 카페가 90개로 2위였다. 분식 점포가 73개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식당이 더 많지만 카페가 더 많다고 느낀 학우들이 적지 않았다. 본교 김민정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체감하는 ‘맛집’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김 교수는 “카페의 경우 맛에서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지만, 식사는 맛으로 차별화가 가능하다”며 “학생들 입장에선 맛집이라고 부를 만큼 맛있다고 느끼는 가게가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교 최철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카페와 식당의 특성이 다른 점이 카페가 더 많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본교 학우들은 카페 안에서 천천히 음료를 마시기보다는 음료를 바깥으로 들고 나간다. 하지만 한식과 같은 식당의 경우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카페보다 *객석 회전율이 낮다. 따라서 한 번에 많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만약 학우들이 식사를 하러 찾아간 식당에서 여러 번 발길을 돌려야 했다면 카페에 비해 음식 업종 점포 수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학우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상권일수록 카페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본교 제1캠퍼스 정문부터 ‘Y’ 모양으로 연결된 청파로 45, 47길 주변 상권 47,766㎡를 조사한 결과 260개의 점포 중 166개가 음식점이었다. 그중 한식이 46개, 카페가 34개였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목에서는 1층에 위치한 카페가 눈에 더 잘 띄고 실제로 카페의 외부 광고도 많다”고 말했다.

음식 업종의 평균 매출 1위는 닭·오리고기였다. 제과제빵, 떡, 케이크 업종의 점포는 27개밖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평균 매출은 4,179만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용 건수도 4,077건으로 카페(1,764건)보다 약 3배 높았다. 김 교수는 “여자대학교인 본교가 근처에 있는 점, 20~30대 1인 가구가 많다는 점, 젊은 층이 많이 다니는 교회가 있다는 점이 해당 업종에 호재로 작용했다”며 “또한 다른 업종에 비해 점포 수가 적기 때문에 평균 매출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조금은 다른 청파동 상권
본교 상권은 다른 대학가 상권보다 독특한 특징을 보였다. 본교 특성상 여성 유동인구가 많아 미용 관리 업종의 점포가 많았으며 주류 평균 매출도 다른 대학가 상권보다 높았다. 다른 대학 주변 상권과의 비교를 위해 본교와 캠퍼스 면적이 비슷한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와 명지대학교(이하 명지대)에 임의로 같은 반경의 상권을 만들었다.

여성 유동인구가 많은 본교와 동덕여대 상권에는 손톱 관리와 비만·피부 관리 점포가 명지대 상권보다 많았다. 특히 손톱 관리 점포는 명지대에는 한 곳밖에 없었지만, 동덕여대와 본교에는 각각 6개와 7개의 점포가 있었다. 비만·피부 관리 점포도 명지대엔 열 군데가 있었지만, 동덕여대엔 15개, 본교엔 22개가 있었다.

본교 상권의 호프·맥주 점포(이하 맥주 점포)는 24개, 소주방·포장마차 점포(이하 소주 점포)는 10개다. 동덕여자대학교 상권(이하 동덕여대)에는 각각 27개, 6개가 위치했으며 명지대학교 상권(이하 명지대)은 38개, 6개였다. 본교 상권은 소주 점포의 평균 매출이 2017년 1월 기준 월 2,585만 원, 맥주 점포는 1,619만 원으로 세 대학가 상권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엔 각각 월 2,952만 원과 2,577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 상권에서 모두 소주 점포가 맥주 점포보다 높은 평균 매출을 기록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맥주 점포는 소주 점포보다 점포 수가 두 배 이상 많으므로 점포당 평균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맥주의 경우 무더운 5~9월에 가장 매출이 높고 겨울에는 매출이 하락한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맥주, 새벽에는 소주
청파동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장소는 때에 따라 달랐다. 주중엔 맥주 점포에, 주말에는 소주 점포에 자주 들렀다. 맥주 점포 매출의 78.8%는 주 중에 이뤄졌고 소주 점포의 매출 32.7%는 주말에 이뤄졌다.

주류 소비는 시간대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소주 점포와 맥주 점포 모두 오후 9시부터 자정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맥주 점포는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 동안 22.7%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소주 점포의 경우 자정부터 오전 6시에 38.4%의 매출을 기록했다. 맥주 점포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매출이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매출보다 높았다. 김 교수는 “늦은 시간까지 주류를 소비하는 경우 쉽게 포만감이 느껴지는 맥주보다 소주를 주로 마시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맥주 점포는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동안 한 주의 매출 중 53.1%를 달성했지만, 일요일엔 10.2%의 저조한 매출을 나타냈다. 소주 점포는 토요일에 일주일간의 매출 중 20.6%가 발생했지만, 월요일엔 매출의 9.9%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김 교수와 최 교수 모두 이 현상을 소주가 맥주보다 알코올 농도가 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주의 경우 알코올 농도가 소주에 비해서 낮아서 주중엔 맥주를 선호하고 주말엔 다음 날에 대한 부담이 없어 소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소주 점포의 경우 전날부터 시작된 소비가 주로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는 금요일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말엔 회사 동료보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을 만나 알코올 농도가 높은 소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주택과 상가가 공존하는 청파동
본교 주변의 상권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본교 상권은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의 밀도가 매우 낮고 빌라와 저층 아파트가 많은 ‘중밀 주거 지역’이었다. 중밀 주거 지역 내에는 저층 주택의 중심지에 형성된 상업 중심의 ‘주택 상업지역’과 업무 시설이 주로 위치한 ‘주택 업무 지역’ 등이 있다. 

본교 주변에는 총 20,557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74.88m²마다 한 가구가 있는 셈이다. 청파동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서울특별시에 사는 사람의 ‘평균’ 거주면적(159.92m²)보다 더 좁은 생활공간에 있는 것이다. 가구당 인구는 서울특별시 평균인 2.5명보다 적은 2.1명이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20대는 대부분 1인 가구다”며 “또한 청파동은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어 30대 직장인 1인 가구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4%로 전국의 1인 가구 비율보다 7.2%p 높았다. 특히 가구주 연령이 20~30대인 가구는 용산구 1인 가구의 43.8%에 달했다. 올해 진행된 본지 설문조사에선 29.0%의 학우가 기숙사, 자취, 하숙 등의 주거형태를 보이기도 했다.(본지 제1329호 5면 ‘내겐 너무 사치스러운 ‘과일’’ 참조) 

43,616명이 거주하는 본교 상권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60대 이상의 인구가 20.0%로 가장 많았으며 20~40대 인구 비율은 16.5%에서 16.6%로 비슷했다. 김 교수는 60대 주거 인구가 가장 많은 것에 대해 “서울특별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용산구 청파동과 후암동은 주거지역으로서의 발전이 더딘 편이다”며 “이러한 지역은 아직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오래된 주택이 많이 남아있으며, 그런 지역에는 노년층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본교 상권에는 월요일 오후 3시부터 6시에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드나들었다.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구를 의미하는 유동인구는 월 기준 23,090명이었다. 그중 여성이 13,014명으로 56.4%를 차지했다. 연령별 유동인구는 20대, 30대, 40대 순으로 많았다. 요일별로는 월요일과 화요일이 각각 17.7%, 17.1%로 다른 요일에 비해 유동인구 비율이 높았다. 이어 목요일, 금요일, 수요일 순이었다. 특히 개강 시기인 3월과 9월에 가장 유동인구가 많았다.


상권 통계 속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청파동의 모습이 있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본교의 역사와 함께해온 청파동 상권은 숙명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객석 회전율: 하루 동안 방문한 총 고객의 수 / 매장의 좌석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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