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그토록 오지 않기를 바랐던 9월은 이제 많이도 지나갔고 그만큼 글로 써야하는 과제도 많아졌다. 얼마 전에도 A4용지 2장을 빽빽하게 채운 과제를 제출했는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을까 제출 직전까지 전전긍긍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요즘은 모두가 맞춤법으로 골머리를 썩는 듯하다. 의외로 교수님들도 맞춤법을 모르실 때가 있고 교육봉사에서 만난 중학생들이 괴발개발 쓴 글은 띄어쓰기부터 어휘까지 당최 맞는 게 없다.

최근에는 유독 맞춤법 오류 중 ‘안’과 ‘않’, ‘되’와 ‘돼’ ‘대’와 ‘데’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인터넷에서 일부러 ‘않되’라고 쓰며 장난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맞춤법 오류는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국어어문규정의 원칙과도 관련돼 있다. ‘안’과 ‘않’은 [안], ‘되’와 ‘돼’는 [뒈]로 발음이 같고, ‘대’와 ‘데’는 현대 언중(言衆)이 [애]와 [에]를 구분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발음이 같다. 발음이 같으니 헷갈릴 만도 하다. 문제는 바로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원칙이다. 이는 필요한 경우 원형을 밝혀 적으라는 뜻으로, 맞춤법이 틀린 글은 글쓴이가 말의 원형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애당초 몰랐다는 것을 함의한다.

집단적으로 맞춤법을 틀리는 현상은 사실 당연하다. 언어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기에 시간이 흐르면 발음도 표기도 변하기 마련이다. 어떤 말에 대한 언중의 생각이 변하면 맞춤법이 바뀌고 과거의 표현은 흔적으로만 남는다.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 표기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맞춤법에 맞지 않은 표기는 언어생활의 변화든 농담을 하려는 의도든 무언가 숨기고 있다. 이는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사람이 있어야만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맞춤법을 기계처럼 지키자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이 틀린 이유를 모르면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는 기교도 맞춤법을 ‘알아야’ 부릴 수 있다.

어느 시인은 시를 짓기 위해 사전을 옆에 둔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필자는 오히려 그 시인이 자랑스럽다. 농담이지만 이번 가을, 숙명인들이 저마다 국어어문규정집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글 속에 숨은 맞춤법의 비밀을 샅샅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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