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먹은 둥글게 갈고, 붓은 허하게 잡아야 해요.” 떨리는 마음으로 교내 서예 동아리인 ‘묵아랑’에 들어가 첫 수업을 받던 날 서예가 석오 원명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다. 참으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가슴 깊이 박혀 들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예를 접한 지 1년 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알 듯 하다.

서예를 알게 될수록 서예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서예를 쓸 때는 주의해야할 점들이 몇 가지 있는데, 글을 쓰게 될 붓에는 먹이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있어야 한다. 넘치면 글씨가 번지고, 부족하면 글씨에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글을 쓸 때는 붓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항시 주시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내 붓의 끝이 그리게 될 글이 전체적인 부분에서 볼 때 치우치지는 않는지, 크기가 너무 작아지거나 커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게 된다면 나의 글씨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릴 테니 말이다. 화선지 위에 써지는 글은 절대 수정될 수 없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한다. 문방사우에 지우개는 포함되지 않으니 말이다.

기껏해야 23년 조금 넘게 살아온 나에게 삶을 더욱 만족스럽게 해주는 ‘노하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라고 되뇌며 후회로 가득한 밤을 보냈던 적도 많고,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이 씁다.’며 주절거리던 날들도 가득하다. 그런 나날들을 보낼 때마다 떠오르던 건 서예가 알려주는 가르침이었다. 둥글고 허하게 살 것.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 것. 나의 생(生)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항시 주시할 것. 지나간 것은 수정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

완벽한 몰입으로 만들어진 서예 작품을 볼 때 나는 충만함을 느낀다. 한 치의 후회도 남지 않은 충만함을 말이다. 언젠가는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의 내가 이와 같은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길 소망한다.

 

백설화(경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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