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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피킹의 보여주는 영어, 청각장애인 영어발음을 돕다
고지현 기자  |  smpkjh8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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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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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민영(법 15) 학우, 조은희(독일언어문화 14) 학우, 하미연(독일언어문화 14) 학우.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고맙다’ ‘씨피킹(SEEpeaking)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해줘서 뿌듯해요. 어플리케이션을 완벽하게 선보이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본교 하미연(독일언어·문화 14), 조은희(독일언어·문화 14), 박민영(법 15), 이희재(글로벌협력 14) 학우는 청각장애인이 영어발음을 공부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용 영어발음 학습 앱 ‘씨피킹’을 개발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네 학우의 팀 ‘엘라움(LRAUM)’은 고용노동부 주최 ‘2015 청년취업 아카데미 창직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앱을 개발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친구라고 말하는 이들. 밤을 새워가며 청각장애 학우들에게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꿈을 개발한 열정 넘치는 하 학우, 조 학우, 박 학우를 만나봤다.

◆ 씨피킹, 영어 발음을 ‘보여주다’
씨피킹을 이용하면 청각장애인들도 영어발음을 익힐 수 있다. 앱을 실행하고 화면의 ‘Start’ 버튼을 누르면 무작위로 영어 단어가 화면에 나타난다. 화면의 가운데에는 학습하려는 단어가 나온다. 단어 위에서는 사용자가 따라할 수 있도록 단어를 발음하는 이 학우의 입모양이 찍힌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동영상에는 영어 발음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 대신 단어를 발음하는 입모양을 눈으로 보고 발음을 따라할 수 있게 했다. 단어 아래에는 셀프카메라 화면이 나타나 사용자가 위 동영상과 본인의 입모양을 비교하며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발음한 음성의 음파를 분석하는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의 발음이 완벽할 때까지 학습을 반복할 수 있게 돕는다.

동영상 옆의 버튼을 누르면 수화로 영어 단어의 뜻과 한국어 발음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수화는 청각장애가 있는 박 학우가 맡았다. 박 학우는 “영어 단어 표기만 보고는 그 의미와 발음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청각장애인 친구의 조언을 참고해 수화 해설을 넣었어요”라고 말했다.

네 학우가 씨피킹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하 학우와 박 학우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던 하 학우는 독일어 전공 실력을 살려 수업 대필 봉사를 하게 됐고 당시 1학년이던 박 학우를 만났다. 하 학우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박 학우와 친해지면서 청각장애인의 외국어 학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뜻을 함께하게 된 하 학우와 박 학우는 청각장애인이 외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 학우는 프로그래밍을 잘 다루는 조 학우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 학우에게 청각장애인이 외국어를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두 학우가 하 학우, 박 학우의 제안에 의견을 같이 하게 되면서 넷은 하 학우를 팀장으로 팀 ‘엘라움’을 꾸렸다. 엘라움은 ‘언어’를 뜻하는 영어 단어 ‘language’의 L과 ‘공간’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raum’을 합성한 것으로 언어를 배우는 공간을 의미한다. 엘라움은 ‘청각장애인’과 ‘외국어 학습’을 키워드로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2015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 어워드’는 네 학우의 이러한 동기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창직 어워드란 대학생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엘라움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청각장애인의 외국어 학습을 돕는 직업을 만들고자 했다. 하 학우는 “대학생으로서 우리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는데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신청했어요”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기한은 1년으로 그 안에 성과를 거둬야만 했다. 개발을 위한 지원금은 받았지만 정작 신경 써야 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었던 것이다.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씨피킹
엘라움은 ‘청각장애인’ ‘외국어 학습’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했을 뿐 앱을 개발할 생각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어 학습 교재 제작이 목표였다. 본교 점역봉사단과 출판사 천재교육의 협업으로 제작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과서가 그들의 모티브였다. 이에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발음기호 대신 청각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발음기호를 제작하기로 했다. 학습을 돕는 플래시 영상을 교재에 CD 부록으로 첨부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교재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 연락하는 것도, 충분한 자료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 학우는 “1년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창직 프로그램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교재 제작은 실현하기 어려웠죠”라며 “앱을 개발한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어요”라고 말했다.

