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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서점, 운영난 딛고 희망을 향해
정소영 기자  |  smpjsy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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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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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서점이 재정난으로 인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대학가의 서점들은 수험서와 교재 판매처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8~90년대 대학생들의 토론의 장 역할을 한 서점인 연세대 앞 ‘오늘의 책’과 고려대 앞 ‘장백’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전남대 앞 ‘청년글방’, 성균관대 앞 ‘풀무질’, 동국대 앞 ‘녹두서점’, 건국대 앞 ‘인서점’ 정도가 전부이다. 현재 남아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1985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성균관대 앞 ‘풀무질’을 방문해 위태롭게, 그러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점의 실태를 취재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풀무질의 낡은 녹색 간판에서는 풀무질이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했다. 서점 주인 은종복씨는 1994년에 이전 주인에게서 풀무질을 이어받았다. 90년대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소련과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무너지며 사회 이념이 변화해 인문사회과학서적의 위상도 한풀 꺾이던 시기였다. 주변에서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책방 운영을 반대했지만 은종복씨는 서점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지키기 위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은씨가 서점을 열 당시에도 인문사회과학서적이 많이 팔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에 비하면 꿈같이 느껴지는 시절이다. 당시 「창작과 비평」과 같은 문학지는 발행될 때마다 100권이 넘게 팔렸지만, 지금은 5권도 채 나가지 않는다. 일반 교양서적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하루에 수십권이 팔렸지만 지금은 잘해야 일곱권 정도가 전부다. 수험서가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교재가 30%, 인문학 서적이 10%, 나머지는 잡지가 차지한다.


   
 
   
 
은종복씨의 설명을 듣는 동안 여학생 세 명이 책방으로 들어와 수험서를 구입해갔다. 잠시 후 들어온 한 남학생도 판례집을 샀을 뿐 인문사회과학서적을 구입하는 사람은 없었다. “풀무지에는 인문사회과학서적이 많이 있지만 매출은 전체의 10%도 안돼요. 인문사회과학서점이라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쑥스럽습니다.” 다른 서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녹두서점’의 이을상씨는 “인문사회과학서적은 하루에 10~15권 정도 팔리지만 수험서는 이보다 훨씬 많이 팔린다.”고 말한다.


사명감과 소신, 서점을 지탱하는 힘

과거에 서점은 지금과는 다른 역할을 했다. 약속 장소이기도 했고 책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랑방이자 진보의 공동체였죠.” 은종복씨는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과거의 서점을 사랑방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러나 사회가 변모하고 인터넷 서점이 발달하면서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찾는 발걸음은 뜸해졌다. 결국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재정난으로 하나 둘 씩 문을 내렸다.


현재 남아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서점 주인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서점만이 해낼 수 있는 사회적 의무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은종복씨는 어려운 서점 살림을 쪼개 인권운동사랑방, 민중의소리, 평화네트워크, 민중언론참세상과 같은 사회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인류 평화와 사회의 발전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는 신념과 사명감 때문이다.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운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과 교수들, 학생회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서점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세상을 향한 서점의 새로운 도약

이제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사회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날이 오면’은 새로운 세대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인터넷 거래가 가능한 홈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다. 또 연구서적이 필요한 곳이나 비정부기구 등 인문사회과학분야와 관련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연계할 계획이다.


풀무질의 은종복씨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며 학생들, 세상과의 소통을 이으려 한다. “책방 주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방이 잘 안된다고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씨앗이 바로 잠을 줄여 쓰는 글입니다.” 2003년, 서점 시작 10년째를 맞아 조촐하게 떡잔치를 하려고 했지만 그해 발발한 이라크 전쟁은 은씨에게 새로운 결심을 가져다 줬다. 그는 잔치를 하려던 돈을 평화단체에 기부하고 매일 쓰는 글을 통해 세상을 알렸다.  단골 학생들은 스스로 찾아와 은씨의 글을 받아가고 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책에 대한 글을 쓰자 그 책을 찾는 사람도 따라서 증가했다. 이것이 대형서점과는 다른 특별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갖고 있는 풀무질만의 책 판매 방식이다.


직접 고른 좋은 책들을 학생들에게 권해주는 소신, 서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우리의 곁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원동력이다. 사회변혁의 폭풍 속에서 학생들의 든든한 구심적 역할을 맡아온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찾아가보자. 비록 그 때만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주위에서 은근히 공기를 덥혀주는 불씨처럼 오래된 친구가 우리를 반가이 맞아줄 것이다.

인문사회과학 책방은 살아남아야 한다. 자연을 더럽히고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세상을 막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온갖 꽃들과 풀, 벌레, 새들이 평화롭게 사는 속에서 가난하지만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춤추며 뛰노는 세상을 맞아야 한다.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도록 세상을 바꿔야 한다. 그 자리에 작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이 서 있다.


-2007년 4월 11일 어둠을 가르고 아침이 환하게 밝아 오는 무렵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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