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110주년 인터뷰 - 권영순(영어영문 55) 동문, 이종화(환경디자인 15) 학우, 이종휘(영어영문 16) 학우]

주변에서 형제자매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런데 여기 세 명의 구성원이 숙명인인 가족이 있다. 권영순(영어영문 55) 동문과 그녀의 손녀인 이종화(환경디자인 15), 이종휘(영어영문 16) 자매가 그 주인공이다. 할머니와 두 손녀가 모두 숙명의 가족인 만큼 이들에게 본교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본교와의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졸업한 지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숙명 배지를 늘 달력에 꽂아놓을 만큼 본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권 동문은 1955년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권 동문은 한 선배의 영향으로 본교에 지원했다. “좋은 선배가 있는 학교에서 좋은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60년 후, 권 동문의 뒤를 이어 두 손녀도 본교에 입학했다. 이종화 학우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당당하고 주체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본교를 꿈의 학교라고 생각해왔다. 할머니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입학하고 싶은 열망은 커졌다. 동생인 이종휘 학우 또한 할머니와 언니의 영향을 받아 같은 학교를 선택하게 됐다. 그녀는 “든든한 지원군인 할머니와 언니 덕분에 면접에서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손녀들이 선배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이종화, 이종휘 학우는 종종 할머니께 선배님이라 부르며 장난을 치곤한다. 자신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손녀들이 신기하고도 기특하다는 권 동문은 “손녀들과 학교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가까워졌죠”라고 말했다. 손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녀는 달라진 학교의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50년대의 청파로는 학생식당도 없었고 학교 앞은 상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언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언덕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장래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해요” 6·25 전쟁 당시 재학생이었던 권 동문은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교수님들로부터 인간적인 정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녀는 “동기들과 영어영문학과 교수님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라며 마음속의 그리움을 드러냈다.

숙명인이라는 공통점은 할머니와 손녀들의 사이뿐만 아니라 자매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두 자매는 서로에게 좋은 선후배이자 친구로 본교에서의 추억을 함께 쌓아가고 있다. 언니인 이종화 학우는 대학에 갓 입학한 동생에게 시간표 짜는 법과 같은 대학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준다. 서로 시간이 맞을 때면 함께 학교 주변의 맛집을 가거나 쇼핑을 하기도 한다는 두 자매. 이종휘 학우는 “평소 언니와 등하교를 같이 하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요”라며 “힘든 일, 즐거운 일을 공유하며 서로 더 많이 공감하고 조언해주는 사이가 됐죠”라고 말했다.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본교는 세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권 동문에게 본교란 ‘인생에 있어 꿈과 희망과 포부를 가진 곳’이다. 권 동문은 “재학할 당시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라며 “지금까지도 숙명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그때의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손녀딸 이종화 학우에게는 ‘미래’다. 본교에서 꿈을 키운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랐고, 할머니의 뒤를 이어 자신 또한 같은 곳에서 미래의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생 이종휘 학우에게 본교는 ‘나비’와 같다. 이종휘 학우는 “숙명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또 저 꽃에서 다른 꽃으로 옮겨 다니는 나비처럼 우리 세 사람에게 생명력을 전해주는 소중한 존재 같아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본교와의 깊은 인연을 가진 이 가족에게 ‘숙명’은 과거와 현재를 묶어주는 동시에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공간이었다. 권 동문과 손녀들은 인터뷰 내내 숙명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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