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윤나영 기자>

서울역에 있는 A 씨는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에 있는 친구와 언제 만날지 정하는데 마침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에 올라탄 A 씨는 전화를 끊으며 친구에게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20분 뒤에 봐!”

이는 A 씨가 탑승한 열차가 ‘하이퍼루프(hy -perloop)’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이퍼루프는 먼 거리를 빠르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하이퍼루프는 기존에 상용화된 교통수단들을 압도하는 빠른 속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하이퍼루프의 최고 속력은 약 760mph(1223km/h)로 최고 속력이 305km/h인 KTX보다 4배 이상 빠르다. 소리가 약 1224km/h의 속력을 내는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945km/h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육지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이제 미래에서부터 달려오고 있는 하이퍼루프에 주목해보자.

상상에서 매일매일의 교통수단으로
하이퍼루프는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며 먼 지역을 서로 연결하는 고속열차로 현재 상용화를 목표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하이퍼루프 개발은 2013년, 한 개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하이퍼루프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회사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의 최고경영자 앨론 머스크(Elon Musk)다. 현대사회에 맞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진공튜브 안에서 로켓처럼 목적지까지 로켓처럼 발사되는 전기 고속열차 ‘하이퍼루프’를 상상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에게 하이퍼루프 계획을 공개했다. 하이퍼루프 아이디어에 매료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개인의 상상에서 시작한 하이퍼루프는 나날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하이퍼루프 제작 기업과 각국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용화를 위한 투자와 개발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은 하이퍼루프의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기업 중 하나로 지난 5월 하이퍼루프 기술 시범에 성공했다. 오는 2016년 말 또는 2017년 초에는 실제 규모의 노선을 설치해 진행할 대대적인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한국형 하이퍼루프 개발을 위한 ‘유루프(U-Loop)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재선 유니스트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가 ‘프로젝트 리더’를 맡은 유루프 프로젝트는 국내 과학기술대학 유니스트(UNIST)의 교수진이 한국의 실정에 맞는 하이퍼루프를 설계·건축하는 것을 계획한다. 유니스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루프 프로젝트에서 유니스트는 하이퍼루프의 ‘열차 부상 및 추진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하이퍼루프의 최종 목표는 지금의 지하철·전철·고속열차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는 것이다.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멀리 떨어진 각 대륙과 지역을 육로로 연결해 보다 빠르고 저렴한 노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환경은 살리고 효율은 높이고
하이퍼루프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으로부터 얻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무공해로 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동시에 기존 전기부상열차보다 전력의 소모가 적고 운행 시 오히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세계는 하이퍼루프가 친환경으로 운영되면서 효율성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을 사용하기에 석유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기존 열차의 단점도 극복했다. 운행 방법에 따라 자가 발전이 가능하고 기존 열차가 필요로 한 전력을 기술로 충족하는 것도 하이퍼루프의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많은 등 하이퍼루프가 태양광 발전을 주전력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국내에 있는 풍력발전소 등 다른 발전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 효율성은 기존의 교통수단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하이퍼루프는 현재 운영되는 KTX보다 전기를 덜 사용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이퍼루프는 열차가 부상하기 위한 전력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 기존의 자기 부상 열차는 자력의 반발력으로 열차를 레일 위로 띄우기 위해 대량의 전자석 코일과 전력을 사용해야 했다. 하이퍼루프는 코일을 설치하는 대신 알루미늄 튜브와 운행 궤도에 자기 시스템을 설치해 차체를 띄울 유도전류를 외부의 전력 공급 없이 확보할 수 있다.

자가 발전을 통해 운행 중에 전력을 보충할 수도 있다. 정지하기 전 속도를 줄이면서 차체에 장착된 ‘리니어 모터(linear motor)’가 역으로 가동돼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감속 중 하이퍼루프는 가속할 때 사용했던 리니어 모터를 역방향으로 작동해 브레이크로 사용한다. 이때 리니어 모터는 거꾸로 작동하며 발전기의 역할을 한다. 리니어 모터에서 생산된 전력은 다음 운행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에 충전한다.

