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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청송상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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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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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_선재윤(해성여자고등학교)
오랜만에 걷는 길에서 지난날 노래를 부르며 하교하던 우리들이 보인다. 매일 매일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웃고, 웃고, 또 웃고 걸었지.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하곤 했다. 뭐가 그리도 재밌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모교에 가는 길이다. 등굣길이자 하굣길이었던 공사장 옆 작은 골목길. 나는 3명의 친구들과 걷던 그 길을 혼자 걷고 있다. 그렇게 서서히 필름 같은 길을 지나 도착했다. 모교에.

교무실에 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뵀다. 반가움도 잠시뿐 바로 고등학교 생활은 어떻냐는 둥 힘들진 않냐는 둥 온통 걱정만 늘어놓으시다 갑자기 중학교 시절 우리 4총사에 대해 물어보셨다.

“너네 아주 말괄량이였잖아.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직도 잘 지내지?”

사과같이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은 지난날의 우리는 조심스럽게 물들이셨다. 가장 어여쁜 색깔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사탕같이 달콤했던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홀로 우리들의 교실이었던 3학년 7반 교실로 갔다. 따스한 햇볕이 창가 2개에 들어오고 살짝 삐거덕거리는 바닥, 25개의 책상과 의자 거울 옆에 묻어 있는 선크림들... 그곳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딱-끼익-탁-탁 고요하게 숨을 내뱉으며 교실을 걸었다. 그리고선 내 자리에 앉아보았다.

“그땐 몰랐는데 이 책상, 이 의자 진짜 작다!”

그도 그런 게 고등학교의 책상과 의자에서 1.5배를 축소해놓은 듯했다. 내 책상에 있던 작은 낙서도 그대로였다. 그대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교실 뒤편에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쉬는 시간이며 점심시간이며 매일매일 같은 자리에 모여 게임을 했었다.

“삼육구 삼육구!”

장단을 맞추며 놀던 우리 4명이 보인다. 정말 마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내 몸을 감싸 돌았다. 거울로 시선을 돌리니

