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강의실 책상 위에 ‘○○○ 눈송이는 오늘 ___휴업합니다!’라고 적힌 동맹휴업 출결카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난 25일(금), 숙명인들은 ‘파괴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동맹휴업을 선포하고 강의실을 벗어나 거리로 나갔다.

본교 학우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25일 전국 대학 중 최초로 동맹휴업을 선포했다. 동맹휴업이란 학생들이 교육·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벌이는 집단 수업 거부 운동이다. 본교 김성은(식품영양 13)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동맹휴업은 대학생으로서 현 사태에 대해 강하게 투쟁하는 방안이다”며 “학생의 권리인 수업까지 포기하고 거리로 나선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동맹휴업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본교 제4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1월 15일 본교 동맹휴업’을 의결하기 위해 지난 9일(수)과 10일(목) 이틀 동안 본교 재학생 대상 투표를 진행했지만,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12일(토)에 있었던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시국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커져 본교 동맹휴업에 대해 학우들의 재요청이 쇄도했다. 결국 지난 18일(금)에서 21일(월)까지 나흘 동안 재투표가 진행돼 투표 참여자 4,763명 중 찬성 4,285표(89.96%) 반대 178표(3.73%) 기권 300표(6.29%)로 25일 동맹휴업 선포를 확정했다.

이날 비대위를 비롯한 600여 명의 학우는 순헌관 사거리에서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동맹휴업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은 선포문 낭독과 구호 복창, 자유 발언을 세 번 반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선포식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선포문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를 낭독하며 “무능력한 대통령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거리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이 역사책 한 면에 당당히 남을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발언은 이다경(법 15) 학우를 포함한 다섯 명의 학우의 발언으로 이뤄졌다. 이다경 학우는 “능력이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며 우리의 부모를 죄인으로 만드는 세상은 누가 만들었냐”며 “더는 당신들의 손에 대한민국을 맡기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지수(법 16) 학우는 “학생의 신분으로 펜이 아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게 돼 참담한 심정이다”며 “혼돈의 역사에서 광장의 민초가 희망의 빛을 밝혔듯 우리 역시 대한민국 역사가 이끄는 자명한 방향을 따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포식을 마친 후 동맹휴업 문화제가 진행됐다. 동맹휴업 문화제에서는 음악대학 리더십그룹 나르샤, 본교 리더십그룹 숙명니비스응원단(NIVIS)과 중앙댄스동아리 맥스(MAX)의 축하공연이 열기를 더했다.

동맹휴업에 참여한 강영미(한국어문 14) 학우는 “전국에서 첫 번째 동맹휴업을 본교가 선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동맹휴업을 시작으로 다른 학교 학생들도 동맹휴업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숙명인들은 본교를 떠나 광화문을 향해 행진했다. 비대위와 학우들은 ‘전진숙명’ ‘박근혜는 퇴진하라’ ‘강의실에서 거리로’ ‘껍데기는 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본교 캠퍼스를 순회하고 본교 정문, 숙명여대입구사거리, 서울서부교차로, 상수도사업본부삼거리, 대한문, 동화면세점을 거쳐 광화문까지 전진했다. 선포식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300여 명의 학우가 차도로 행진했지만 인명 피해나 시민들과의 마찰은 없었다. 행진은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이어졌다.

행진에 참여한 김소진(경영 16) 학우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에서 숙명인들과 함께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노력하는 사람이 잘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진을 지켜보던 익명의 한 시민도 “숙명인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며 학우들의 행진을 응원했다.

광화문까지 행진을 마친 학우들은 오후 6시 30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학생총궐기’에 합류했다. 이날 집회에는 본교를 포함해 동국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카이스트(KAIST) 등 13개 대학 학생들 2,000여 명과 시민 1,0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대학생총궐기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우리의 삶을 파탄 낸 그들만의 리그(league)인 현 정부를 거부한다”며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우리가 저들이 망쳐 놓은 우리의 삶과 정의를 되돌리기 위해 행진했다”고 외쳤다.

본교 김응교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동맹휴업에 대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동맹휴업 출결카드는 동맹휴업 상황에서 교수와 학생들 간의 소통을 돕는 좋은 대안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숙명인들의 행진에 대해 “도로를 차단하지도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은 평화행진이었다”며 “준비과정부터 마무리까지 흠잡을 데 없는 숙명인들의 행진에 박수를 보낸다”고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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