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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 'X발비용'으로 풀다
이지원·박민지 기자  |  smpljw9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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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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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학우 73.1%, X발비용 지출한 적 있어
스트레스받으면 X발비용 지출해
X발비용 지출액은 한 달 평균 5만 원

그러나 지출하고 후회하는 학우도 있어
지출하는 대상은 주로 ‘음식’
X발비용 지출의 반복…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어

 

어젯밤 과제를 하기 위해 밤을 새운 A 학우는 오늘 아침 택시를 타고 등교했다. 23,000원이라는 큰 비용을 지급해야 했지만 걸어가기에는 힘들고 지쳤다. A 학우는 학교에 도착한 직후 과제를 집에 놓고 왔음을 깨달았고 한층 더 우울해진 채로 강의실에 도착했다. 몸이 피곤한 탓인지 수업이 시작되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A 학우는 교수님께 ‘과제도 안 하면서 태도 또한 불성실하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울적한 기분을 애써 외면하며 아르바이트를 가던 A 학우는 인형 뽑기 기계 앞에 멈췄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녀의 지갑에서는 30,000원이 빠져나간 뒤다. 하지만 손에는 단 한 개의 인형도 들려있지 않다. 허탈함을 뒤로 한 채 A 학우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학교 앞 고깃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따라 손님들이 물밀 듯이 몰려오는 가게에는 술에 취한 채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자취방에 도착한 A 학우는 유난히 힘들었던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전화기를 들었다. “치킨 두 마리요, 36,000원 맞죠?” 혼자 다 먹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스트레스가 쌓인 탓에 괜히 두 마리를 시키고 말았다. A 학우는 배달된 치킨을 몇 조각 먹지 않은 채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다. 어쩐지 쇼핑을 하고 싶어진 A 학우는 결국 한 종류의 셔츠를 색깔별로 60,000원어치나 구매했다.

오늘 하루 동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A 학우가 충동적으로 쓴 돈은 총 149,000원, 이것은 모두 ‘X발비용’에 속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돈이다.

당신의 X발비용은 얼마인가요?
‘X발비용’이란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소비하지 않았어도 될 돈이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지출을 뜻한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소비를 통해 조금이나마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 이들의 바람이 담긴 단어다. 이 단어는 현대인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씁쓸한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숙명인들 또한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X발비용을 지급하고 있을까. 본지는 X발비용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4일(화)부터 16일(목)까지 숙명인 5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1.8%p)

설문조사 결과 X발비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숙명인은 전체 응답자 중 47.1%(248명)로 드러났다. 절반에 가까운 학우가 X발비용에 대해 알고 있는 셈이다. X발비용에 대해 모르는 학우도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돈을 소비한 적이 있었다. X발비용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학우가 전체의 73.1%(385명)에 달한 것이다. 이에 학우들에게 ‘한 달에 X발비용을 지출하는 횟수’를 묻자 X발비용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학우 중 ‘1회 이상 5회 미만’이라고 답한 학우가 80.78%(311명)로 가장 많았고, ‘5회 이상 10회 미만’이 ’15.3%(59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한 달에 지출하는 X발비용이 얼마냐’는 질문에는 61.3%(236명)의 학우가 ‘5만 원 미만’이라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과반의 학우들은 스트레스가 쌓일 경우 음식을 먹으며 기분을 전환하고자 했다.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X발비용으로 학우들이 구매하는 것 중에는 ‘음식’이 58.2%(224명)로 가장 많았다. ‘화장품’이라고 답한 학우가 33.0%(127명), ‘의류’라고 답한 학우가 19.2%(74명), ‘택시 타기’라고 답한 학우가 11.7%(45명)로 그 뒤를 이었다.