자력으로 부상, 직선으로 발사
하이퍼루프가 이토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캡슐 형태의 열차를 진공튜브 안에서 목적지를 향해 ‘쏘아 올리는’ 과정에 그 비밀이 있다. 하이퍼루프의 열차에는 바퀴가 없어 선로를 달리지 않고 추진력에 의해 목적지로 발사되듯 나아간다. 차체가 이동해야 하는 튜브의 공기저항은 최소로 줄이고 선로와의 마찰도 제거해 속도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다.

하이퍼루프는 인덕트랙 방식과 자기부상 방식 두 가지를 통해 마찰력을 줄여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덕트랙 방식 하이퍼루프는 기존의 자기부상열차처럼 자력의 힘으로 레일의 위를 살짝 떠서 주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유도 전류를 사용해 열차가 공중에 뜰 수 있게 되는데 유도전류는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서 차체 하단의 영구 자석과 튜브 바닥에 내장된 코일이 서로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

자기부상 방식은 공기를 이용해 차체를 띄운다는 점에서 인덕트랙 방식과 차이가 있다. 자기부상 방식의 하이퍼루프는 기존의 자기부상 열차와 달리 큰 튜브 형태로 외부와 차단된 특수한 레일을 이용한다. 차체에서 바닥으로 공기를 분사하여 차체를 띄우고, 열차의 바닥과 레일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중에 뜬 하이퍼루프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리니어 모터에서 필요한 동력을 얻는다. 리니어 모터는 말 그대로 마치 잘라서 펼쳐놓은 듯한 형태를 한 긴 선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일반 고속열차에서 사용되는 회전형 모터와 작동원리가 다르다.

리니어 모터는 운동저항을 이기고 차체를 앞으로 미는 힘인 ‘구동력’ 자체를 발생시킨다. 이는 회전형 모터가 구동력을 별도로 가해야 하는 ‘운동력’을 발생시킨 것과 대조된다. 덕분에 리니어 모터는 기존 회전형 모터와 달리 기계적인 변환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리니어 모터를 사용할 경우 손실되는 에너지의 양이 적고 모터가 회전하는 소음도 발생하지 않으며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과제를 뛰어넘어 현실이 되려면
하이퍼루프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전 세계에 확산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안전이다. 현 단계에서는 하이퍼루프의 탑승객과 수화물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하이퍼루프의 빠른 속도는 사고 발생 시 기존 열차사고의 피해 규모를 뛰어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LA 노선의 하이퍼루프는 개발 후에도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까지는 화물 운송의 용도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개발에 착수하기 전 드는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하이퍼루프에 필요한 초기 비용으로 예상한 금액은 약 60억 달러로 한화 약 6조 6,888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유루프 프로젝트에도 5년간 14억 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하이퍼루프의 운영비는 기존 고속열차 운영비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초기 비용을 유치하고 하이퍼루프의 운영이 안정되면 결론적으로는 흑자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하이퍼루프의 효율을 낙관해 해외 하이퍼루프 개발 사례에선 투자금 유치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하이퍼루프의 기술은 현재 초기단계에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도입까지 최소 30년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빠른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가 많아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실현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보다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KTX보다 하이퍼루프의 건설이 쉽다”고 덧붙였다.

▲유루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연우 유니스트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가 직접 디자인한 시안이다. 빠른 속도를 위해 캡슐 형태로 디자인된 열차의 몸체가 날렵하다. 열차의 각 부분에는 하이퍼루프를 운용하기 위한 여러 기술들이 적용되며 이를 운영하는 동력은 태양광 등의 친환경 에너지다. <사진제공=유니스트 홍보팀>

하이퍼루프의 성공적인 상용화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 기대된다. 하이퍼루프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미래의 환경공해 문제에 해결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하이퍼루프 기술의 개발이 미칠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전 세계는 보다 신중한 태도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하고 있으며 속속 성과도 내고 있다.
하이퍼루프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나 공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2016년, 하이퍼루프의 질주는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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