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한 남녀가 만났다. 둘은 서로 사랑했고, 의지했다. 사랑은 점점 커져 결혼도 약속하기 전 아이가 생겼다. 그러나 남자는 마음을 돌렸고, 여자는 혼자가 되었다.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여자는 ‘미혼모’가 되었다. 그녀의 나이 23살이었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 K씨의 경험이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로 산다는건 무인도에 사는 것보다 외롭고 쓸쓸한 일입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미혼모가 됐지만, 앞으로 계속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그녀가 처한 상황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도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모의 의미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여자가 행실이 바르지 못해서” “피임을 제대로 안했기 때문에” 라며 미혼모를 구석으로 내몰아간다. 결혼 준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그들은 출산과 동시에 육아라는 큰 짐을 안게 된다. 생명 존중이라는 고귀한 사명감을 가지고 출산을 선택하지만, 돌아가는 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불편한 선입견이다. 취업을 할 때와 사람을 처음 만날 때에도 미혼모임을 말하는 것은 선택을 넘어 금지어가 됐다.

문제는 미혼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매일(2016.04.05.)에 나온 미혼모 현황은 충격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도 기준 모자보호시설 입소자의 20.2%가 미혼모로 나타나며 이혼 다음으로 많은 사유에 꼽힌 바 있다. 관련 기관에서는 국내 미혼모 숫자가 수만~수십만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 정확한 통계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 채 사회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실정이다” 미혼모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시급하다. 사회, 경제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사회적으로는 혼자서 출산을 결정하더라도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출산과 육아의 비용이 절대적으로 알맞게 지원되어야 한다. 분유, 기저귀 값 일부 지원의 형태로는 부족하다.

미혼모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파악과 제도 개선은 모두가 안고 가야할 책임이다. 더 이상 홀로 싸우는 미혼모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K씨의 말을 남긴다. “또 그때로 돌아간다해도 저는 똑같이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할것입니다. 아이는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경민(앙트러프러너십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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