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언젠가 ‘진짜 산타’를 만나리라는 다짐으로  산타에게 편지를 쓰던 어릴 적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눈이 뒤덮인 곳, 여름에도 추운 곳, 순록이 뛰어다니는 핀란드로의 여행은 그 옛날 작은 꿈에서 시작됐다.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모은 돈으로 나는 배낭 하나를 매고 무작정 헬싱키로 떠났다. 첫날밤 헬싱키 공항에서의 노숙에도 불구하고 신이 났다. ‘정말 그곳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일까. 타지에서 보낼 한 달이라는 시간이 감사했고 또 소중했다.

헬싱키에서 만난 친구들이 소개해 준 아름다운 도시 투르쿠에도 방문했다.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핀란드식 사우나를 체험해 보기도 했고, 웅장한 대성당에서 미사도 드렸다. 평화롭던 탐페레에서는 강가에 앉아 종일 구름을 보며 사람들과 참 많은 얘기를 나눴다.

산타클로스를 만나러 가던 날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이 묻어 둔 동심이 조금씩 깨어나면서인지, 힘들 만도 한 기차에서의 수면이 너무나도 편안했다. 기다려온 북극권 진입, 또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에로 도착한 그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십 년 내내 꿈에 그리던 진짜 산타를 만나던 날이었다!

“이제는 산타가 있다는 걸 믿어도 돼요. 산타는 항상 당신을 응원할 겁니다!”

아, 그 순간을 어떻게 잊겠어! 진짜 산타클로스를 만났다. 정말 당신을 만났다는 그 기쁨 덕분인지, 두 시간에 한 대씩 있는 버스를 놓치고도, 또 길을 잃어버려 지나가는 차를 붙잡아 타면서도 나는 어린 시절 순수했던 그때처럼 밝게 웃었다. 산을 타다 낭떠러지를 만났을 때에도, 마구간에서 겨우 잠을 이루던 밤에도 나는 참 행복했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수많은 인연들, 그리고 내가 헤매던 거리들이 너무나도 눈에 밟힌다.

신가희(화공색명공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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