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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국립여성사전시관” 여성의 역사를 담아 여권 향상의 미래를 열다
김의정 기자  |  smpguj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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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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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날을 9월 1일로 하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에 주목해 한국 여성의 날 재정을 요구하고 특별전시회를 연 곳이 있다. 바로 역사 속에서 여성의 가치를 창조·발굴하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이다. 이곳은 여성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여성사전시관이다.

3월 8일(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2일(목), 고양시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 2층에 자리한 여성사전시관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과거를 담아 미래를 열다’라는 여성사전시관의 비전을 담은 문구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물관용 건물을 사용하지 못한 채 지방합동청사 건물에 열린 전시관은 마치 낮았던 여성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제부터 여성사전시관이 말하고자 하는 여성의 역사와 그 해석에 대해 알아보자.

*여권통문: 1898년 9월 1일, 북촌의 여성 300여 명이 모여 발표한 ‘여학교 실시 통문’.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출산의 의미를 새기다
전시는 크게 1층 기획전시실의 ‘가족과 함께 한 출산과 양육의 역사’와 2층 상설전시실의 ‘연대기존’, ‘테마존’으로 구성됐다. 연대기존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주목할 만한 여성과 시대상으로 공간을 꾸몄다. 테마존은 근현대와 현대 여성의 역사와 모습을 이야기했다. 특히 20세기 여성운동의 위대한 유산을 정리한 전시가 눈에 띄었다. 축첩반대를 시작으로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호주제 폐지 등 여성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사회참여를 확대시킨 제도들이 관련 자료와 함께 정리돼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1층 기획전시실의 ‘가족과 함께 한 출산과 양육의 역사’ 전시는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1부에서 3부로 이뤄졌다. 전시관은 가볍게 훑어볼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지만 전시가 담고 있는 의미만은 어느 대형 전시관 못지않았다. 정현주 여성사전시관 관장은 “저출산 시대에 여성의 출산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며 “다만 출산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임신과 출산의 역사를 다루고 있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 ‘품의 기억’은 고대 여성이 출산함으로써 신화가 탄생했다는 출발의 의미를 담았다. 고대 대표적인 여성인 고조선 단군왕검의 어머니 웅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어머니 유화, 주몽의 아내이자 백제의 시조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 등은 우리나라 신화를 탄생시킨 주역을 낳은 인물이다. 우리 민족의 조상을 ‘품은’ 것이다. 이 여성들은 당시에도 ‘시조의 어머니’라는 의미인 ‘시모(始母)’로 불리며 칭송받았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는 어떠한 품이 있는지 살펴보는 ‘품의 기억’ 전시에서 품의 흔적과 온기가 담긴 전시를 살펴봤다.

전통사회에서 출산은 종족 보존과 번성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에 가족과 이웃 모두가 신, 자연물 등에 생명의 탄생을 기원했다. 1부 주제인 ‘임신, 온 가족의 일’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전통적으로 가족과 마을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정 관장은 “전통 사회에서는 아이를 얻기 위해 온 가족이 바위, 절, 산신당 등에서 간절히 치성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2부는 ‘출산, 다산에서 소자녀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수의, 아들을 선호했다. 반면 오늘날에는 자녀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지만 한 자녀, 혹은 자녀를 원하지 않는 가정이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상을 정부 주도의 가족계획 포스터를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근대 이후 도입된 청진기, 주삿바늘 등 서양식 의료 기기를 전시해 놔 오늘날 병원에서 분만하는 출산 환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육, 온 가족의 일
‘‘양육, 가정을 넘어 사회로’라는 주제로 전시된 3부에서는 박정희 할머니가 자녀를 양육하며 작성한 육아일기를 볼 수 있었다.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161쪽에는 “태어나서 백일 때 돌 때 예상도 못 한 많은 선물을 받았다. 명이 길어지라고 무명실을 받은 것이 어찌 많았던지 5년을 쓰고 남았으니…”라는 구절에서 당시의 돌잔치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과거 의료기술의 발달하기 전에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첫 번째 생일을 보내지 못하고 사망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가 한 살을 넘긴 것을 축하하기 위해 돌잔치를 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돌잔치의 유래다. 박정희 할머니는 육아일기에 한글로 일기를 적고 내용에 맞는 적절한 그림도 그려 넣었다. 박 할머니는 “나중에 자식들이 일기를 보면 자기의 존재가 퍽 고맙고 귀하다고 생각하고 기쁘겠기에”라고 육아일기를 쓴 이유를 밝혔다.