“체육이 3교시니? 지금 발라야 돼. 선크림은 나가기 3시간 전에 바르는 거랬어”라며 서로에게 선크림을 발라주던 우리들이 보인다. ‘타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서로의 피부를 챙기던 우리들의 모습이 귀여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칠판으로 눈을 돌리니 “나무, 전기, 빵, 풀 우린 이제 평생 친구 하는 거다. 고등학교 다 달라도 잊어버리지 않기다!”라고 졸업가운을 입고 칠판에 서로의 귀여운 별명을 쓰며 외치는 우리들이 보인다. 한 명은 귀가 커서 나무, 한 명은 성이 전 씨여서 전기, 그리고 또 한 명은 빵을 좋아해서 빵, 마지막 친구는 여리고 키가 작아 풀.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별명이었던 것 같다. 푸흐흐- 웃음이 새어 나온다. 교실도 그날들을 기억하듯 방긋 웃는 것 같았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갔지만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우리. 난 친구들에게 전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 너머로 반가운 나의 꽃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타임캡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교실’이다. 교실은 모든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추억의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교실_임주희(해성여자고등학교)
괜한 치기일까. 누군가는 자랑스레 떠든다. 이 지겨운 곳을 이제 벗어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또 누군가는 괜히 재미는 있었다는 평을 달기도 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스레 기분이 묘해졌다. 나는 이토록 아쉬운 공간을 누군가는 속 시원히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구나 하고.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서면 보이는 그 모습이 좋았다. 아직 아무도 채우지 않아 텅 빈, 하지만 가득 찬. 무엇이 가득 차 있다고 꼬집어 말하지는 못하면서도 그냥 나는 그렇게 설명하고는 했다. 항상 내가 가장 먼저 교실 문을 여는 이유를. 굳이 내게 누가 벌써 열두 해째 보는 지겨운 모습이 어디가 그리 좋으냐고 물을 때마다 답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막 열아홉이 되었을 때 내가 깨달은 것은 조금 뜬금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누가 내게 나이를 묻는다면 열여덟이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구나. 내가 한 뼘만큼 더 자라 버려서 이제 이 학교를. 이 교실을 떠날 날이 다가오는구나. 대개는 무슨 법칙마냥, 영원할 것이라 믿어 나의 삶의 배경으로 삼았던 것이 영원성을 잃어가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부터 삶은 더, 좀 더 빠르게 잰걸음을 걷는다. 그리고 그 법칙과도 같은 순리는 이제 내 삶이 되어 나를 오월이라는 시간으로 끌어 왔다. 누구는 지난 중간고사 성적을 고민하고, 또 누구는 먼 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던 수능을 걱정한다. 그리고 나는 그 틈바구니에서 분주히 다들 떠날 준비를 하는 그 자리에 남고 싶어 잠식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나를 그저 싣고 흐른 것이 아니라 조금은 본질적인 고민을 안겨놓았다. 이 네모난 공간에는 여기 네모난 내 자리가 확고히 있는데 이 공간을 떠나 나는 어디 가서 나의 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 한 번 그 두려움을 떠안고 나니 마냥 즐거웠던 교실이 이젠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 할 내 자리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고. 겁쟁이 같다는 나 스스로의 질타에, 생각들은 말 못할 고민거리가 되어 내 안에 갇혔다. 나는 내내 생각했다. ‘누가 내게 여기 있어도 좋다고 말했기에 나는 여기를 내 자리라 말하는 거지?’ 물론 쉽사리 답을 내 수도 있다. 제비뽑기로 정한 것이잖아 하는.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 물리적인 나의 위치가 아닌 이 교실의 구성원으로서의 내가 궁금했다. 왜 나는 여기 있지? 누가 나를 여기 앉힌 거지? 나는 계속 여기 머물러도 좋은가? 내 곁의 저 이들은 나의 무엇을 보아 나를 여기 앉아도 좋다 생각했는가? 나는 끊임없이 질문했고, 또 잠식당했다. 아니 때로는 내가 하기도 한 잠식이었다. 끝없는 침체, 두려움. 그 속에 나는 내가 있고 산 무언가를 깨닫고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학년 초마다 아무도 내게 여기 앉으라 지시해주는 이는 없었다. 아직 없는 내 자리에 헤매던 나는 그저 거기 앉아있었다. 그러면 누군가 쭈뼛거리며, 때로는 나를 놀래키며 나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가끔은 내가 그랬다. 그리고 시간은 항상 그곳에 나의 자리를 만들었다.

교실은 세상의 축소판, 아니 그 세상 자체이다. 몇몇은 나와 같은 그리고 몇은 조금 다른 그리고 몇은 도무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물론 처음부터 내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서서 쭈뼛거리고 눈치를 살펴야 한다. 그러면 어느새 생겨있는 내 자리에 나는 앉아있다.

물론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다친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모두가 하지만 모두가 바람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조금 서 울다 보면 그 누군가도 결국 깨달을 것이다. 저기 저 곁에 나의 자리가 있구나. 내가 잊고 산 것은 내가 삶의 언젠가 스쳐보았던 다른 이의 눈물이었고 교실을 가득 채운 것도 그 눈물이 싫어 가득 만들어 놓은, 아니 그저 널어놓은 누군가를 위한 자리였다.

비로소 세상에 나온 나의 고민 모두가 그렇다는 것을 이젠 알기에 이것이 나의 열아홉이 아쉬운 이유이다. 나의 자리를 만들어준 이들과의 이별 하지만 나의 스물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처럼 고민하고 아파했을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만드는 법을 드디어 배웠으니 말이다. 어디에나 나의 자리도 당신의 자리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이 아직 못 다 살아낸 세상, 세상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나의 열아홉의 교실이 내게 건넨 위로 한 마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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