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땀방울 악용하는 기업 많아
보상 못 받거나 아이디어 탈취 사례 빈번해 문제
숙명인 94.6%, “기업이 대외활동에 보상해야”

▲ <그림=윤나영 기자>

SNS 마케터, 서포터즈, 멘토링, 아이디어 공모전 등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외활동은 다양하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거나 장학금 수혜, 인맥 형성 등 참여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외활동이 취업 준비를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는 데 있다.

지난 2014년 ‘잡코리아’에서 취업준비생 4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에게 대외활동은 학벌, 인턴 실적·아르바이트 경험 다음으로 중요한 스펙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렇듯 대외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악용해 참여자의 권리 등을 빼앗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8일(수)과 19일(목) 이틀간 숙명인 479명을 대상으로 대외활동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1.8%p) 숙명인의 대외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 54.1% 학우, 대외활동 필수적이라고 말해
‘대학생에게 대외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답한 146명의 학우 중 과반은 대외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54.1%(79명)의 학우는 대외활동이 대학생에게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박소연(미디어 13) 학우는 “취업이나 인턴을 준비할 때 많은 기업이 관련 분야의 경험을 요구한다”며 “직무 관련 경험을 쌓거나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대외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대외활동을 경험한 학우는 얼마나 될까. 전체 응답자 중 34.7%(165명)는 대외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명인이 가장 많이 참여한 대외활동은 52.9%(74명)가 꼽은 ‘봉사활동’이었다. 서포터즈 활동이 25%(35명)로 뒤를 이었으며 기업 아이디어 공모전 참여와 SNS 활동을 경험한 학우는 각각 동일하게 12.1%(17명)였다. 국가기관 주최 공모전에 참여한 학우는 8.6%(12명)였다.

‘대외활동에 참여한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141명의 학우 중 33.1%(59명)는 ‘원하는 진로에 대한 경험을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스펙을 쌓기 위해’라 답한 학우는 30.9%(55명), ‘인맥 형성을 위해’라고 답한 학우는 22.5%(40명)였다. 그러나 대외활동을 하며 모두가 기대했던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 보상은 뒷전, 시간만 앗아가는 대외활동
대외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낸 학우 128명의 평균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6점이었으나, 이중 28%(36명)는 1~5점을 매기며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불만족한 이유로는 48.8%(21명)가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를 선택했다. 국가기관 주최의 대외활동에 참여한 문성희(경제 12) 학우는 “참여한 기자단 대외활동 업무에는 SNS 관리 등 다양한 업무가 포함돼 있었다”며 “사소한 업무가 많아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외활동 경험이 경력·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우는 34.9%(15명)로 그 뒤를 이었다. ‘활동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한 학우는 18.6%(8명)였다. 안유진(한국어문 14) 학우는 작년 한 출판사에서 주최한 독서평을 작성하는 서포터즈 활동을 했다. 출판사 측은 서포터즈 활동이 종료된 후 수료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수료증은 발급되지 않은 상태다. 안 학우는 “홍보 목적으로 출판사에 이용당한 것 같다”며 “활동 사실을 증명할 수료증도 없어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대외활동을 하며 ‘활동에 필요한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고 답한 학우는 11.7%(12명)에 불과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서포터즈로 활동한 홍나라(한국어문 13) 학우는 “봉사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해야 했다”며 “주최측은 지원하기로 했던 식사조차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홍 학우는 “당초 약속과 달리 우수 단원에게 해외 방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마땅한 보상을 받지 못한 참여자들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기획단으로 활동한 황승민(일본 13) 학우는 “대외활동을 통해 좋은 친구를 얻었다는 점은 만족하지만 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도 충분히 지급받지 못해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 기업의 내 멋대로 보상
많은 학우들이 대학생으로서 대외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기업에 의해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전체 응답자의 94.6%(371명)는 대학생들의 SNS 홍보 활동, 공모전 아이디어 제공 등에 대한 기업의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 42.4%(157명)의 학우는 ‘대학생들의 대외활동으로 기업이 이익을 얻음’을 이유로 꼽았다. 구설원(IT공학 15) 학우는 “기업이 대학생의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활동에 금전적 지원이나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동착취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대외활동을 주최하는 많은 기업이 참여자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지 않았다. 일부 공모전은 임의로 참여자에 대한 보상 내용을 바꾸기도 했다. 응모작이 일정 수준 이하라고 판단될 경우 시상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제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외활동의 대가로 명시된 ‘상금’ 또한 보장되지 않았다. 관련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2014년 (사)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에서 개최한 ‘보드게임콘 로고·포스터 공모전’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주최한 ‘제1회 철도건설 사진 공모전’, 2015년 서울시와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이 그 예다. 상기 공모전들의 각 주최측은 응모작의 수준이 낮다는 모호한 진술을 근거로 대상을 선정하지 않았다.