권위적인 가부장제가 강했던 시대에도 출산과 육아에 남성이 참여하는 전통이 있었다. 또한 한 아이가 자라는데 온 마을이 참여하기도 했다. 전통사회에서 할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과 할머니의 이야기 교육은 아이의 인성과 생활 습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정 관장은 “3부 전시는 양육은 어머니만의 몫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육이 전통사회에서도 가족구성원 모두의 책임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할아버지의 손자 육아일기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 할아버지 이문건(1494-1567)이 손자 이수봉(1551-1594)이 태어난 1551년부터 1566년까지 15년간 손자의 양육과정을 기록한 『양아록』이다. 『양아록』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육아일기다. 할아버지가 작성한 육아일기는 조선시대에도 온 가족이 아이를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정 관장은 “맞벌이 부부와 핵가족 등 가족형태가 다양한 요즘은 조부모의 품을 대신해 양육할 사회적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온 가족과 마을의 육아 참여는 줄어들었지만 사회 정책이 그 빈자리를 대신해 주고 있다. 출산 후 일자리 보장, 넉넉한 출산휴가, 아빠의 육아휴직 등이 사회보장의 한 예다. 정 관장은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행복한 육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출산의 고통을 생생히 서술한 사료도 있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시인인 나혜석은 1923년 1월 1일 제19호 『동명』에 발표된 ‘모(母)된 감상기’에서 제 어머니가 겪은 출산의 고통을 서술했다. “박박 뼈를 긁는 듯 쫙쫙 살을 찢는 듯 빠짝빠짝 힘줄을 옥죄는 듯 쪽쪽 핏줄을 뽑아내는 듯 살금살금 살점을 저미는 듯 오장이 뒤집혀 쏟아지는 듯 도끼로 머리를 바수는 듯 이렇게 아프다나 할까 아니라 이도 또한 아니라”

여성사전시관 존재의 이유
여성사전시관은 기존의 남성 중심 가치에서 벗어나 여성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대표적으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명을 들 수 있다. 초등학생조차도 그 이름과 활동을 알 정도로 유명한 남성 독립운동가와 비교해 여성 독립운동가는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여성사전시관 2층 상설전시실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조화벽 지사의 유품을 볼 수 있었다. 조화벽 지사는 독립운동가 류우석 지사의 아내로 부부가 함께 독립운동에 힘썼다. 하지만 여성인 조화벽 지사는 남편 류우석 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 여성사전시관에서는 조화벽 지사의 며느리에게 유품 82점을 기증받아 상설 전시를 열었다. 정 관장은 “역사 속에서 여성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여성 위인이 많지 않다”며 “여성사전시관에서는 한국사 속 여성을 재조명해 그간 가려진 여성 위인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화벽 지사는 양양만세운동을 계획하고 독립선언서를 솜버선의 버선목 속에 숨겨 4월 4일 양양 장날에 대대적인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정 관장은 여성사전시관의 건립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일반 박물관에 방문해 보라”고 권한다. 그는 “일반 박물관은 성별에 따른 차이와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를 전시한다”며 “여성사전시관은 성인지적 관점에 따라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다르게 발전했는지를 주목한다”고 말했다. 여성사전시관이 남녀 평등한 역사 인식을 기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 세계에는 54개의 여성사박물관이 있다. 6, 70년대 활발했던 여성운동의 결과 80년대부터 유럽에서는 속속들이 여성사박물관이 건립된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여성사전시관은 2002년도 대방동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늦은 편에 속한다.

정 관장은 “서양에서는 여성사학자들이 여성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여성사와 여성운동 간의 간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여성사전시관이 한국 여성의 역사를 살펴 그 안의 문제와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관장은 본교 학우들에게 “최근 일본군‘위안부’나 여성혐오 문제로 여성운동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전시관이 아직 발전 단계에 있어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사전시관은 전시관이 독립된 건물에 위치하지도 않고 위치도 서울 중심과 떨어져 있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정 관장은 “박물관용 건물이 아니고 청사 안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언젠가는 용산으로 이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라갈 여성인권처럼 발전할 날만 남은 여성사전시관에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떤가.

 
   
▲ 2014 일본군‘위안부’ 관련 공모전 ‘합창’ 최우수작인 ‘나를 잊지 말아요’. 2층 상설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 1층 ‘가족과 함께 한 출산과 양육의 역사’ 기획전시 2부 ‘출산, 다산에서 소자녀료’ 속 태교와 관련된 자료.
 
 
   
▲ 2층 상설 전시관에 있는 일본군‘위안부’ 동상.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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