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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로 잴 수 없는 사랑을 수레에 담아요
이지원 기자  |  smpljw9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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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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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불공정 거래의 해결을 위한 웜 키트(warm kit)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초겨울,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우들이 학생회관 앞에 옹기종기 모였다. 인파 사이에는 팻말을 든 두 학우가 웜 키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생활고를 차근차근 설명하자 주위에 모인 학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익금이 기부되기에 학우들이 하나 둘 웜 키트를 구매했다. 응원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썸킬로(SOMEKG)’는 빈곤 노인에 대한 복지 수준을 개선하고 직접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소규모 신생기업(startup)이다.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해 사회적 기업으로 자라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현실의 무게는 덜고 희망은 더하고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이정연(가족자원경영 16) 학우는 꾸준히 독거노인들의 집에 방문해 말벗이 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 학우는 봉사활동을 하며 노인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 학우가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 팔며 근근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봉사활동 경험은 이 학우가 복지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도록 이끌었다. 노인들의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권정민(문화관광 16) 학우 역시 노인 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에서 만난 둘은 빈곤 노인의 생활을 개선하고자 뜻을 모았다. 폐지 공정거래를 위해 활동하는 썸킬로의 시작이었다. 썸킬로라는 이름은 어떤 사람·생각·노력(SOME)들이 모이면 ‘무게(KG)’로 책정되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노인복지를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은 노인들이 파는 폐지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점을 발견했다. 이 학우는 “폐지 1kg당 가격은 70원이에요”라며 “100kg의 폐지를 주워서 팔아도 만 원이 되지 않아요”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썸킬로는 노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으로 폐지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현실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그들을 만나야 했다. 평소 자주 마주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찾아 나서니 쉽게 만날 수 없었다. 두 학우는 폐지를 운반할 수 있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 줍는 노인을 찾아 나섰다. “숙대입구역부터 서울역까지 계속 걸어 다녔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물어보며 노인이 있다는 장소에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이 학우는 “폐지 줍는 노인을 발견했다는 댓글을 보고 수업 도중에 뛰어나간 적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폐지 줍는 노인을 만났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권 학우는 “폐지 줍는 노인께 말을 걸자 귀찮아하거나 피했어요”라고 말했다. 차가운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권 학우는 노인에게 폐지 거래와 평소 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다. 노인은 못 이기는 척 폐지를 팔아서 이어가는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털어놨다.

노력 끝에 썸킬로는 4명의 노인을 만났다. 폐지 1kg당 천 원의 가격으로 10kg의 폐지를 여섯 번 구매했다. 시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폐지를 구매한 것이다. “한 번 구매를 한 후에는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밝게 인사해 주셨어요”라며 권 학우는 뿌듯하게 웃었다.

추위를 녹이는 썸킬로의 성장
구매한 폐지는 직접 재생종이로 만들었다. 권 학우는 “재생종이를 만들기 위해 조리도구로 쓰던 믹서기로 집에서 폐지를 갈았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기에 구매한 폐지를 모두 재생종이로 만들 수는 없었어요” 대신 남은 폐지는 두 사람의 집 근처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완성된 재생종이는 종이 카드를 만들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도구로 구성된 웜 키트 구성에 포함됐다. 웜 키트 판매는 기부금 마련을 위한 활동이었다. 손가방 모양의 키트 안에는 핫팩, 손거울, 바셀린(vaseline) 등을 비롯해 수제 재생종이 카드, 썸킬로가 구매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가 담겨 있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지 않더라도 관심을 갖고 물어봐 주는 분들이 계셨어요” 권 학우는 썸킬로의 활동에 관심을 가진 학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웜 키트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그리 높지 않았다. 교통비, 포장비, 택배비, 인쇄비 등 사용한 비용을 계산하니 적자였다. 권 학우는 “많은 수익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학우들에게 폐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실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에요”라고 미소 지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한 2차 홍보까지 고려하면 얻은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썸킬로가 들인 노력은 상장과 함께 돌아왔다. 썸킬로는 지난달 3일(금) ‘프라임 자기주도진로개발 공모전’에서 2위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권 학우와 이 학우는 수상 당시에 눈물이 났다며 웃음 지었다.