X발비용,
후회하면서도 멈출 수 없어요

이처럼 학우들은 저마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러 곳에 X발비용을 사용하고 있었다. 박지영(가족자원경영 16) 학우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사소한 짜증이 밀려오는 순간마다 X발비용을 지출한다. 일주일에 4일 정도는 X발비용을 지출한다는 박 학우는 “화가 난 날 열 가지 이상의 음식을 사서 한 입만 먹고 모두 버린 적도 있다”며 “돈을 지출하는 내내 스스로가 어리석다고 느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날 밤 박 학우는 불필요한 지출과 음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X발비용을 지출하는 상황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박 학우는 그 후에도 X발비용으로 20만 원대의 얇은 외투를 구매했다. 박 학우는 “지금 보니 신중하게 고르지 않아서 그런지 외투가 길가에 떨어진 낙엽처럼 볼품없다”며 “매장 직원과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비싼 옷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고 불만을 표했다. X발비용으로 구매한 것 중 가장 고가의 물건이었음에도 외투를 입지 않게 된 박 학우는 “X발비용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충동구매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 후에 돈이 부족해져 종종 후회하곤 한다”고 밝혔다.

허채운(독일언어·문화 16) 학우 또한 일주일에 5일 정도 X발비용을 지출한다. 주말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마다 충동적으로 돈을 소비하는 것이다. 허 학우는 “저녁때쯤 되면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아 갑작스럽게 소비를 하게 된다”며 “X발비용을 통해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허 학우는 지난 방학에 X발비용으로 많은 돈을 지출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허 학우는 “스트레스가 심해 아르바이트 쉬는 시간마다 백화점에 갔다”며 “당시 백화점 직원이 추천해주는 모든 제품을 구매해 한순간에 20만 원 정도를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화가 난 상태였는데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며 얼굴에 여러 가지를 발라주니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힘들 때면 돈 쓰는 재미에 산다”는 허 학우도 X발비용을 지출할 때마다 후회하곤 한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 저지르는 행동인 탓이다. 허 학우는 “이성적으로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기에 지나고 나면 돈이 아까워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X발비용 지출,
정말 스트레스가 감소하나요?

X발비용 지출의 원인은 주로 생활 속 스트레스에 있었다. X발비용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학우 중 ‘X발비용을 지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41.3%(159명)의 학우가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응답한 것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 답한 학우가 8.3%(32명), ‘기분이 나빠서’가 4.4%(17명)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중 ‘X발비용을 지출함으로써 스트레스가 감소한다’고 답한 학우는 80.0%(308명)에 달했다. X발비용을 지출하면 스트레스 감소한다고 답한 주혜란(정치외교 13) 학우는 “기분이 안 좋을 때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며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아림(정치외교 15) 학우 역시 “X발비용으로 물건을 사면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반면, ‘X발비용을 지출함으로써 스트레스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학우도 있었다. 홍성연(한국어문 17) 학우는 “X발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며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X발비용의 지출이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고 답한 학우 중 38.6%(119명)는 X발비용을 지출하면 후회 또한 뒤따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유진(경제 15) 학우는 “소비할 때의 즐거움은 잠시뿐이다”며 “시간이 지나면 즉흥적인 지출을 후회한다”고 X발비용의 지출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59.1%(182명)의 학우는 ‘X발비용의 지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하림(체육교육 15) 학우는 “꼭 필요하진 않지만 갖고 싶었던 것들을 X발비용으로 지출한다”며 “예상치 못한 지출일지라도 아깝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X발비용의 지출은 후회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학우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으로도 X발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자 91.4%(352명)의 학우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앞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X발비용을 지출할 것이라는 이채원(행정 17) 학우는 “적당한 소비는 스트레스를 풀기에 좋다”며 X발비용의 지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했다. 반면 앞으로 X발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전하란(중어중문 17) 학우는 “X발비용의 지출이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 크다”며 앞으로의 X발비용 지출에 대해 우려했다. 이처럼 학우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상 속에서 X발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재미있게만 느껴지는 X발비용이라는 단어에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충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X발비용의 의미를 전문가들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본교 학생생활상담소 심리상담전문가는 X발비용의 지출은 심리적인 결핍에 대한 욕구를 물질로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하고 싶은 충동적인 소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충동적인 소비가 순간적으로 쾌감을 줘서 짧은 시간 동안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준다”며 “충동적 소비로 인한 쾌감을 기억하게 되면 다시 더 큰 소비를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X발비용의 지출이 반복되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교 학우들 또한 일상 속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홧김에 X발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때론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보며 X발비용의 지출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만연한 일상 속에서 X발비용의 지출은 작은 즐거움이지 않을까. X발비용을 지출하며 행복을 찾으면서도 마음 한편은 씁쓸해지는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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