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윤나영 기자>
▲ (좌)평상시 복근의 모습 (우)복직근 이개를 경험한 후의 모습

아이를 품는 10개월의 시간. 작은 점에 불과했던 아이가 점차 사람의 형상을 띠는 동안 산모의 신체는 점차 자신의 것이 아닌 아이가 머무는 하나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불러오는 복부와 늘어나는 살은 물론이고 거칠어지는 피부와 달라진 호르몬 분비 등 신체에 전반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임신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이 상상할 수 있는 신체적 변화란 단지 몸 전체의 형태 변화에 그친다. 쉽게 넘겨서는 안 될 변화들이 임신, 그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에 집중한 나머지 돌보지 못했던 여성의 몸. 지금부터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신체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복직근 이개, 임신 후 배가 쳐져요
“엄마 배는 왜 쳐졌어?” 쭈글쭈글한 엄마의 배를 보고 가슴 아파했던 적이 있는가. 당연하게도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을 엄마의 배가 쭈글쭈글하다면, 그녀는 당신을 가졌을 당시 ‘복직근 이개(腹直筋 離開)’를 겪은 것이다.

태아가 점점 커지면서 배의 근육인 복직근 사이의 결합조직에 강한 압력을 받아 복직근이 양쪽으로 벌어진 것을 복직근 이개라고 한다. 누운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 동작으로 등 부분까지 들여 올려보자. 그 상태에서 검지와 중지 손가락 끝을 배꼽 2cm 위 중앙에 올렸을 때 움푹 들어간다면, 출산 후 벌어졌던 복직근 이개가 아직 복구되지 않은 것이다.

출산을 경험해본 황은진(여·33) 씨는 “복직근 이개를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복직근 이개는 모든 임산부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황 씨의 경우 출산 후 복직근이 결합된 모습만을 보고 복직근 이개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복직근이 일부만 결합돼 나머지 부분은 벌어진 채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아 산모의 주의가 필요하다.

복직근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복직근의 근력약화로 상체의 균형이 무너져 허리와 등의 통증이 유발된다. 심한 경우 소화기관들이 불안정해져 소화 장애가 생기거나 탈장이 오는 경우가 있으니 복직근에 이상이 없어 보일지라도 출산 후 반드시 복근운동을 해야 한다.

임신 기간 내내 고통받는 허리 통증
“누워만 있어도 허리가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황 씨는 임신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임신 요통’을 꼽았다. 10개월 내내,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 황 씨는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들 수조차 없었다. 임신한 여성의 신체는 자궁이 커지고 체중이 증가한다. 따라서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내분비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러한 전반적인 신체 변화로 임신 요통이 발생한다.

태아의 성장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산모는 심해진 요통으로 고통받는다. 임신 개월 수가 증가해 배가 나오게 되면 체중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임산부들은 허리를 뒤로 젖히려는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허리 전만은 하부 허리뼈와 엉치뼈, 엉덩이 부위에 부담을 주게 돼 허리 통증이 유발된다. 또한 모든 산모라면 겪는 복직근 이개는 임신 요통을 더욱 악화시킨다. 복부가 커지면서 복부 근육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복직근 이개를 겪으면 그로 인해 복부 근육의 지지가 약화된다. 이에 허리와 골반 근육의 부담이 더욱 가중돼 임신 요통이 심해지는 것이다.

황 씨는 “임신 초기에는 가벼운 운동과 산책을 하면서 요통을 완화하고자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황 씨와 같이 태아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운동은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든 산모에게 운동을 바라는 것은 너무도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은 필수적이다.

임신성 당뇨, 산모·태아에게 치명적
임신성 당뇨도 여성의 건강과 태아 발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병이다. 임신 전에는 건강하던 산모가 임신 중에 갑자기 혈당 조절에 이상이 생겨 당뇨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임신성 당뇨라고 한다. 당뇨란 음식물로부터 섭취돼 혈액으로 흡수된 당(포도당)이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내성의 증가로 우리 몸에서 이용되지 못한 채 혈액에 쌓여서 나타나는 대사질환이다. 임신성 당뇨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따로 검사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병이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임신과 내과적 질환 및 합병증』의 저자 이종건 씨는 “출산 후 태반 호르몬이 사라지므로 임신성 당뇨는 사라지기 마련이다”며 “그러나 당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치료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당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성 당뇨에 걸린 산모는 임신중독증, 양수과다증 등의 합병증에 걸리기 쉽다”고 덧붙였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중 일회성 질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약 50%의 비율로 출산 후 재발한다. 캐나다에서 633,449명의 출산 여성을 대상으로 9년간 당뇨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임신성 당뇨에 걸린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당뇨 발생률이 9배 높았다. 따라서 임신성 당뇨에 걸린 산모는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혈당 조절이 중요한 만큼 탄수화물이 주된 영양소인 음식을 멀리하는 등 식단조절을 해야 하며 운동을 꾸준히 해야 여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황 씨는 “학창시절 받았던 교육과 실제 임신·출산은 너무도 달랐다”며 현실성을 반영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신·출산은 그녀의 일생일대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지만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와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그녀는 “임신 여부, 성별과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지식을 알아야 한다”며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지 못한 대다수는 이로 인한 몸의 변화와 고통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그러나 황 씨의 말처럼 이로 인해 변화될 자신의 삶과 신체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한 후 임신과 출산을 계획한다면 한층 더 건강한 신체,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라는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허리 전만: 앞으로 볼록하게 굽은 척추 배열 양상
*인슐린: 혈액 속의 포도당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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