‘2016 숙명창업경진대회’에서도 장려상을 받았다. 활동에 대해 걱정이 많았지만 점점 썸킬로 활동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장려상을 받으면서 썸킬로가 인정을 받았고 성과를 냈다는 것이 힘이 났어요”

썸킬로의 이유 있는 선택
공익과 수익성을 함께 노리기는 쉽지 않았다. 1차 웜 키트 판매는 큰 수익을 남기지 못했다. 부가세 등이 가격에 포함된 제품을 구매한 뒤에 다시 포장해 팔았기 때문이다. 이에 구매한 폐지를 이용해서 페이퍼 플라워(paper flower)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폐지를 재생종이로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했다. 페이퍼 플라워처럼 수작업이 필요한 상품도 수익을 효과적으로 내기 어려웠다. 썸킬로는 낮은 단가로 높은 수익성을 내기 위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썸킬로의 비전은 ‘아무거나 팔지 않는다’예요” 이 학우는 “수익을 내면서도 상품에 사회적인 가치를 담아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고안한 상품은 ‘생리대 케이스’였다. 여성들이 생리대를 당당하게 꺼내지 못하고 숨기는 모습을 개선하려는 의도다.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상품에 넣어 전달하고자 했다. 최근에도 용산 디지털대장간에 찾아가 3D 프린터(printer)로 시제품을 만들며 현재도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시제품의 개발비용은 ‘프라임 자기주도진로개발 공모전’과 ‘2016 숙명창업경진대회’의 상금과 1차 웜 키트 판매의 수익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권 학우는 “본교 앙트러프러너십 센터에서도 저희를 지원해 주고 있어요”라며 “학교에서 썸킬로의 활동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썸킬로는 수익금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90%는 썸킬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사용한다고 전했다. “썸킬로의 사업이 확장돼야 도울 수 있는 노인들의 범위가 커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썸킬로는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희망을 전하기 위한 발돋움
대학생이란 신분으로 하는 수익창출 활동엔 어려움이 따랐다. 썸킬로에서 판매할 상품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많았다. 조언을 얻기 위해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는 변호사 사무실에 무작정 전화를 거는 일도 수십 번이었다. 이 학우는 “몸으로 하나하나 부딪혀 가면서 배우는 것이 힘들었어요”라면서도 “지금은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수익을 창출해 기부하는 현재의 활동으로는 소수의 노인밖에 도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노인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권 학우와 이 학우는 지난달 14일(화) 본교 정문 앞에서 폐지 불공정 거래를 소개하며 학우들에게 서명을 요청했다. “서명운동을 진행해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을 계획이에요” 제지회사의 담합으로 인해 낮아진 폐지의 가격을 다시 상승시킨다면 더 많은 노인들을 도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두 학우는 빈곤 노인들이 극심한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권 학우는 여러 노인들과 대화하며 기초수급에 대한 노인들의 지식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됐다. “어르신들이 저희한테 폐지를 판매하시면서도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주저하시더라고요” 정보를 공개하는 걸 주저한 것이 기초수급이 끊길까 걱정해서였다는 걸 안 권 학우는 “어르신들이 정확한 지식을 아시면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학업과 썸킬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에 버거움을 느낀 두 학우는 썸킬로의 활동에 집중하고자 휴학을 결심했다. 권 학우와 이 학우는 “학우들이 썸킬로의 활동에 공감해주시고 웜 키트도 많이 구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라며 “완성도 높은 생리대 케이스를 선보이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달릴 거예요”라고 전했다.

   
▲ 지난 11월 23일(수) 본교 학생회관 앞에서 썸킬로가 판매한 1차 웜 키트의 구성 상품이다. 썸킬로가 직접 만든 푸른색 수제 재생종이가 들어 있다.
   
▲ 썸킬로를 만든 학우들. 왼쪽부터 이정연(가족자원경영 16), 권정민(문화관광 16)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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