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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사치스러운 '과일'
하재림·박민지 기자  |  smphjr92@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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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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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님이 안 계시면 몰래 바나나 한 개를 먹곤 해요” 본교 근처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는 박지원(홍보광고 16) 학우의 말이다. 박 학우는 자취를 시작한 뒤부터 과일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가격이 비싼 데다가 한 번 구매할 때 많은 양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서 손님이 주문한 생과일주스를 만든 후 남은 것을 조금씩 마신다. 하지만 그것으로 과일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과일이 너무 먹고 싶을 땐 종종 편의점에 들러 소량 포장된 과일을 구매하지만 비싼 가격 탓에 자주 사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국내의 과일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2017년 2월의 국내 신선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을 100%로 보았을 때 110.5%였다. 2015년에 비해 약 10.5% 오른 것이다. 본교가 위치한 용산구의 과일 가격은 서울 내에서도 비싼 편이었다. 서울특별시 물가정보에 의하면 서울 25개 구의 배 가격을 조사하자, 용산구의 배 가격은 개당 4,600원으로 서울 25개 구 중 8번째로 높았다. 빠듯한 생활비에 비해 높은 가격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사는 학우들에게 과일은 점점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다.
 

자취생과 통학생의 ‘과일 격차’
본지는 숙명인들의 주거형태가 과일 섭취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지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은 지난 22일(수), 23일(목) 이틀간 숙명인 51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정확도 95%, 오차범위 ±1.8%p)

조사 결과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숙명인은 29.0%(149명)였다. 본가에 살지 않는 학우 중 ‘자취’를 하고 있다고 답한 학우가 15.4%(79명)로 가장 많았고 ‘기숙사’에 사는 학우가 11.1%(57명), ‘하숙’을 하는 학우가 2.5%(13명)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본가에 살면서 통학’을 하는 학우들은 71.0%(364명)였다. 본 기사에서는 통학하는 학우를 제외한 나머지 학우의 주거형태를 모두 ‘자취’로 표기했다.

