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기획
당신의 몸을 노인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조은해·박민지 기자  |  smpjeh92@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1.2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노인들. 때때로 사람들은 걸음이 느리다거나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노인들을 답답하게 여기곤 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지 이해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인들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해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노인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효창공원 안에 위치한 노인생애체험센터다. 사람들이 고령 노인의 불편과 고충을 이해하고 노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노인생애체험센터. 본지 기자들은 지난 15일(화) 이곳을 방문해 두 시간 동안 노인의 삶을 직접 체험해 봤다.

함께 경험해 보는 노인의 생애
2006년 10월에 개관한 노인생애체험센터는 노인 이전 세대가 노인의 삶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노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설됐다. 이 센터에는 노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교육 체계가 갖춰져 있다. 체험공간 또한 마련돼 있어 노인의 생애를 가상으로 체험 할 수 있다. 체험공간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생활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해 준다. 노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해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세대 통합을 이루기 위함이다.

노인생애체험센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교육 및 준비를 위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 후 노인생애 체험자들은 약 30분 동안 노인복지 정보에 대해 배운 후 체험실 이용방법과 노인 체험복 착용 방법을 안내 받았다. 먼저 노인복지 정보에 대한 기본적 교육을 통해 노인들이 어떤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알게 된 체험자들은 노인의 기본적인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체험복을 입는 방법을 안내하는 사회복지사는 체험자가 체험복을 입는 동안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체험자들은 발목과 손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무릎과 팔꿈치, 등에 보호대를 착용한 뒤 황색으로 렌즈 처리 된 고글을 착용해야 했다. 사회복지사로 활동 중인 박정원 노인생애체험센터 차장은 “팔목과 발목의 모래주머니는 노인들의 근력 저하를, 무릎과 팔꿈치의 보호대는 노인들의 관절 퇴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등의 보호대는 노인들의 구부정한 등을, 고글은 황반변성으로 인한 노인들의 시각적 불편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체험복 착용을 마치자 체험자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직접 노인이 돼 생활해 보다
체험자들은 체험복을 착용한 채 실내로 이어진 체험 공간으로 이동했다. 박 차장은 “황반변성 고글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체험자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를 부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공간 내부는 공공생활 체험공간과 개인생활 체험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공공생활 체험공간은 현관, 거실, 주방 등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야 했는데 체험복을 착용한 체험자들에게는 신발을 벗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이에 체험자들은 “앉거나 핸드레일을 잡지 않으면 노인들이 신발을 갈아 신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게 신발을 갈아 신은 뒤 거실과 주방으로 들어서면 소파와 수납장, 냉장고, 싱크대 등을 볼 수 있었다. 체험자들은 체험 과정에 포함된 냉장고 속 용기 들어올리기, 음료 유통기한 확인하기, 그릇들을 선반 위에 올려놓는 일과 같은 체험을 해야 했다. 체험자들은 “사소한 일들조차 노인의 몸이 되니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침실, 욕실, 좌식 체험으로 구성된 개인 생활 체험 공간으로 이동한 체험자들은 침대에 누웠다 일어나 보고 변기와 욕조, 세면대를 사용해 봤다. 하지만 개인생활 체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욕실의 경우 다른 곳보다 미끄러지기 쉬워 노인의 몸으로는 사용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침대 혹은 바닥에 몸을 눕는 것 역시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처럼 체험자들은 노인의 신체가 된 채 일상과 유사하게 꾸며진 체험공간에서 생활해 보며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한편 체험공간에는 일반적인 가구뿐만 아니라 노인을 위해 고안된 가구도 놓여 있었다. 일반 가구와 노인의 생활에 특화된 가구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팔걸이와 바퀴가 달린 의자, 높이 조절이 가능한 싱크대, 45각도로 내려오는 선반 등 노인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가구들을 번갈아 체험해 본 체험자들은 자신의 느낌을 공유했다. 체험자들은 “일반 가구보다 노인에게 특화된 가구가 확실히 더 편한 것 같다”며 “노인의 편안한 생활을 위한 디자인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차장은 “노인의 편의를 위한 가구가 보다 대중화되며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다”며 “가격이 내려가면 독거노인들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내 체험을 마친 후 체험자들은 보행 체험 공간으로 이동했다. 보행 체험공간은 외부 공간에서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 주기 위한 것으로 체험자들은 체험복을 입은 채 계단 체험을 하게 된다. 한 체험자는 “온몸이 불편한 나머지 저절로 계단 난간을 잡게 됐다”며 “노인들이 계단을 오를 때 왜 난간을 잡고 올라갔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계단 체험 후에는 휠체어 탑승 체험이 이어졌다. 체험자들은 둘씩 짝을 지어 휠체어를 펴는 방법부터 탑승과 하차를 거쳐 휠체어를 접는 방법까지의 과정을 배우고 실천했다. 또한 경사로가 아닌 계단에서 휠체어를 다루는 법, 휠체어를 타고 있는 노인을 대하는 법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행 체험공간을 마친 뒤 실내 체험 공간으로 돌아오면 선반 위에 각각 세 개의 특수한 안경이 놓여 있었다. 바로 노인들이 흔히 겪는 질환인 녹내장과 백내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안경이었다.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녹내장 안경을 끼고 바라본 세상은 좁고 어두웠다. 백내장이란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게 되는 질환이다. 백내장 안경은 시야를 뿌옇게 만들고 사물을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녹내장과 백내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본 체험자들은 ‘이상하게 보인다’ ‘잘 안 보인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박 차장은 “최근 어두운 곳에서의 스마트폰을 장기간 사용하면서 젊은이들의 눈 건강이 약화됐다”며 “먼 미래를 위해서라도 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깨닫는 노인의 마음
“공공장소에서 팔꿈치로 치고 가는 노인이 고의로 그러는 게 아니라 몸이 둔해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치게 되는 거다”는 박 차장의 말에 체험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체험 공간에서 노인생애를 체험을 마친 체험자들은 평소 노인들이 겪을 어려움에 공감했다. 박 차장은 그런 체험자들에게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용품인 실버 용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체험관에는 편리함이 더해진 지팡이, 목 디스크 노인을 위한 물컵, 치매 노인을 위한 수저와 포크, 노인들의 근력을 키우기 위한 슈마 보행기 등 다양한 실버 용품이 진열돼 있었다. 체험자들은 여러 가지 실버 용품을 하나씩 접해 보며 직접 체험했다. 이에 박 차장은 “최근 고령화시대에 맞춰 실버 용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서 경험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실버 용품이 더욱 더 개발되면서 노인들이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모든 체험을 마친 체험자들은 체험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이 담긴 수료증을 받았다. 낯설었던 서로지만 두 시간 동안의 노인생애체험으로 인해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노인생애체험을 통해 체험자들은 노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체험자로 참여했던 김나영(여·21) 씨는 “친구의 권유로 노인생애체험을 신청하게 됐다”며 “이 활동을 통해 노인의 생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자들의 노인생애체험을 이끈 박정원 차장은 “다양한 세대의 친구들이 와서 체험을 하고 난 뒤 노인생애에 대해 인식이 바뀌는 것 같을 때 가장 보람차다”며 “앞으로도 많은 친구들이 이곳을 방문해 노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가상이었지만 노인생애를 경험해 본 만큼 앞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보면 그를 이해하고 선뜻 도움을 줄 수 있는 청년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은해·박민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취재를 위한 첫 걸음, 공부에서 답을 찾다
2
"우와, 프라임이 보여!"
3
창덕궁과 창경궁
4
안전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나라
5
이재명-김혜경 부부, 숙명인과 의견을 나누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강미은 | 편집장 : 하재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7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