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20살이 되면서 바로 사회로 뛰어들었다. 사회는 냉정했고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같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이, 청춘이 사회에서의 노동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때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외국물 한번 먹은 적 없는 완벽한 토종 한국인인 내가 혼자 ‘31박’이라는 기간의 여행을 준비했다. 목적지는 유럽이었다. 그동안 꿈만 꾸던 곳들을 차례대로 정리하여 영국에서 시작해 이탈리아로 끝나는 8개국 여행 계획을 짜게 됐다. 2014년 3월, 견문을 넓히고 인생의 목표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에 설레는 여행을 시작했다.

영국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어떻게 짐을 찾아야 하는지 몰라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 뒤를 쫓아갔다. 간신히 짐을 찾고 전철역을 찾아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한 나는 긴장 탓인지 저녁을 굶었단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며 긴장의 연속이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런던의 거리에서는 출근하는 사람들과 여행객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수많은 외국인을 보고 새로운 길을 걷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행복해서 운다는 말이 그 순간 이해가 갔다.

영국 사람들은 친절했다. 길을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주었고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줬다. 한 번은 저녁을 먹고 빅벤과 런던아이 야경을 보고 런던의 전철인 튜브를 타고 숙소에 돌아가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답답했다. 숙소가 있는 역에 하차하여 플랫폼 벤치에 앉아있었는데도 나아지질 않았다. 그렇게 전철은 계속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를 몇 번, 내가 타지 않고 계속 벤치에만 앉아있으니 역무원이 다가와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때 체했다는 영어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Food in here."라고 외치며 가슴을 부여잡았더니 그가 "Oh, are you ok?"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려 숙소로 돌아가 한국에서 가져온 소화제를 챙겨 먹고 나았다.

혼자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 진학해서 배워야겠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현재 앙트러프러너십 전공에 진학해 미래를 위한, 나를 위한 공부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영주 (앙트러프러너십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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