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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여성들의 행복 쌓기
이지원 기자  |  smpljw9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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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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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창업지원센터 238호, 최고 기온 35℃의 무더위 속에서도 스타트업 ‘이지앤모어(ease and more)’의 사무실은 더위를 잊은 듯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무실 앞의 산더미 같은 상자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안지혜 대표(여·34)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지앤모어는 생리대 *큐레이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저소득층 여성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기업이다. 지난 17일(수) ‘여성들이 행복한 그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을 목표로 하는 2인 기업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를 만나봤다.


좀 더 쉽게, 좀 더 많이.
당신을 위해, 이지앤모어

기업명 이지앤모어는 여성들에게 편리함(easy)과 그 이상(more)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지박스’와 ‘모어박스’를 찾아볼 수 있는데, 상품들의 이름은 모두 기업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편리하게 여성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의미의 이지박스, 단순한 여성용품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모어박스가 그것이다. 모어박스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량에 따라 이지박스가 적립되어 기부된다. 판매 중인 모든 모어박스에는 이지박스가 포함돼 있어 생리대와 여성용품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다. 사업 초반에는 이지박스를 따로 판매하지 않았지만 기부를 원하는 남성 소비자들과 일부 여성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지박스도 따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모어박스는 종류와 박스 제품 구성이 다양하지만 이지박스의 제품은 생리대 대형 2팩, 중형 1팩으로 획일화돼있다. 안 대표는 “모어박스와 동일한 제품을 기부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지원받는 여성들에게 차등을 두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지박스의 구성은 항상 똑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리대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지앤모어지만 모어박스는 생리대 외에도 여성 용품들을 함께 구성하여 판매하고 있다. 계절별로 시기에 맞는 다양한 여성용품이 든 모어박스가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캡슐 화장품, 휴대용 바디 미스트 등 여행에서 필요한 상품으로 구성된 ‘썸머트래블모어박스(summer travel more box)’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을에는 스타킹이 포함된 ‘계절 모어박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 한 후 9월 6일(화) 기준으로 무려 3,478박스의 이지박스가 모였다고 한다. 이렇게 적립된 이지박스는 달마다 정기적으로 저소득층 여성에게 전달되는데 현재는 316명의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이지박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원을 받는 여성은 ‘한부모가정사랑회’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협력을 받아 선정된다. 주로 성교육을 받기 힘든 조손가정과 부녀가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이 외에도 지역 예산이 부족한 부산 감천동, 대전 대덕구, 전주, 수원 등의 기초생활수급자 여성에게도 한시적으로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생리대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생리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점과 직장에 다니는 등 바쁜 여성들이 월경 전에 미리 생리대를 저렴하게 구매하지 못해 가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생리대 큐레이션 서비스란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안 대표는 “여성들이 비싸서 평소에 구입하지 못한 여성용품 등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기업과 협약하려 계속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깔창 생리대’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평범한 회사원인 안 대표가 생리대와 관련된 사업을 하겠다고 주위에 밝히자,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왜 네가 생리대 사업을 하느냐’였다.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돈은 벌 수 있겠냐는 걱정 어린 시선도 동반됐다. 이런 시선에 대해 안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업의 성패에 대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며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구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생리대 큐레이션 서비스만 진행하면서, 수익의 일부로 생리대를 기부하는 형태를 목표로 했다. 사업을 구상하며 시장 조사를 하던 중, 안 대표는 대부분의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이 단발성으로 이뤄진단 사실에 주목했다. 단발성 지원으로 인해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여성들을 보면서 안 대표는 정기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형태로 방향을 선회했다. 안 대표는 “나의 1차적인 목표는 지금 지원 중인 여성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지앤모어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아직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다. 안 대표의 가장 큰 우려는 생리대 이슈가 잠시 동안의 화제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저소득층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지 못해 ‘깔창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이지앤모어의 판매량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슈가 시들해진 최근에는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이지박스  460개가 판매되기는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판매량을 보며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안 대표는 “줄어드는 매출을 대비해 이익의 일부를 저금하고 있다”며 “지금의 이지박스 누적량으로 약 10개월은 지원이 가능하지만 만약 사업이 망하기라도 하면 자비를 털어 지원 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그래서 더 기대되는
행복한 그날을 꿈꾸는 기업

이지앤모어는 지난 7월 28일(목) 이지박스를 지원받는 청소년 7명을 대상으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생리대 사용이나 여성의 몸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자칫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심리치료도 병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사전에 이지앤모어와 뜻을 함께하는 *모어들이 손수 만든 면 생리대도 전달됐다.

안 대표는 “면 생리대 지원에 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았지만 청소년들이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런 생각이 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을 받고 나서 청소년들에게 면 생리대를 사용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면 생리대를 지원받은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사용 의사를 밝히면 그 청소년이 지원받던 일회용 생리대는 다른 지원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아직 지속적인 면 생리대 지원을 바라는 청소년은 없지만, 면 생리대 지원에 관한 체계도 만들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리대 기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지앤모어 사업을 시작하며 얻은 큰 성과 중 하나다. ‘깔창 생리대’ 관련 기사가 화제가 되면서 이지앤모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어머니 뻘의 여성이 회사 전화로 기부 방법을 물어보며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여러 번 겪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에 생리대를 지원받아야 하는 여성 청소년이 10만명에 달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모두에게 우리가 지원을 할 수는 없다”며 “생리대 기부에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다행이지만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박스를 정기결제 할 수 있는 시스템도 8월 말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안 대표는 꾸준한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되는 이지박스에는 구매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송장에 기록해서 배송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내는 송장을 하나하나 찍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이유도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이지앤모어를 통해 여성분들이 새로운 월경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안 대표는 말했다. 지금은 생리대 지원 사업만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여성의 연령대 별 신체에 대한 정보나 여성 용품정보 등 여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안 대표와 이지앤모어의 꿈이자 최종 목표다.


마지막까지 안 대표는 생리대 문제가 단발성 이슈로 잊혀져서는 안 된다며 최근 관심이 사그라든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6월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생리대를 지원한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였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관련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창업지원사업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이지앤모어는 지금까지 자리 잡고 있던 창업지원센터를 떠나 새롭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아직은 ‘스타트업’ 이지만 사무실 앞에 쌓여있는 상자들처럼 저소득층 여성들의 꿈도 함께 쌓여갈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이다.
*큐레이션 :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모어 : 이지앤모어에서 이지박스와 모어박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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