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지난 겨울, 짧지만 힘들었던 3년의 수험생활을 끝냈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경험 한 번쯤 해야 한다고 생각해 친구들과 무작정 도쿄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찾았다. 낯선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여행의 끝까지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일본은 친숙한 나라였다. 우리가 방문했던 많은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시부야와 오다이바다.

시부야에서는 스크램블의 주변으로 쭉 펼쳐진 고층 건물을 둘러보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고층 건물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보니 사람의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많을 때는 동시에 3,000여 명이 건너갈 때도 있다고 하는데, 세계 최대 교차로라고 할 만했다.

여행 3일차에 다녀온 오다이바는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1800년대에 만들어진 인공섬 오다이바는 현재 후지TV 본사와 아쿠아시티, 빅사이트 등 볼거리가 즐비한 도쿄의 대표 여행지다. 우리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오다이바에 들어갔다. 피로가 꽤 쌓여 있던 상태였지만 계획했던 대로 오오에도 온천에 가기로 했다. 오오에도 온천은 도쿄 내의 유일한 온천으로, 일본의 신사를 모티프로 한 실내 장식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같이 간 친구의 말을 빌리면,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곳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온천 내에서 제공하는 유카타를 입고 활동하는데,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데다 입장료가 다소 저렴해서 만족스러웠다. 1월이지만 바깥 날씨가 춥지 않아서 노천 족욕탕도 즐길 수 있었다. 화려한 실내 분위기와 따뜻한 온천 덕분에 제대로 피로를 풀고 올 수 있었다.

여행 중에 특히 일본인의 시민의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하고 느꼈다. 친구 중 한 명이 지갑을 잃어버려 경찰서부터 지하철역 하나 하나를 다시 돌아가 분실물 신고를 하는 동안 수많은 일본인들의 우리를 돕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나와 함께 간 세 명의 친구 모두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한 여행이 처음이라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배려의식 덕에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 누군가 이런 여행을 떠나 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주저 말고 다녀오라고 권유해 주고 싶다.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기에.
                                                                                       일본 16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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