대외활동을 하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때 근로관계가 성립된다면 노동법에 의해 보호 받는다.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대외활동 중 자신이 노동을 제공했으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음을 증명한다면 보상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외활동은 대게 단기적으로 진행돼 규칙적인 출근 등 근로관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일을 했어도 ‘노동’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주최사에서 고의적으로 근로관계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 업무를 제시했을 경우에는 대외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아 근무수당을 받을 수 없다.

◆ 속절없이 뺏긴 대외활동 결과물
익명을 요구한 A씨는 기업이 주최한 대외활동에서 자신이 기획한 디자인을 도용당했다. 1년의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이 활동은 2달 만에 이유 없이 폐지됐다. 심지어 기업은 계약 조건과 달리 프로젝트 기간 중에 A씨가 제출한 디자인을 차용해 일부 수정한 뒤 무단으로 사용했다.
특허청에서 2013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공모전을 통해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기업이 탈취하는 경우는 47.3%에 달했다. 피해 사례가 증가하자 특허청은 2014년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피해는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2014년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주최한 ‘주택금융 신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는 상금과 입사지원 시 우대 혜택과는 별개로 아이디어에 관한 저작권은 한국주책금융공사가 양도받았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29일(금) 모집 종료된 서울시복지재단 주최 ‘2016 장애인가족지원 반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는 당선자에게 지급한 50만 원 이하의 상금과 별개로 응모작의 저작권을 복지재단에 귀속시켰다.

특허청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은 필수로 해당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강제력은 없다. 문선영 본교 법학부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관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아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해당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문 교수는 공모전에서 저작권 탈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이 곧 참여자의 승낙 아래 계약이 성립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공모전 출품은 공모전 주최가 제시한 청약에 응모자가 승낙한다는 것을 의미해 참여자와 주최 간 계약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저작권을 귀속하겠다는 조항이 있는 대외활동에 응모했다면 스스로 불평등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문 교수는 “계약은 *사적자치의 원칙을 따른다”며 “선택하는 사람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기관에 연락해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창작물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창작물을 만든 바로 그 시점에서 발생하며 창작자에게 바로 귀속된다. 공모전 등에 참여해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계약에 동의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거나 지나치게 장기간 저작권이 귀속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편 아이디어를 기업에게 탈취 당했을 때는 민법 재판을 통해 공모전 주최사와 응모자의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보호는 받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탈취 당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 교수는 “기획안 등의 증거가 있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훨씬 용이하다”며 “필요한 경우 증인 녹음 등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험, 실적 등 기업의 요구에 맞춰 대학생에게 대외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대외활동 피해에 대한 책임은 해당 대외활동에 참여한 개인의 ‘선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법망을 피해 대외활동 참여자 개인에게 횡포를 부리는 기업의 만행은 현재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취직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참여하는 대외활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서도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도 어디선가 대학생들은 ‘보상 없는 노력’이라는 모순을 안고 대외활동에 임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 대한민국 민법의 기본원리로 사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원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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