앱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어 발음 교정 앱 ‘SEE&SPEECH’를 개발한 본교 동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였다. 네 학우는 해당 동문들과 연락해 의견을 나눈 뒤 청각장애인이 정확한 외국어 발음을 학습할 수 있는 발음교정 앱을 개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접근성이 우수하고 무료로 배포할 수 있는 앱이라는 매체가 청각장애인을 돕고자 하는 팀의 취지와 부합했다. 출판사나 외주업체에 연락해 기획하지 않아도 돼 제작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렇게 의견을 모으기까지 약 10달이 걸렸다. 성과를 제출해야 하는 마감 2달 전에 앱을 개발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급히 결정된 계획이라 4명 모두 일을 바쁘게 진행했다. 조 학우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샜던 기억밖에 없어요”라며 “컴퓨터과학부를 복수전공하면서도 앱을 개발해 본 경험은 없어서 중앙도서관에서 프로그래밍 관련서적을 찾아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혼자 공부했죠”라고 말했다. 조 학우가 프로그래밍과 씨름하는 동안 하 학우와 이 학우는 시장조사를 하고 영어학습을 위한 콘텐츠를 구성했다. 박 학우는 앱에 들어갈 수화를 시연하는 동시에 다른 청각장애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았다.

네 학우의 노력으로 개발된 씨피킹은 창직 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른 팀의 우수한 성과물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하 학우, 조 학우, 박 학우 모두 팀의 수상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씨피킹이 수상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앱을 만들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분기 별로 제출해야 하는 성과 보고서에 마땅한 실적을 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선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씨피킹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목 받자 책임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창직 프로그램에서 원한 것은 1년 동안의 성과지만, 엘라움은 청각장애인들의 기대에 부응해 씨피킹을 책임감 있게 완성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창직 프로그램 기간 동안 잠시 앱스토어에 업로드 됐던 씨피킹은 현재 앱스토어에서 내려간 상태다. 섣불리 어플리케이션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이용자를 실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씨피킹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보완하고 기술적 측면을 개선한 후 다시 업로드될 예정이다.

조 학우는 “현재 씨피킹은 발음을 알려주는 동영상의 스트리밍 때문에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에요”라며 “개선을 위해 3D나 그래픽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하는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은 사람마다 목소리의 크기, 발음의 세기 등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앱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음성데이터 또한 더 많이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만 실행이 가능했던 점을 보완해 IOS에서 실행되는 앱도 제작할 예정이다. 하 학우는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영어캠프에 간 적이 있는데, 앱을 소개하려 했더니 다들 아이폰을 가지고 있어 당황했어요”라며 “아이폰용 앱을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라고 설명했다.

◆ 발음디렉케이터, 소통을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씨피킹을 개발한 뒤 네 학우들은 각자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창직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팀원 모두 여전히 바쁘다. 하 학우는 “앱이 개발되면서 청각장애를 가진 박 학우가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개발된 앱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박 학우는 대구에 있는 모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박 학우는 “현재도 강연을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떨리는 심경을 전했다.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조 학우는 컴퓨터와 관련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조 학우는 “주목을 받은 만큼 씨피킹을 계속 개선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라며 앞으로 씨피킹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라 밝혔다.

씨피킹은 엘라움이 준비하는 ‘발음디렉케이팅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발음디렉케이팅은 네 학우가 창조해 낸 직업 ‘발음디렉케이터(발음 Direcator)’에서 유래한 말이다. ‘발음디렉케이터’란 발음을 교정(directing)해주고 사용자와 의사소통(communication)하는 직업으로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능숙하지 못한 발음 때문에 고민하는 일반인, 아동을 돕는다. 팀원들은 발음디렉케이팅 프로젝트를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확장해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 학우는 “앱을 개발하며 만나게 된 청각장애 학생들은 대부분 수화통역사 등 갖고 있는 꿈이 한정적이었어요”라며 “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만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 학우는 이러한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해 최근에는 본교 인재개발연계전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 학우는 “씨피킹을 만든 경험은 청각장애인일지라도 모두가 어려워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청각장애인도 능력을 펼칠 수 있다고 믿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박 학우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전국청각장애고등학생 연합을 결성해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장애학우가 함께할 수 있는 본교 교내 동아리 ‘이루다안’을 만들어 현재는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본교에 70여명의 장애 학우가 재학 중인데 동아리에 참여하는 학우는 10명 남짓이에요”라며 “다른 장애 학우와 이야기해보니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학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안타까웠어요”라고 말했다. 박 학우는 장애 학우들도 자신을 드러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박 학우는 청각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오지 마라톤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녀는 “일반인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청각장애인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꿈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입학할 때는 제게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정말 있을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제게 그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진학도, 활동도 무엇 하나 쉽지 않았지만 작은 노력이 모였기에 꿈을 나눌 친구와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는 박 학우. 그런 박 학우에 공감하며 하 학우는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도전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요”라고, 덧붙여 조 학우는 “학우들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친구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들의 부드러운 힘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 ‘씨피킹(SEEpeaking)’ 앱의 실행 화면이다. 글자에 따른 발음을 볼 수 있는 입모양 동영상과 영어 단어 의미와 한국어 발음을 알려주기 위한 수화 동영상이 제공된다. 아래에는 동일하게 셀프카메라 기능으로 사용자의 입모양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 엘라움(LR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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