설문조사 결과,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과일을 먹지 못하는 자취생은 박 학우뿐만이 아니었다. 자취생 10명 중 1명은 일주일 동안 과일을 한 번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과일을 몇 번 먹는가?’라고 묻자 자취를 하고 있는 학우 중 56.4%(84명)가 ‘1~2회’라고 답했다. ‘3~4회’라고 답한 학우가 14.8%(22명), ‘0회’라고 답한 학우가 10.7%(16명)로 뒤를 이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과일을 약 2회 먹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주일에 약 4회 정도 과일을 먹는다는 통학생의 평균 과일 섭취 횟수와 대비되는 수치였다. 동일한 질문에 통학생의 37.1%(135명)가 ‘3~4회’라고 답했으며 24.7%(90명)의 학우는 ‘1~2회’, 21.2%(77명)의 학우는 ‘5~6회’라고 응답했다. 자취생의 과일 섭취량이 통학생 과일 섭취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이다. 대학에 오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된 학우들의 대부분은 빠듯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과일을 소비의 우선순위에 놓지 못하고 있었다. 자취생들에게 과일이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부족한 과일, 나빠진 영양상태
자취생들이 자취를 하기 이전부터 과일을 적게 먹은 것은 아니었다. 설문에 응한 자취생 5분의 4 이상이 자취 시작 전보다 과일 섭취가 줄었다고 답했다. 자취 중인 학우들에게 ‘자취 후 과일 섭취량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라고 묻자 83.3%(125명)의 학우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과일을 1~2회 정도 먹는다고 답한 권지현(홍보광고 13) 학우는 “본가에 살 땐 어머니께서 과일을 준비해 주셨는데 혼자 살다 보니 과일 손질이 귀찮아 잘 먹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전보다 과일을 덜 섭취한다고 응답한 김영진(LCB외식경영 13) 학우는 “과일은 가격이 부담되고 소량구매도 어려워 자취생이 사 먹기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일을 적게 먹으니 영양 섭취도 부실해졌다. 자취생 중 자취를 시작한 후 영양 상태가 나빠졌다는 학우는 76.2%(115명)에 달했다. 유민선(정치외교 16) 학우는 “과일을 자주 먹지 못해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며 “자취를 시작하니 과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유 학우는 “생과일주스로 대체해보려고 해도 설탕이 많이 들어가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과일 선택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자취생들이 가장 자주 섭취하는 과일은 ‘사과’였다. 다른 과일들에 비해 보관이 쉽고, 비교적 오랫동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일 대신 과일주스나 과일 맛 아이스크림이라도 꼭 먹는다는 성아영(영어영문 15) 학우는 “혼자서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유통기한이 긴 사과나 귤을 사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 학우는 “용돈이 부족한 월말엔 가격 때문에 과일을 잘 사 먹지 못 한다”며 “후식으로 원하는 과일을 마음껏 먹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서글퍼진다”고 덧붙였다. 자취하는 학우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과일은 사과에 이어 ‘바나나’ ‘딸기’ ‘귤’ ‘오렌지’로 나타났다. 오렌지를 자주 먹는다는 권지현(홍보광고 13) 학우는 “오렌지는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고 잘 썩지도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빠듯한 생활비에 과일은 사치
혼자 생활하는 많은 자취생들이 과일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이유는 금전적 문제에 있었다. 과일을 구매할 때 금전적인 이유로 고민해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64.4%(96명)의 학우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35.6%(53명)의 학우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수치였다. 이승정(영어영문 16) 학우는 “밥값도 비싼데 과일까지 사 먹기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과일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또 다른 학우인 권지현(홍보광고 13) 학우는 “생활비를 조절해야 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식료품을 구매할 때 과일의 우선순위가 어느 정도냐’고 묻자 ‘금전적 여유가 있을 때만 과일을 구매한다’고 답한 학우가 자취생 중 59.2%(87명)에 달했다. ‘사지 않는다’고 답한 학우는 27.2%(40명)였다. ‘여유가 없더라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고 답한 학우는 13.6%(20명)에 그쳤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86.4%(127명)가 과일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다. 넉넉지 않은 자취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많은 수의 자취생이 평상시 과일 구매를 주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유가 있을 때만 과일을 구입한다고 답한 김가현(경영 15) 학우는 “끼니를 해결할 반찬이나 냉동식품을 많이 사다 보니 과일은 많이 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혜원(문화관광 14) 학우 또한 “자취생에게 과일은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치품이다”며 “한정된 생활비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지다 보면 과일보다는 생필품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딸기 공주’라고 불릴 만큼 평소 과일을 좋아한다는 김 학우는 본가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되면서부터 과일을 선뜻 사 먹지 못하고 있다. 혼자 살다 보니 높은 가격에 양까지 많은 과일을 사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다. 편의점에 소량으로 파는 과일이 있지만 좋아하는 딸기나 오렌지는 가격이 너무 비싸 구매하지 못했다. 김 학우는 “비교적 저렴한 방울토마토를 샀음에도 4,500원이나 들었다”며 “한 끼 식사와 맞먹는 값이다”고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어느 날엔 과일이 너무 먹고 싶었던 김 학우가 과일 가게 앞에서 20개를 묶어 파는 무화과를 발견하고 가게 주인에게 5개만 살 수 있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김 학우는 “참고 참다가 눈에 아른거려 용기를 내 여쭤본 건데 가게 주인에게 핀잔을 들었다”며 “20개 묶음을 사면 먹기도 전에 금방 상해버릴 것 같아 결국 무화과를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혹을 참지 못하고 포도 한 박스를 구매해버린 적도 있다. 하지만 홧김에 사버린 포도 한 박스를 김 학우가 혼자 다 먹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많은 양의 포도는 김 학우의 냉장고 속에서 전부 상하고 말았다.

김 학우가 과일을 먹기 위해 찾은 방법은 과일 스무디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4시간 이상 근무 시 급여 외로 스무디 한 잔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학우는 “과일을 먹지 못하니 대체할 음식으로 생과일 음료를 찾게 된다”며 “일 끝나고 먹는 과일 스무디는 내게 빛과 소금처럼 소중한 존재다”고 말했다. 과일 스무디를 마시기 위해 김 학우는 주 5~6일 동안 4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다.



최근 본교 앞에서는 생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꾸준히 인기다. 자취생과 같이 과일을 직접 사 먹기 힘든 1인 가구가 늘면서 과일의 수요는 줄어들고 과일 대체 식품의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식사 후 저렴한 가격으로 사 먹는 과일 주스 한 잔의 달콤함 속에는 씁쓸한 현실이 녹아 있다.

‘식사 후 먹는 간식’ ‘다이어트 때 식사 대용’으로 항상 우리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과일은 어느새 자취생들에겐 사치품이 돼 있었다. 가족과 식사 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던, 부모님이 준비해 방으로 내어주던 과일은 어느새 자취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자취생들은 공과금과 통신비, 비싼 식비를 신경 쓰게 됐고 생존의 문제 속에서 과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본가에 살고 있는 학우 과일 섭취량의 절반’이라는 수치는 절대적인 과일의 섭취량을 보여줌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학우들의 설움까지 보여주고 있다. 비싼 가격과 혼자 먹기에 많은 양을 알면서도 과일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망설임 속에는 자취생의 애환이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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